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치 쇼츠·국기 반바지·디아스포라
나에게는 레게톤 리듬이 너무 단순하고 재미 없었다.
솔직히 시끄러웠다. 동부에 살 때, Boricua든 Dominican이든, Salvadoran이든, 주말마다 밤새 길거리에 차 세워놓고 크게 레게톤 머렝게 살사 음악을 틀어대며 파티하는 그들이 밉고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다시금 미안합니다. 제가 지식과 생각이 짧았어요.
2022년 라틴 댄스 수업 시간에 쿠바 출신 선생님이 Bad Bunny의 Tití Me Preguntó로 안무한 것을 배우면서, 이 노래는 가사도 모른채 몸으로 먼저 익힌 곡이 되어 버렸다. 엉덩이가 들썩들썩 신나기도 했고, 팝피하기도 했고, 마스터링도 왠지 세련되고. 방방 뛰듯 경쾌하면서도 묘하게 침착한 중저음 목소리. 그래서 그의 이름을 기억했고, Un Verano Sin Ti (2022) 앨범 전체를 들으며 특히 El Apagón 같은 곡에 반했었다. 가사를 몰라도 들으면 가슴 어딘가를 치는 듯한 드럼. 그런 드럼 반주로 곡이 시작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3년 후, 아마존 프라임에서, 그의 No Me Quiero Ir de Aquí (I Don’t Want to Leave Here) 콘서트 레지던시 마지막 공연을 라이브로 보게 됐다.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PR)를 강타한지 딱 8년이 되는 9월 20일에 열린 공연. 이 공연을 보고 나는 “Bed Bunny라는 음악가는 후대에, 2020년 초중반을 대표하는 독보적인 뮤지션이었다고 기억될 것”이라는 뉴요커 아티클(Sept. 22, 2055 “Runaway Bunny” by Kelefa Sanneh)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되었다.
그의 푸에르토리코(PR)에 대한 사랑은, 그저 가사나 음악만 아닌, 공연 전체 기획 차원에서도 드러난다. PR의 과거, 현재, 미래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Bad Bunny의 의도를 무대에 리얼하게 표현한 건축가, 무대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의상 스타일리스트 리드가 모두 PR 출신 여성들이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Mayna Magruder; 아트 디렉터 Natalia Rosa; 올해 Bad Bunny의 Met Gala 의상을 디자인한 Neysha De León; PR 해변 로컬 룩을 간지있게 표현한 패션 디자이너 Yayi Perez 등)
PR에는 3백만 명 가량의 인구가 살고 있고, 미국내 머무르는 PR인들은 6백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번 앨범 Debí Tirar Más Fotos (2025) 월드 투어에서 미국은 제외되었는데, Bad Bunny에 의하면 자신의 콘서트에 팬들이 왔다가 ICE에 잡혀가게 되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수익률 좋은 미국 내에서의 공연을 뒤로 하고, 안정을 위해 팬을 저버리지 않고, 동선을 바꿔 시스템을 우회했다. 전 세계 팬을 PR로 불러 경제적 이익과 세계적 관심을 동시에 끌어냈다.
7월 11일에 시작해서 9월 20일까지, 30회의 공연 중 첫 9번의 공연은 PR 주민들에게만 오픈했다. 공연 티켓도 미국 내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35불-250불 선이었다고 한다. 제2의 공연 무대용으로 지어진 casita에는 유명한 연예인들(LeBron James, John Hamm, Austin Butler, Darren Aronofsky, Kylian Mbappé, Penélope Cruz and Javier Bardem등)이 대거 초대되었고, 무작위로 관객을 뽑기도, 어느 날은 무대 건축에 관련된 PR 스태프 들로만으로 casita 손님 명단을 채우기도 했다고. 이런 이벤트 기획은, 진심으로 PR의, PR을 위한, PR에 의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에 더해 이민/디아스포라가 겪는 불안과 자주권의 감각이라는 보편성으로, 국적 불문하고 전세계 이민자들을 감동시켰다고.
지난 해 공화당 대선 캠페인에서 코메디언 Tony Hinchcliffe가 PR을 ‘floating island of garbage’라고 폄하한 것에 대해 강하게 목소리를 높였을 때처럼, Bad Bunny는 지속적으로 트럼프 정권에 빅 엿을 날리고 있다.
그의 올여름의 영향력을 간단하게 숫자로 살펴 본다면:
비수기인 7-9월 PR 현지 공연으로 PR에 약 60만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푸에르토리코의 국내총생산(GDP)이 4억달러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Amazon live streaming 역사상 최대인 뷰어 11.2 M를 기록하기도 했다.
PR에 대한 Bad Bunny의 사랑과 자부심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식민주의와 자본주의 우선의 질서에 대한 문화적 싸움에 불을 붙인 것이라고 믿고 싶다.
Viva Benito Antonio Martínez Ocasio! Viva Puerto Rico! Viva resistance!
마지막으로 그의 새 앨범에 들어 있는 〈LO QUE LE PASÓ A HAWAii〉 가사를 영어 번역으로 다시 읽으며, 그의 음악이 전하는 메시지를 되새겨 본다.
They want to take my river and my beach too /
They want my neighborhood and grandma to leave …
Don’t let them do to you what happened to Hawaii.
가사 전문은 여기에서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