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리운 사람들의 흔적

66. 꽃부리의 이야기 <2022년 11월 7일>

by 임선영

전북 마한의 옛 궁터에 살던 東古都人 夏山 우리 아버지의 필명과 호

그 속에서 태어난 나 그 감각을 물려받은 난 감회가 무량하여 오는 인연들을 모두

손 잡으며 가슴으로 흐르는 눈물을 감출 길이 없다.

어린 시절 고향집 앞 뜰에 아름드리 팽나무가 주인처럼 떡 버티고 있어

아침 일찍 일어나는 소리가 닭 우는 소리의 알림도 있었지만

앞뜰 팽나무 위에서 까마귀들이 울어대면 기상 알림 시간이었다.

그날은 얼마나 까마귀 떼들이 울어대는지 머리가 백발이었던 오새 우리 할머니는

일찍 일어나 마루로 나오시더니

"야들아! 오늘 무슨 일이 있을까보다 까치가 무리 지여 저 팽나무에서 울어 쌓는다냐?"

하시더니 그날 무슨 날이었는지 우리는 집에 있었다.

조금 지나 우체부가 가방을 메고 집안으로 들어서더니 "전보요" 하고 전보

한 장을 던지고 갔었다.

그날 마루캉(마루)을 치면서 울던 할머니의 울음소리는 지금도 망팔을 바라보는

귀에도 쟁쟁이 살아 회상에 젖는다.

" 아이고 우리 둘째가 갔구나, 이 에미 놔두고 자식들 놔두고"

무심한 세월은 모든 일들은 소리 없이 다 업어 안고 잘도 잘도 지나서

오늘 그 큰 아버지가 얻었다고 온 동네 온 가족이 춤을 추던 귀한 아들이

그 대를 이어 그 씨들을 함께 모아 한 턱을 멋지게 쏘는 날

그런 진한 사연들이 가슴에 가득한 사촌들이 용케도 목숨들을

부지한 체 보고 싶은 회상들을 가슴에 가득 안고 왔던 길로 떠나간

그 님들을 그리며 가지들이 모여들었다.

참참참!!! 보고 싶었던 우리 핏줄들.......

제일 어른이 된 오빠는 나이 들어 늘어 난 흰머리와 주름살 큰 목소리를 걸고

그냥 좋아서 흘러간 옛이야기를 줄줄이 노래처럼 읊어댄다.

어디서도 듣도 보도 못하던 귀하디 귀한 옛 어른들의 품에 숨겨 두었던

이야기를 한이 서린 보물을 쏟아내듯 쏟아낸다.

"야! 야 니 아버지가 너 낳고 좋아서 창가를 막 불렀다"

니 아버지 창가 십팔번이 가거라 삼팔선이었다.


<가거라 삼팔선>
아~산이 막혀 못 오시나요

아~~ 물이 막혀 못 오시나요
다 같은 고향 땅을 가고 오련만
남북이 가로막혀 원한 천리길
꿈마다 너를 찾아 꿈마다 너를 찾아
삼팔선을 탄한다

아~꽃필 때나 오시려느냐
아~~ 눈 올 때나 오시려느냐
보따리 등에 메고 넘던 고갯길
산새도 나와 함께 울고 넘었지
자유여 너를 위해 자유여 너를 위해
이 목숨을 바친다

아~어느 때나 터지려느냐
아~~ 어느 때나 없어지려느냐
삼팔선 세 글자를 누가 지어서
이다지 고개마다 눈물이던가
손 모아 비나이다 손 모아 비나이다
삼팔선아 가거라


우리 아버지는 노래를 못하셨는데 막내 작은 아버지는 노래를 참 잘하셨단다.

이 경사에 술이 빠지면 되겠던가

맥주와 소주가 같이 들어오며 소위 "소맥"이 한 잔씩 만들어지며 우리 만남을

위하여 " 반갑다" 보고 싶은 사람들의 흔적들 목소리가 일식집을 휘여 잡는다.

"야야 우리 간뎃집 할머니, 대문집 할머니, 데섶집 할머니 이 할머니들이 우리

집안을 휘여 잡았지 규율이 빡 섰거든"

요새 며느리들 같으면 다 도망가지.....

