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 달 이야기 > 달의 초상 ③-① 26개의 얼굴
이제 달의 초상, 즉 달의 얼굴에 관한 이야기다. 달은 매일매일 다른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때론 밤의 저편으로 얼굴을 깊숙이 감추기도 하지만, 한 달 내내 모습을 바꿔가며 우리들에게 다정하게 얼굴을 내민다. 달의 이러한 겉모습 변화는 너무나도 명료해서, 문명이 싹틀 무렵의 고대인들도 변화의 양상과 주기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주기를 이용해 달력이란 것을 만들 수 있었고,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달의 위상 변화가 인류의 문명 발달에 촉매가 되어 준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달을 관측하던 탐구심은 인간의 과학을 향한 탐구심의 출발점이 되어 주기까지 했다. 천(千)의 얼굴을 가진, 정확하게는 26개의 얼굴을 가진 달의 모습을 살짝 들여다보자.
달이 26개의 얼굴을 가지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달은 태양과 달리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의 빛을 받아 반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구의 둘레를 공전하기 때문이다. 달은 태양을 향한 면이 햇빛을 반사하면서 달빛을 내고 있다. 따라서 월구(月球)의 반쪽은 항상 빛을 발산하고―반사하고― 있지만, 나머지 반쪽은 어두운 그림자에 쌓여 있다. 태양을 등지고 있는 반대쪽은 관찰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때 햇빛을 반사하는 면과 반사하지 않는 면의 경계선이 생기는데 달의 공전에 따른 그 경계선의 위치 변화가 우리가 보는 달의 모습 즉 위상의 변화다.
달이 지구를 공전하면서 ‘태양-지구-달’의 순으로 일직선에 위치하게 되면 지구에서는 달의 둥근 모습 전체를 보게 되고(망, 보름달), ‘태양-달-지구’ 순으로 일직선상에 놓이게 되면 달이 태양을 등지게 되어 달을 볼 수가 없게 된다(삭, 그믐). 그리고 달이 공전을 함에 따라―날짜가 지남에 따라― 지구에서 보는 달의 경계선 각도가 조금씩 달라지면서 달의 모습 또한 조금씩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달은 삭망주기의 날수만큼이나 다양한 얼굴을 갖게 된다. 따라서 달은 삭망주기가 29.5일이므로 29개 또는 30개의 모습을 띠고 있어야 하겠지만, 현실에서는 삭을 전후해 3~4일 동안 달을 볼 수 없다. 26일 정도만 달이 뜨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달은 26개의 얼굴을 가진 밤의 변검술사가 되는 것이다.
<③-② 초승달에서 보름달까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