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사이 에피소드 11. 반장이라는 권력에 맞서는 운동부 아이들
딸아이 반에 한 친구가 전학을 왔다. 그 친구는 배구부 선수활동을 위해 스카우트되어 전학을 왔다고 했다. 딸의 학교는 '배구부'와 '테니스부' 선수들을 육성하는 학교라서 초등학교 때부터 관련 운동선수로 활동한 친구들이 들어오고 싶어 하는 학교다. 학년마다 한 반에 1-2명씩 총 10여 명 정도의 운동부 학생들이 있다. 새로 전학 온 친구는 진주에서 전학을 와서 사투리도 많이 쓰고, 약간은 거칠다고 했다.
그 친구가 전학오기 전 운동부 친구들과 사건이 있었다.
반장이 된 딸은 학급에서 아이들이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용하라는 말을 자주 했고, 담임선생님 지시에 따라 다른 반 친구들이 교실에 들어와 떠들면 방해되니 나가달라고 말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갔다.
그런데 하필 담임선생님이 외근을 나간 날, 사건이 벌어졌다.
주로 다른 반에서 놀러 오는 친구들은 주로 운동부 선수들이었다. 기존 학생들에 비해 훈련을 하거나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운동부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거침없이 친구들을 만나러 타 교실로 들어왔다. (게다가 배구부니 비주얼로도 압도할만하다.) 딸아이는 반복되는 상황이 짜증 나서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고 했다.
"방해되니까 나가서 얘기해!"
운동부 아이들은 딸아이를 힐끗 보더니 쑥덕거리며 나갔다고 했다. ("뭐야, 제가 반장이야?")
딸은 순간 운동부 아이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졌고, 혹시나 운동부 아이들이 단합해서 자신에게 해코지하면 어쩌나 걱정이 밀려왔다고 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졸았다는 티를 최대한 내지 않았고, 점심시간이 되자 급식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근데 거기서 아깐 본 운동부 아이들이 그룹 지어 다니며 딸을 보고 자기들끼리 막 웃더란다. 기분이 나빴지만 참으며 밥을 먹었고, 기분이 나쁜 가운데 밖으로 나갔는데 다른 반이었던 친한 친구가 와서 딸에게 그러더란다.
"너 아까 운동부 애들한테 소리 지르고 욕했다며? 그거 소문 엄청났어."
기가 막힌 딸은 따지고 싶은 마음에 다시 식당으로 돌아가 운동부 아이들 근처로 갔다. 하지만 막상 마주하니 할 말이 떠오르지도 않고 해서 손으로 욕하는 표시를 들어 보였다고 한다. ㅗ
그러자 그 아이들은 다시 장난치듯 웃으면서 똑같은 방식으로 손을 들어 올렸고, 딸은 눈물이 나는 걸 꾹 참고 돌아서서 교무실로 갔다고 한다. 하지만 고자질하려고 했던 담임선생님은 부재중이었고, 딸은 교실로 돌아와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내가 집에 돌아와서 딸을 마주했을 때, 딸은 눈이 퉁퉁 부은 채 울고 있었다.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투로 그날 있었던 일들을 나에게 토해냈고, 마지막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나 운동부한테 찍힌 거 같은데! 어떻게 해! 이제 학교 못 다녀!!! 학교 안 갈 거야!"
겨우겨우 딸을 달래고, 추후 담임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을 통해 내용을 알고 계셨고, 최근 운동부 아이들의 행동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며 운동부 담당 코치 선생님에게 이 점을 전달하고 주의를 주도록 하겠다고 했다. 입학한 지 한 달 만에 벌어진 사건이었지만, 생각보다 발 빠른 선생님의 대처에 딸은 다행히 별문제 없이 다시 학교에 등교했다.
그런데 새로 전학 온 친구가 문제였다. 그 친구는 딸에게 자주 장난을 쳤고, 딸에게 무안주는 말을 자주 한다고 들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단다. 갑자기 큰 방귀 소리와 함께 방귀를 뀐 그 친구가 별안간 딸의 어깨를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머! 너 여기서 방귀를 끼고 그래!" 그 소리를 들은 딸아이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황당하여있었다.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장난이 익숙한 그 친구를 딸은 불편해했다. 말버릇처럼 그 친구 때문에 학교 가기 싫다고 하는 딸에게 나는 타이르듯 말했다. "이번 기회로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많다는 걸 느꼈지? 앞으로 살면서는 더 느낄 텐데 그런 경험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자. 살다 보면 정말 이상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딸이 기분이 좋게 하교를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운동부 아이들이 전국 대회가 있어서 일주일 동안 등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막상 그 아이들이 없으니 교실 내부 학습 분위기도 좋아져서 수업도 원활하고 너무 좋다며 방긋 웃었다. 중학생이나 되었지만 마냥 아이 같은 모습에 그냥 나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돌아온 운동부 아이들은 어딘가 달라져있었다. 대회를 진행하면서 큰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정확히는 모르지만 운동부 내부에서 큰 싸움이 있었고, 문제가 된 아이를 내보내는 것으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진주에서 전학 온 친구는 한 달 반 만에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학교에서 그런 결정을 한걸 보니 문제가 있긴 있는 친구였나 보다 싶었다. 막상 친구가 다시 떠난다고 하니 딸아이는 오히려 난감해했다. 불편한 친구가 사라지긴 했지만 좋지 않게 떠나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편해졌나 보다. 이런 상황들을 겪으면서 딸아이는 한층 성장한 것 같다. 성장한 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조금씩 더 자라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사춘기 딸아이와 사십 된 엄마는 하루하루 함께 성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