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에서 만난 뿔 달린 동상
말로는 들었었다. 미국 내 여러 도시 내에서도 흔히 염소를 고용해서 잔디 청소도 하고 해충도 죽이고 한다고.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바로 내가 평상시 지나다니는 건널목에 우물우물대는 뿔 달린 애들이 휙 목격될 줄이야. 우리 집 앞에 커다란 버스 주차장이 있는데, 그 경계 언덕배기에 잡목과 풀이 우거진 부분이 조금 있다. 나는 건널목을 건너다가, 웬 황소 모양의 동상이 곁눈으로 보이길래, ‘아니 이런 담벼락 옆에 웬 동물 동상?’ 의아해하며 도시인의 빠른 걷기 속도로 휙 지나가려는 찰나, 그 동상 같이 보이던 덩어리가 움직이는 것이다! 훕 —. 하고 멈춰 섰다. 다시 또렷이 쳐다보았다. 염소였어. 그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니라 여기저기 거의 열 마리는 되는 떼로. 각자 모인 듯 흩어진 듯, 능청스럽고 평화롭게 풀과 나뭇가지를 뜯고 있었다. ‘이것이 지난달에 기랄델리 스퀘어에서 친구랑 농담반으로 염소 대여 비즈니스를 해볼까 했던 그 염소 조경사들이구나!’ 싶었고, 반가웠다.
염소의 도시 임용에 대해 좀 찾아봤다. ‘Hiring goats for bush clearing.’ ‘Affordable land cleaning.’ ‘Rent a goat for land clearing’ 등등의 기사가 보였다. 염소들의 열 일 함은 Land Clearing/Brush Clearing으로 요약되는 듯했다. 한 달에 1 에이커의 땅을 염소의 힘을 빌어 가꾸는데 4-8마리가 동원되고, 한 마리당 $400-$1000를 지불한다고. 염소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한 마리만 고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보통 1 에이커 미만의 땅에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귀엽기도 하지만 이 염소 조경사들은 환경 친화적이다. 그들의 방목 습성은 침입 식물을 제거하고 토종 식물의 성장을 촉진해,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자연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이로 인해 침식 방지, 산소 생산 증가, 이산화탄소 감소, 수분(꽃가루받이) 활성화 등 여러 이점이 뒤따른다. 또 일하면서 생성된 염소똥은 거름으로 쓰이게 되어 일석이조라고. 염소는 언덕배기와 좁은 협곡 같은 다양한 지형에 쉽게 돌아다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의 손길이 닿기 힘든 구석구석을 잘 치워주기까지 하다고. 하지만 이런 염소들에게도 독이 되는 식물들이 있으니, 진달래/철쭉, 옻나무, 가지과 독초(nightshade), 아메리카 담쟁이(virginia creeper) 덩굴 같은 것들이다. 염소 회사는 미리 서비스가 필요한 공간 사진을 검사하고, 이런 식물들이 있지는 않은지 조사한다.
혹시 이런 귀여운 사업 모델에 관심 있는 사람은, 초기 비용도 저렴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길 바란다. (염소 대여 비즈니스는 최소 $2000-$5000의 비용이 든다. 염소 구매, 염소 우리 관리 비용, 염소 수송 관련 비용(stock trailer 등), 사료 및 동물 병원비, 마케팅/프로모션/보험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 대체적으로, 염소는 번식도 빠르고, 키우는데 사료가 많이 들지 않아 신통방통한 직원이 될 수 있다.
언덕을 우물거리며 거닐던 그 염소들.
오늘 내가 만난 부지런한 샌프란시스코 일꾼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