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입김

by 맑음

그리고, 1981년 가을이 끝나갈 때쯤,

순이는 세 번째 아이를 낳았다.


이번엔 처음으로 병원에서 출산했지만,

또 딸이라는 소식에 순이를 데리러 온 사람은

시어머니도, 남편도 아니였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선 건,

이제 고등학생이 된 동명이었다.

교복을 입은 그가 가방끈을 손에 꼭 쥐고,

시선은 바닥을 보며 서있었다.


동명은 시어머니가 재혼해 낳은 막내 도련님이었다.

남편을 비롯한 형제들과는 다른 눈빛,

상꺼플 진 또렷한 그의 눈동자에는 온기가 있었다.


“형수님, 집으로 가세요…”


변성기가 막 지난 그 목소리에 기댈 수 밖에 없었다.

순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부축을 받아 병원을 나섰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순이는 또 한 번 현실을 마주했다.


남편은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시어머니는 이미 순이의 방에

다른 세입자를 들여놓은 상태였다.


순이가 몸조리할 곳은

난방조차 되지 않는 쪽방 이였다.

연탄을 쌓아두던 창고였던 듯했다.


바닥에 요를 펴고 몸을 뉘인 순이는

갓 태어난 아기를 조심스레 가슴 위에 올렸다.


바닥에서 스며드는 냉기,

문틈 사이로 삐져들어 오는 겨울바람.

그 사이에서 아기가 작게 몸을 움찔이면

순이는 가슴께로 아이를 더 바짝 끌어안았다.


아기가 울때마다 작은 입에서

하얗고 여린 입김이 폼폼 새어 나왔다.


그 입김을 보며 순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기는 11월에 태어나

다음해 봄이 될 때까지

그 쪽방에서 엄마와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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