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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에서 인류까지 29 달 이야기 / 프로필 ②-②

우주 > 달 이야기 > 프로필 ②-② 찬란한 우주쇼! 일식 그리고 월식

by 할리데이

이제 삭망(朔望)주기에* 대해서 잠깐 살펴보자. 삭망주기란 보름달이 떴다가 다음 보름달이 뜰 때까지의 주기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런데 위의 프로필에서 보듯 달의 공전주기와 삭망주기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달의 초상> 편에서 이야기하겠지만 달의 겉모습 변화는 달의 공전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달의 공전주기와 삭망주기는 당연히 일치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여기서 돌발 요인이 하나 작용한다. 바로 지구의 공전이다. 달이 나름 최선을 다해서 지구 주위를 열심히 돌아 한 바퀴를 돌고 나면(공전을 하고 나면), 그 27.3일에 해당하는 시간의 거리만큼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게 되고, 또 그 만큼 지구의 남중(南中) 각도가 차이나게 된다. 약 30°도 정도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것을 달의 궤도상 거리로 환산하면 20만킬로미터 정도가 된다. 이 거리를 달이 또 달려가는데 이틀이 더 소요되는 것이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달의 삭망주기는 공전주기인 27.3일보다 이틀 정도 더 긴 29.5일이 된다.

[*보름달이 뜨는 것을 망(望), 달이 뜨지 않는 것을 삭(朔)이라고 한다. 그런데 삭의 경우, 사실은 달이 뜨지 않는게 아니라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일직선으로 위치하게 되어서 태양의 빛에 가려 달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일 뿐이다. 실제로는 ‘삭’일 때 달과 태양은 같이 뜨고 진다.]


위의 프로필에 궤도기울기라는 말이 있다. 궤도기울기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면과 달이 지구를 도는 공전궤도면의 차이나는 각도를 의미하는 말이다. 달의 궤도기울기는 5° 정도이다. 그런데 5°에 불과한 이 기울기가 아주 재미있는 장난을 친다. 지구와 달, 그리고 태양을 상대로 일식과 월식이라는 무궁무진한 마법을 펼치는 것이다.

만약 달의 궤도기울기가 없다면, 다시 말해 지구의 공전궤도면과 달의 공전궤도면이 일치하였다면 찜맛 없게도 우리는 매달 한 번씩 일식과 월식을 보아야 한다. ‘태양-지구-달(월식)’과 ‘태양-달-지구(일식)’가 한달에 한 번씩 무조건 정확한 일직선상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5°로 기울어진 각도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주 가끔씩 이벤트로 일식과 월식을 선보여 줄 뿐이다. 가끔씩 일어나는 그 이벤트에 우리는 환호하며 우주쇼를 감상한다. 그렇다면 일식과 월식은 어떻게 일어날까? 그림에서 설명했듯 지구의 공전궤도면(黃道)과 달의 공전궤도면(白道)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태양과 달과 지구가 또는 태양과 지구와 달이 정확하게 일직선상에 놓일 때가 있다. 그때 일식(日蝕) 또는 월식(月蝕)이 일어나는 것이다. 달이 정면으로 태양을 가로막으면서 태양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을 일식이라 하고, 그것과는 반대로 지구가 달에 대해 정면으로 태양을 가로막으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 달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을 월식이라 한다. 또 일식이나 월식에 의해 태양이나 달의 전체가 가려지는 것을 개기일‧월식이라 하고 부분이 가려지는 것을 부분일‧월식이라 한다. 일식의 경우 드물게 금환일식(金環日蝕)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달이 지구와의 원지점에 있을 때 달의 겉보기 지름이 작아지기 때문에 태양을 다 가리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마치 금반지처럼 보인다고 해서 금환(金環, 금반지)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월식의 경우, 개기월식일 때에도 지구에서는 희미하게나마 달이 보인다. 지구의 대기에서 산란된 빛이 달에 반사되면서 달이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때 붉은색의 긴 파장을 지닌 빛만 달에 도달하기 때문에 달이 피처럼 붉게 보인다. 그래서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때의 달을 혈월(血月‧영어로는 Red Moon)이라고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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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달의 궤도 기울기 / 아래, 달의 궤도 기울기에 따른 일식과 월식의 발생 포인트>

그림에 표시한 진한 점이 지구의 공전면과 달의 공전면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이 그림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태양-지구-달’을 비스듬하게 표현하였지만 실제로는 태양과 지구와 달이 일직선을 이룰 때 교차지점이 발생한다. 그때 일식(태양-달-지구 일직선)과 월식(태양-지구-달 일직선)이 일어난다.


