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쓰게 한 너에게, 소나기 같은 우리 청춘에게

황순원 - <소나기>

by 이서준

오늘은 단편 소설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다들 학창 시절에 한 번쯤은 읽어봤으리라 생각한다.. <소나기>는 1952년 《신문학》에 발표한 작품으로, 한국전쟁 시기에 발표되었다. 한 줄 요약해 보자면, 소나기처럼 짧고 깊은 두 소년 소녀의 청춘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줄거리


소년은 평범한 농촌민이고 소녀는 윤초 시의 손녀딸로, 소년은 엄청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다. 주변 환경이 낯선 소녀는 소년에게 다가가며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소년은 서울에서 온 소녀를 동떨어진 대상으로만 봤기 때문일까,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로 생각해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가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며 소년에게 감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무 반응 없는 소년을 보고는, 소녀는 마음이 상해 " 이 바보!"라며 돌팔매질을 한다. 소녀가 떠나고 소년은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주워 주머니에 넣는다. 소년은 다음날부터 소녀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늦게 개울가에 나왔다. 며칠이 지나도, 소녀가 보이지 않자 소년은 조약돌을 주무르며 마음 한켠에 소녀를 품어내며 그리움에 잠긴다. 소녀가 물장난을 하던 그 장소에 서서 물에 비친 자신을 보며 말이다.












또, 시간이 지나 소녀와 소년은 다시 만나게 되고, 낯부끄러워하던 그 소년의 모습은 난데없고 소녀를 데리고 산 너머에 가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곤 가을 들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여러 추억들을 쌓으며 둘은 더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


산 밑 밭에서는 무를 뽑아먹고, 들어 꽃밭에서 소년은 소녀에게 꽃묶음을 준다. 이런 일이 마냥 신기했던 소녀는 그만 넘어지게 되었고, 무릎을 다치자 소년은 부끄럼도 잊은 채 소녀 걱정에 상처를 빨아내고 송진을 정성스레 발라준다.


소녀와 소녀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 하늘에서 후두둑,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다. 소녀와 소년은 안개와 비 사이에 보이는 저 멀리 오두막으로 뛰어갔지만, 비를 피할 수 없었다. 소년은 추워서 입술이 퍼렇게 질린 소녀를 위해 수수를 쌓아 올려 비좁은 그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았고 점점 가까워져 갔다. 비가 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불어난 도랑을 지나면서 소년은 소녀를 업고 걸어갔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선 소녀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소년은 또 돌을 꺼내 만지작만지작거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소녀가 소년에게로 다가와 소식을 전했다. 소나기를 맞아 감기를 앓은 것이었다. 소녀는 슬픔에 젖은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며 다시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 밤, 소녀가 떠나는 걸 보러 갈지, 어떻게 할지 갈팡질팡하다가 그만 졸아버린 소년은 부모님의 대화를 통해 소녀의 죽음 소식을 알게 된다.









소나기 같은 나의 청춘이여.

작은 불씨처럼 피어올랐던 나의.

장작을 딛고 타오를 준비를 하던 나의.

그 끝내, 활활 타오르던 나의 청춘이여.


너는 불꽃인데,

왜 비처럼 지나가는가.

나는 진정 불꽃처럼 타올랐던가

청춘이라는 단어 하나에

내 한 몸 싣고,

순수했던 그때가.

타올랐던 그때가.

이제는 연기로 피어올라 내 눈앞을 가리네


잿더미만 남은 저 나무.

후회 없이

타올랐구나







이 책은 소년과 소녀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조약돌도, 무도, 꽃묶음도, 소녀의 원피스 위의 얼룩도, 순수하고 풋풋한 청춘과 소나기 같은 짧고 강렬한 사랑을 담아냈다. 누구는 학창 시절에, 누구는 대학 시절에, 또 누군가는 사회에서, 자신만의 청춘을 썼을 것이다.



어떻게 첫사랑을 잊어낼까, 누군가에게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그 소녀’가, 다른 이에게는 ‘그 소년’이 그 사람들에게 있어서 잊히지 않는, 잊을 수 없는 그런 소중한 기억이 된다.


그런 기억들을 가진 사람들은 추억으로 하루하루를 버텨가며 살아간다. 그 추억이 짧고 행복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그 추억이 힘든 이야기라 떠올릴 때마다 시리고 그리운 기억일지도 모른다.


소나기처럼 짧았던 소년소녀의 애틋한 사랑은 자꾸만 내 마음을 시리게 만든다. 소년을 무너뜨린 건, 소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닌 소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울가에서도, 집에서도 항상 그리움에 잠겨 있는 소년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우울마저, 그 소년은 과연 사랑했는지. 소나기처럼 옅은 기억이 소년에게 다가와 소녀를 그려낼지. 그리움은 소년에게 추억이 될지. 그런 질문들이 나에게 슬픔으로 찾아왔다



어떤 이는 이런 사랑이 짧다고만 할지 몰라도, 그 둘의 사랑은 한 계절에서의 기억으로 남아 소년을 살아가게 하는 추억이 될 것이다. 소년은 가을이라는 계절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가을이라는 계절의 소녀를 사랑하는 것일지 모른다. 수채화 그림 같은 황순원 작가님의 <소나기>는 이런 점에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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