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흐름 - 장 폴 사르트르 (1- op)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 너무 위대한 작품이며, 그의 사유가 흘러나오며 흘러드는 지성적 출발의 한걸음을 뗄 수 있는, 그의 뇌리에 내가 흐름을 타 들어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그의 감정상태를. 이에 투영된 주인공의 모습을 독자로 하여금 요일별, 날짜별로 서서히 익혀가고 또 빠져들게끔 한다. 이는 너무 구체적이고 끔찍한 묘사를 자주 하기에 읽을수록 조금 오한이 오기도 했다. 여기에는 명명백백한 나만의 이유가 있다. 그 이유은 바로 나를 도심 한가운데 속에 발가벗겨 놓은 듯한 그런 느낌이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떠올랐기에 그의 고독감이 나의 고독감이 되었을 때, 내가 이 주인공에 지나치게 몰입했을 때. 그럴 때마다 너무나 많은 생각이 들게끔 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마주했던 것들에 대해서 조금 더 성숙하게, 아니면 조금 더 솔직하게 나 자신을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껄 하는 생각도 종종 들기도 했다. 나이 20이면 작은 크기기에, 이런 떠올림이 괴이하면서도 신기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마주치지 못한 것들이, 내가 바라보지 않고 외면했던 모든 것들이 자꾸 나에게 되물었다. 내가 써 내려가는 글들이 자꾸 부끄러운 나를 마주하게 하고, 또 참회하게끔 한다. 그냥 스쳐 지나간 생각뿐이었던 것들도, 이제는 조금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잡아보기로 마음먹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괴롭다. 힘들다. 이런 정직하고도 솔직한 말들을 사실은 이때까지 숨기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나는 거짓말쟁이고, 이제는 내가 거짓말쟁이라는 사실도 놔버릴 것이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것들도 사실 내가 거짓말에 의지해서 쓰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나는 충유함을 빌미로 방황했다. 지금도 사실 내 머릿속은 방황 중이다. 이런 말들을 하는 것은 너무나 부끄럽고, 내가 자판을 치고 있으면서도 사실은 무엇을 쓰고 있는지. 내가 무슨 말을 주제로 말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기도 하다. 너무나 많은 불안과 걱정들이 현재 나를 찾아왔고, 그것을 나는 '나 다운 나'가 되는 과정을 겪어내고 있다고 그렇게 믿고 있다. 이런 사유의 흐름을 구토는 나를 이러한 방향으로 가도록 말해줬다. 너무 구토를 과대평가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 힘을 얻어내고 쏟아낼 계기가 되는 게 독서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내 앞에 놓여진 것만 믿는다. 그래서 내 앞에 놓여진 구토를 읽고, 나는 내 안에 있는 거짓을 조금은 구토해 냈다. 일기형식과 독백형식의 <구토>는 그의 생각을 마구 끄적여 놓은 듯하다가도 그의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이 사유를 따라감으로써 얻는 것이 있다. 철학적 사유에서 좀 더 반성하고 나아가는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러한 발전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
그가 말하는 과거는 우리 흔히 말하는 '과거'와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과거는 '지나온 것' 또는 '지금 이전'이다. 다만, 그는 과거는 가진 자들이 누리는 특권이라 주장한다. 과거의 향기가 묻어있는, 추억이 담겨있는.. '어떤 것'에서만 과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가령, 견고한 성 같은 것이다. 과거는 사물과 공간에 사람들이 살아가며 스며들고, 그것을 계속 쌓고 견고하게 만들고 어깨에 지고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는 자유로운 사유자답게 과거를 담을 수 없는 자신은 '큰 구멍'을 지닌 사람이라고 말한다. 물론 주인공인 '나'가 스스로의 몰두에 빠져서 하는 말이지만, 그 스스로 느끼는 바를 그 주인공에 담아서 하는 말 같아서 크게 와닿았고, 그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 인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