집안에 초상이 나면 다 몰려들어서 초상을 치르며 초하루 삭망에서부터

끝나는 삭망까지 삼베옷 입고 지팡이 집고 온 식구들이 나오지도 않는 눈물 없는

곡을 "아이고아이고" 하고 삭망 때마다 하고 혹시 곡을 안 하며

추상같던 할머니 어른들은

집안 오빠가 잔뜩 같다 준 양담배 "쎌렘"을 할머니 셋이 빨아대며

"야! 이년들 곡을 왜 안혀, 아이고 하고 곡 허란 말여"

소리 지르면 풍습이 틀린 고장에서 온 며느리들은 "곡"이 무슨 소리 대요

하고 물었다던 구구절절한 흘러간 옛이야기들, 시어머니가 며느리 되고 며느리가

시어머니 된 세상에서 울러 퍼지면 우리들은

이 신기한 옛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린 시절 보았던

이야기들 저 어른들이 떠나면 듣지 못할 골동품 집안 이야기들을 보석처럼 나는

귀 담아 들어서 이곳에 보관하지 않으면 다시 듣지 못할 이야기 보물 들

어찌하다 글쟁이 된 옛 궁터 촌년 이 손녀는 이야기 구전으로 남겨지는

귀중한 회상의 이야기들을 글로 남기며 가슴은 운다.


전주는 70리 솝리는 30리 집안에 큰일이 생기거나 급한 물건을 사야 될 날이면

어른들은 큰 장이 서는 전주로 솝리로 걸어서 다녀오셨다 한다.

제일 어른이 된 오빠는 거나하게 취하여 "너희들 할머니 이야기 또 해주까"

하며 쩌렁쩌렁 귀 시끄럽게 울려대는 목소리로

하루는 우리 할머니가 전주 중앙시장에 장 보러 가셔 가지고 "오강"을 샀단다.

오강을 머리에 이고 오다가 "아이스케기"를 하나 사 먹어 보니 얼마나

시원하고 달고 맛있는지

손자들 생각이 나서 몇 개를 사서 오강 속에 넣어서 머리에 이고

한 시간에 하나씩이나 있는 버스를 기다릴 시간이 없어

70리가 되는 길을 걸어오기 시작하셨다.

그 긴 시간 머리에 인 아이스케 기는 다 녹았고 막대기만 남으니 도착하여

손주들을 불러서 줄려고 열어보니 다 어디로 가고 막대기만 있으니

녹은 줄은 모르고 누가 다 먹었냐고 소리쳤다는 이야기는

참 그렇게들 아둔했던 세월을 살다 가시며 이렇게 든든하고

잘 나가는 후손들을 낳으셔서 두고 가신 어른들의

이 큰 자산이 가문에 나라의 한 터에 큰 가치와 큰 보탬이 되는 재산이 되지 않았던가.

이렇게 옛 어른들은 딸은 가리키지 않아 지식은 없었어도

지혜로 잘 다듬어진 가풍에서 자라 한 집안을 꼿꼿하게 건사하여

휘여잡고 가시며 후손들을 이끌어 가시고 살아있는 도미 덕풍의

바람을 일으키시며 한 동네의 온 집안을 휘어잡고 가셨던 정말 그립고 그리운 어른들이시다.

그 속에서 성장기를 보낸 우리들은 이젠 그 도미 덕풍이

무너진 사회 속에 몸부림치며 살고 있지만 이렇게 맞이하는

보물 같은 시간들에 가끔 의지하며 흔적을 잡고 반가움에

울고 웃지 않던가. 행복한 만남이 로고........


인생은 가고 그리움만 남은 터에 모여든 흔적들

흰꽃을 머리에 이고 가슴엔 그리움을 달고

옛이야기를 노래한다

놓고 간 가슴에 가득한 그리움

거센 바람의 구름을 몰아내고

먹구름이 몰려드는 어느 길

모퉁이에서도 넉근히 몰아내고

풀며 풀며 이 푸른 여백의 만남을

회상으로 그려준다

몇백 년 역사의 백제의 혼이 스며들어

산 빛이 물들인 것인지

물빛이 물들인 것인지

인연들의 맑고 밝은 반가운 기세

도란도란 노니는 이 자리

오랜 삶의 이야기 들려오는 이 길

또 다른 꽃송이가 활짝 핀다.

내년의 고향에서 건강한 몸으로

만나자고 약속하며

아듀 어스 ~~ 아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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