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 달 이야기 > 달의 기원
지금까지 우리는 달의 프로필을 비롯, 스물여섯 가지의 얼굴들과, 달이 지구에게 끼치는 영향력 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보다 근원적인 질문에는 다가가지 않았다. 달의 기원에 관한 질문에 말이다. 달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아니 어쩌면 어딘가로부터 우리에게로 와준 것은 아닐까? 달은 우리 지구의 자식일까, 아니면 형제일까? 이제 그 답을 찾는 여정을 시작해 보자.
달의 탄생과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쾌하게 증명된 이론이 없다. ‘충돌설’이라는 유력한 가설이 있긴 하지만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다. 충돌설 이외에도 시대별로 달의 탄생에 관한 가설들이 등장하면서 그때그때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기도 했지만 그것들이 가지는 이론적 허점이나, 사실관계와의 불부합 등으로, 충돌설을 제외한 다른 가설들은 모두 퇴장한 상태다. 물론 충돌설 또한 이론상 몇 가지 허점이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가설로 인정받고 있다. 이제까지 등장했던 네 개의 주요한 가설들인 분리설, 포획설, 쌍둥이설 그리고 충돌설을 만나보자.
먼저 분리설이다. 분리설은 조지 다윈(George Darwin, 1845~1912, 영국 / 찰스 다윈의 아들)에 의해 제기된 가설로, 지구가 생성 초기에는 매우 빠르게 자전을 했기 때문에 그 원심력으로 적도 부근의 땅덩이가 튕겨 나가면서 달이 되었다는 설이다. 때마침 이 가설은, 바다로 메워진 태평양이 달로 떨어져 나간 흔적이라는 주장이 함께 제기되면서 20세기 초까지 유력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구에서 달 크기 정도의 땅덩이가 떨어져 나가기에는 지구의 자전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과 태평양이 약 7~8억 년 전경에 생성되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 가설은 자연스레 퇴장하게 되었다.
다음은 포획설이다. 태양계의 다른 곳에서 독자적으로 달이 생성되었지만, 지구 궤도 인근을 지나가던 달이 우연히 지구의 인력에 포획되었다는 설이다. 달은 행성의 위성치곤, 모행성(지구)의 크기에 비해 지나칠 정도의 큰 크기를 가져 있다. 포획설은 이 문제를 말끔히 해소할 수 있다는 이론적인 장점이 있다. 하지만 포획설은 달과 지구의 유사점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달이 태양계의 다른 곳에서 온 손님이라 하기에는 구성 성분이 지구와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구 근처를 지나가던 천체가 지구에 딸려 들어오거나, 밖으로 튕겨 나가지 않고 이렇게 안정적인 궤도를 가지게 되는 것은 가능성이 상당히 희박하다고 한다.
이제 쌍둥이설이다. 먼 옛날 태양계의 미행성들이 결합하면서 지구가 만들어질 무렵, 지구의 중력에 흡수되지 않고 남은 미행성들이 지구 주위를 배회하면서 달이 만들어졌다는 설이다. 목성이나 토성의 주요 위성들이 만들어진 방식이기도 하다. 동시탄생설이라고도 불리는 이 쌍둥이설은, 달이 조그마한 핵을 갖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한다. 지구의 경우 철이 많이 함유된 큰 핵을 갖고 있는데, 만약 지구와 달이 동시에 생성되었다면 지구와 달은 비슷한 성상(性狀, 성질과 상태)과 양상(樣相)을 띠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먼저 등장했던 세 가지 가설들은 이론상 또는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허점들 때문에,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충돌설 혹은 거대충돌가설이라 불리는 유력한 가설의 등장에 따라 사실상 퇴장당하고 말았다.
충돌설(거대충돌가설, Giant-impact hypothesis / Big Splash)은 지구가 생성되고 난 직후인 약 45억 년 전쯤 화성 크기 만한 가상의 행성체가 지구와 충돌하면서 그 파편이 모여서 달이 탄생하였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에 따른다면 지구의 맨틀 부분이 파편으로 튀어 나갔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다면 달의 핵을 비롯한 암석들의 성분과 밀도가 지구의 맨틀과 유사한 점이 설명될 수 있다고 한다. 또 지구와 달의 산소동위원소 비율이 일치한다는 점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가설은 빅뱅이론을 증명하듯 직접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지만 고도화된 시뮬레이션을 통해 간접적으로 증명되었다. 그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충돌체의 크기가 지금의 화성 정도의 크기는 되어야 한다고 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그 가상의 행성체를 테이아(Theia)*라는 그리스 신화 속 여신의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다.
[*그리스 신화 속의 여신으로 태양의 신인 헬리오스와 달의 신인 셀레네의 어머니다. 헬리오스와 셀레네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초기 버전이다.]
그리고 이 충돌설은 태양계의 행성 생성 과정과도 부합한다고 한다. 행성들은 두 단계 또는 세 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생성되는데 지구의 경우 세 단계의 과정을 모두 거치며 지금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고, 그 과정에 달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태양계의 형성> 편에서 이야기했듯 원시태양계의 원반에서 성간 물질들이 강착에 의해 미행성으로 자라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고, 이 미행성들이 중력으로 결합해서 행성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 두 번째 단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렇게 행성으로 이미 성장한 두 천체가 서로 충돌하면서 결합한 것이 세 번째 단계이자 우리 지구가 생성된 과정이기도 하다. 이때의 충돌 여파로 원시지구와 테이아 간의 몸이 마구 뒤섞이며 지구 본체가 생성되고, 밖으로 튕겨 나간 파편들이 서로 뭉치면서 달이 된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 충돌설 역시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또 다른 유력한 가설이 등장하면 앞선 세 가설들처럼 쓸쓸히 퇴장할 수도 있다. 다만 현재까지 이를 대체할 가설이 등장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고도화된 시뮬레이션을 적용할수록 가설의 타당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