61. 꽃부리의 이야기 <2013년 11월 4일 >
아는 시인의 출판 기념회가 있었다.
모처럼 정장을 하고 상대방의 잔치에 실례가 안 되는 모습으로 발길을 옮겼다.
서울은 한동안 안 나가다 가면 구석구석 확 달라진 모습이 가끔 이곳이 어디지 중얼거리게 만든다.
이렇게 도시가 시간대로 월별로 년 별로 바뀌니 그 속에 마음 몸 담그고 사는 사람이야
그 시대의 조류와 훤해진 모양새와 물질을 닮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낙원이 넓어지려면 정신세계의 확장을 들먹이는 귀한 말들을 고이 간직하며 가는 삶의 길에
가끔은 스멀스멀 한계가 기어 들어온다.
호텔이라는 간판을 확인하고 거울을 꺼내 지인을 만나 우세스럽지는 않은지 이 나이에도
확인을 한다. 아직 여성성을 잊기 싫은 마음의 치사함인가. 들어선 자리가 사람도 분위기도
요란하다. 시는 요란하지 않은데 치장과 겉치레가 마음을 흔든다.
요란하지 말자, 그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세상 나는 진리를 공부하는 사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할 줄 아는 것이 진리가 아니겠는가.
자신의 생각과 자리를 놓는 것이 신앙이며 동시에 수행이지 않겠는가.
특유의 장기 만나는 인연들과의 따뜻한 교류로 경계의 자리에 쉼표를 찍고 활짝 웃는다.
앞자리에 평소 좋아한다며 따르던 시인이 밝은 모습으로 앉는다.
오늘도 특색 있는 모습이다. 남들은 좀 어색한 눈빛으로 바라보지만 개성 시대에 끼를 발산
하는 모습이겠지 하며 그런대로 멋스럽다.
바로 식사부터 시작되며 식후 시작을 알린다.
뷔페의 음식이 맛깔스럽다. 촌스럽지 않게 뷔페음식도 조금씩 같다 격식을 갖추며 멋을 갖춘다.
옆에 친구도 같은 행동을 한다.
문득 먹다가 앞에 앉아있는 좀 야하고 멋을 내던 시인의 접시를 보고 화들짝 웃음이 터진다.
외모 하고는 틀리게 며칠 굶은 사람처럼 뷔페 음식이 산처럼 쌓였다.
옆자리 남자 시인이 나를 한번 쳐다 보고 접시 한 번 쳐다보고 이상한 눈빛을 보낸다.
거기서 푼수 빠진 사람 마냥 웃음이 터지려 하는 것을 용케도 참는다.
시 낭송은 음식 먹는 중에 시작되고 더 시를 읊고 싶은 사람들의 순서에 끼여 앞자리
시인은 나가서 멋지게 낭송을 한다.
환한 모습으로 들어온 시인은 염치없는 모습으로 갑자기 커다란
빽을 공연히 뒤적뒤적 거린다. 옆자리 친구가 한마디 한다.
"꼭 복 부인 같네" 여러 가지가 겹쳐 참았던 나는 갑자기 웃음보가 터졌다.
웃음은 곧 진정이 되었지만 그 순간 터져 나온 웃음이 무엇을 의미했던가
나는 그냥 웃었다. 그 상황에 의미 없이 웃었을 뿐이다.
하루가 그냥 즐겁게 지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화가 왔다.
앞에 앉아있던 그 시인이다. 아무래도 아까들은 말이 걸린다는 것이다.
복 부인이라는 말이 그다음 말이 또 걸작이다.
"나는 호주에서 M 대학을 다닌 사람이고, 00 대학교 대학원에 다닌
자존심이 있는 사람인데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동조해서 왜 웃었냐는 것이다,
나를 좋아했는데 웃어서 그 사람과 한편이라는 생각이 들고 호주에서는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하면 고발감이라는 것이다"
이런 학벌 지상주의자, 아, 어를 가릴 줄 모르는 사람
사람은 되지 못하고 머리에 지식만 주입하여,사회성의 언저리도 챙기지 못한 아상 덩어리가
시를 쓰다니....
김용택 시인이 누누이 부탁하던 시인 이전에 먼저 사람이 되라는 말
괜히 한말은 아니었구나.
낙원이 넓어지려면 정신세계의 확장 정신 세력을 키우는 길 밖에 없는데
지식 세계의 탑만 쌓다 보니 이념적인 좁은 공간에서 살다 보니 분별심과
주책심 없는 허수아비로 커졌을 뿐인 현장을 만난 것이다.
진리를 아는 속 공부를 못하고 겉치레 공부만을 하니 낫 놓고 기억
자를 모르는 사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고요하고 맑은 것만이 공부는 아닌 것이다.
이 괴로운 낙원에서 안 좋은 것을 공부 삼는 것이 내 공부의 복음이다,
그리고 공부 찬스다.
마음이 거기에 머무니, 들려오는 흥분된 그의 목소리가 너무도 가엾다.
치사하고 옹졸하고 싸늘하고 교만의 틀에 갇혀 올바른 판단의 한계를 가진 좁아
터진 지식의 성을 가직 삶의 한계 걸머지고 의기양양하게 중얼거리는 그가
참으로 불쌍하고 참 가엾다. 화가 나지 않았다. 차분히
더 낮아진 상태에서 그를 달래고 난 이 허탈감일까, 허무일까.
그녀는 언제쯤 철이 들을까?
다음 달 나는 그녀를 또 만났다. 나를 보더니 화려한 모습의 눈동자가 내려 깔렸다.
나는 그녀 앞에 갔다. 좀 더 팔을 크게 벌리고 "Give me a hug"
그녀는 활짝 웃었다. 그리고 안겼다.
그 다음다음 달 호주에 갔다 온 그녀는 나에게 살짝 오더니
"임 시인님 선물, 특별이야" 눈웃음을 살짝 준다.
조그마한 껌 한 통을 주고 간다. 살짝 왔다 가도 모든 이목이 쏠린다.
문학회가 끝난 후 자리가 시끄럽다. 껌 한 통 때문에~~~
어찌 그 오만이 당신만 껌을 주고 가냐고....
신앙이 없으면 결과가 오면 오만과 오기가 생긴다.
좋은 결과는 선인으로 풀을 때 오만이 풀어지는 현장을 보게 된다.
분발이 나와야 행동이 나오고 그 결과는 행동한 사람의 탓일 것이다.
있는 그대로가 진리임을 다시 생각게 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