지구와 달의 크기 차이로 인해 일식과 월식은 지구의 관측자 시점(視點)마다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월식의 경우는 지구가 달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월식이 발생할 때 지구 대부분의 지역에서 월식을 거의 동시에 관찰할 수 있지만, 일식은 조금 다르다. 달이 지구보다 작아서 달의 그림자가 지구의 일부분만을 가리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일식 현상이 지구의 모든 지역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 어느 한 지역에서 일식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는 일식을 관찰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 같은 이유로 지구 차원에서는 일식이 1년에 2회 정도 발생하지만, 특정 지역에서 일식이 발생하는 것은 몇 년에 한 번 정도에 그칠 뿐이다.

만약 달의 궤도기울기가 없어서 일식과 월식이 매월 일어난다면 조금은 밋밋할 것이다. 너무나도 흔한 일상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궤도기울기 덕분에 우리는 가끔씩 일어나는 월식과,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랜 간격으로 찾아오는 일식이라는 우주쇼를 감상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우주적 우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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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부분월식 / 아래 월하정인(月下情人)>

아래 그림은 혜원 신윤복이 달빛 아래에서 밀회를 즐기는 연인들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 속의 달은 월식 때의 달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의 화제(畫題, 그림 속의 시)에 삼경(三更, 밤 11~1시)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즉 월하정인은 아주 깊은 밤이 시간적 배경인데, 그림 속의 달이 마치 초저녁에 뜨는 초승달 또는 이른 새벽에 뜨는 그믐달의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초승달과 그믐달의 볼록한 부분은 절대 위로 향하지 않는데, 그림 속에서는 볼록한 부분이 위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은 그림 속의 달을 1793년 8월 21일 일어난 부분월식을 그린 것이라며 아예 날짜까지 특정했다. 그림 속의 달 모양 또한 전형적인 부분월식 때의 달 모양이다. 왼편의 부분월식 사진과 모양이 거의 흡사하다.


달의 프로필에 따른 에피소드는 아직 많다. 타원을 그리는 궤도의 성질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보는 달의 크기는 그때그때 달라지고 있다. 우리가 슈퍼문이라 말하는 그 달은 달이 지구의 근지점(近地點)에 왔을 때 뜨는 보름달을 말한다. 이때의 달은 지구의 원지점에 있을 때의 달보다 겉보기 지름이 11.7퍼센트나 크다. 엄청난 크기 차이이다. 밝기 또한 훨씬 더 밝아진다. 원지점에서의 달의 겉보기 지름은 현저히 작아지는데, 우리는 그 덕분에 앞서 이야기했듯 금환일식이라는 우주쇼를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또 달은 질량이 지구의 약 80분의 1에 지나지 않아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달에 발을 디딘 우주인들이 한결같이 달에서의 실제 이동이 지구에서의 훈련보다 훨씬 수월했다고 말하는 것은 줄어든 중력으로 몸과 우주복의 무게가 현저하게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달은 태양계의 위성 중에서 유별난 크기를 자랑한다. 절대 크기로도 다섯 번째의 위상을 자랑하지만 모행성 대비 상대 크기는 압도적으로 크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위성인 가니메데의 경우 모행성인 목성 대비 질량이 약 13,000분의 1에 불과한데 비해 달은 80분의 1 정도에 이를 정도로 상대 크기가 크다.

달은 또 여느 천체, 여느 사물과 달리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겉보기 모습(위상, 位相)이 달라지는 것이다. 또 가끔씩은 손위뻘인 지구에게 행패도 부린다. 밀물과 썰물이라는 마술을 걸면서 말이다.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그것들도 하나씩 알아보자.



<프로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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