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의 숨겨진 이야기
이제 혜성에 대해서도 뒷이야기를 조금 해보자. 혜성의 기원을 설명하면서 잠시 언급이 있었지만 혜성에게도 수명이 있다. 혜성은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화려해지고 장대해진 꼬리를 우주 공간에 선보인다. 하지만 결국 그만큼 자신의 질량을 방출하게 되면서 혜성으로서의 삶을 마감하게 된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근한 핼리혜성도, 자신의 핵을 계속 소진하다가 언젠가 제 수명을 다할 것이다. 이와 달리 혜성 자신이 거대 행성에 포획되어 충돌하면서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1993년 발견된 슈메이커-레비 혜성은, 발견 이듬해인 1994년 목성과 충돌하면서 장엄하게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또, 오르트구름대에서 오는 초장주기 혜성 중에는 아예 태양에 한 번만 근접했다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혜성도 있으며, 행성 또는 태양계 밖 항성의 섭동으로 인해 태양계 밖으로 영영 나가버리는 혜성도 있다.
<목성과 충돌한 슈메이커-레비 혜성의 흔적> 허블 우주 망원경
8개의 충돌 흔적이 있었다고 한다.
혜성은 출현 주기에 따라 단주기 혜성, 장주기 혜성, 그리고 비주기 혜성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출현 주기가 200년 이내인 것을 단주기 혜성이라고 하는데, 단주기 혜성의 경우 근원지가 대부분 카이퍼벨트 안쪽이다. 한편 주기가 200년이 넘는 것을 장주기 혜성이라고 하는데, 주기가 긴 것은 수십만 년에 이르는 것도 있다. 이처럼 주기가 너무 길거나, 아예 한 번만 태양에 근접하고 마는 혜성을 일컬어 비주기 혜성이라고도 한다. 장주기 또는 비주기 혜성의 대부분은 오르트구름대에 근원지를 두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태양계에는 얼마나 많은 혜성이 존재하고 있을까? 혜성 또는 예비 혜성의 숫자는 알 수 없다. 혜성의 고향이라 할 카이퍼벨트나 오르트구름대가 너무 멀어서 정확한 관측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분포대가 워낙 넓어 그 수를 파악하기 어려워서다. 다만 태양계 내에는 최소 수천억 개에 이르는 혜성의 씨앗이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예비 혜성의 숫자가 수조 개에 달할 것이라 단언하기도 했다.
지구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데는 혜성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반론이 만만치 않지만 지구에 물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거대 얼음 혜성과의 충돌 덕분이라는 설이 있는가 하면, 유기물질을 함유한 혜성과의 충돌 덕분에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설도 있다. 이러한 가설들은,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혜성이 우리 지구에 미친 선한 영향을 시사하고 있다. 반면 혜성은 지구의 안위에 많은 위협을 가하고 있기도 하다. 소행성 충돌설에 따른 6500만 년 전 공룡 멸종 사건은, 소행성이 아닌 혜성의 잔해에 의한 비극이었을 수도 있다. 1908년도에 있었던 퉁구스카 대폭발 사건은 혜성의 잔해가 일으킨 폭발임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혜성이라는 존재가 지구에 가한 악한 영향의 사례일 것이다. ‘혜성같이’ 화려하게 등장하는 기린아이자, 재앙의 씨앗을 품고 돌아오는 탕아와도 같은 혜성의 두 얼굴이다.
우리들의 사촌이자 태양계의 당당한 일원인,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고이 간직한 채 한 번씩 고개를 내밀며 우리들을 두렵게도 했고, 설레게도 하는 방랑자 혜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혜성같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