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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에서 인류까지 26 태양계 에필로그

태양계 에필로그

by 할리데이

우리는 조금 전, 우리의 보금자리인 태양계로의 여행을 다녀 왔다. 짧지 않은 여정이었다. 우리는 이 여행을 통해 태양계와, 태양과, 행성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생성과정과 각각의 특징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과거에 있었음직한 일들과 현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며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것을 주관적으로 다시 한번 들여다보자. 경각심이라는 주관적 감정을 갖고서 말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소행성대에는 지름 100킬로미터가 넘는 소행성이 200개 정도 있다. 1킬로미터가 넘는 것은 200만 개에 달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들 소행성 대부분은 우리 지구에 어떤 위협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레귤러(regular)’한 경우에 한하는 이야기다. 자기 공전궤도를 별다른 이상 없이 안정적으로 운행해줄 때의 이야기이자 별다른 변수가 작용하지 않을 때만 해당하는 이야기라는 말이다. 그러나 우주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늘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목성은, 중력이라는 이름의 강력한 손으로 지금도 인근 소행성대를 마구 휘젓고 있다. 그 손놀림에 의해 수많은 소행성 중 어느 하나가 방향을 바꾸어 언제 우리에게로 돌진할지 모른다. 지금까지 밝혀낸 바에 의하면 자신의 궤도를 벗어나 지구로 접근하고 있는, 그리고 그 궤도가 예측 불가인 소행성이 7,000개 정도나 된다고 한다. 더구나 그중에는 지름이 1킬로미터 이상인 것만 해도 1,000개나 된다고 한다. 만약 1킬로미터가 넘는 물체가 지구와 충돌한다면 지구의 거의 모든 생명체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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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충돌하는 소행성, 상상도>


우주는 냉정하지 않다. 굳이 온정적이지도 않다. 그저 우연이라는 기제를 작동시키며 우주적 임무를 수행해갈 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우연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혹스러운 순간이다. 한때, 지구를 지배하던 거대한 공룡들도 우주라는 공간에서 한 점 티끌처럼 사라져 갔을 뿐이다. 우리 존재의 나약함을 깨달아야 하는 이유다. 살아있는 동안 세상 만물에 대해 우리가 겸손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태양계'장을 마치고, '달 이야기'장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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