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앳? 도그? 그거시 머시여, 아따, 배꼽
빠지것다잉~"
복이는 순이가 영어 단어들을 중얼거릴 때마다
더 크게 따라하며 웃었다.
웃을 땐 눈이 반달이 됐다.
통통한 볼이 더 봉긋 솟았다.
이름처럼 복스러운 막내딸 그대로였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그 사랑은 온통 복이 차지였다.
같은 잘못 해도,
아버지가 나서서 언니들만 혼내셨다.
든든한 내 편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엄마 같던 큰언니마저 시집을 가고 나니,
세상이 하나씩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순이마저 조카들과 나눠야 하니 더 속이
상했다.
조카를 등에 업고 밥을 하고,
집안 일을 하느라 순이는 늘 바빴다.
게다가 순이는 동네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누가 봐도 다들 순이를 좋아했다.
복이 친구들도, 그 친구의 친구들도
모두 순이랑 놀고 싶어했다.
아이들은 대문을 밀고 들어왔다가도,
순이가 없는걸 확인하고는 발길을 돌렸다.
어릴 적만 해도
작고 말라 볼품없던 순이.
복이와 다르게 까만 살결,
앙상한 손목, 흙먼지 묻은 발,
그런데 해가 갈수록 달라졌다.
눈빛은 깊어지고,
입매에는 단단한 선이 생겼다.
그건…
시골 마을 어디에도 없는 얼굴이었다.
복이는 그게 싫었다.
사람들의 눈길이 자꾸 순이에게 향할수록,
복이는 자꾸 더 작아졌다.
복이도 순이를 좋아했지만,
그 마음은 종종 뾰루퉁한 얼굴로,
심술 섞인 말로 나왔다.
놀릴 거리가 생기면 놀렸고,
장난을 칠 기회가 있으면 참지 않았다.
그럴 때면 순이는 그냥 웃어 넘기거나,
그저 조용히 받아냈다.
그래서 복이는 순이가 더 미웠다.
그 미움은 사랑의 반대가 아니라,
사랑이 너무 커서 생긴 그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