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나는 이혼했다.
이혼은 단지 하나의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닌 그 관계를 통해 연결되었던 여러 관계들과의 이별, 새롭게 관계 맺기로 수많은 감정의 무게가 동반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 이별을 온전히 애도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살아간다.
나 또한 그랬다.
이혼 전 나는 1년이 조금 넘게 별거의 시간을 가졌다.
내가 전처럼 그를 쳐다볼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서로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와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집인 1505호를 뛰쳐나왔다.
그 뒤로는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돈을 벌어야 했고, 함께 했던 일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했고, 살던 집을 정리해야 했으며 현실적으로 처리할 일들로 하루하루가 바빴다. 그와 동시에 상처받은 가족들을 위로하고, 연결된 관계들에 최대한 담담히 상황을 공유했다. 그리고 그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기를 거리를 두고 지켜보면서도 나의 사람들에게 내 걱정을 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느라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었다. 순간적으로 위험 신호가 올 때도 있었지만 스스로를 적당히 잘 어르고 달래서 현실을 살아가게 했다.
그리고 이혼,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났고 나름 건강하게 잘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2년 전 심리검사를 통해 우울증 수치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정신과 치료를 진행하면서 이 ‘이혼’의 과정이 나에게 생각보다도 더 큰 아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그때 ‘건강한 척’하려 했던 나로 인해 내가 많이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
말로만 아프다는 게 아니고, 정말 내가 아팠구나, 그리고 아프구나를 인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더 울고, 더 위로하고, 더 다독여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나니 그제야 진심으로 한층 마음이 가벼워졌다.
2025년, 이제는 이혼과 이별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같이 산 시간만큼 이혼하고 혼자 산 시간이 흘렀고, 마음의 저릿한 감정이 슬슬 무뎌졌다.
어쩔 줄 몰라서 버리지 못했던 반지와 사진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실제 물건들은 사라지겠지만 그 순간을, 그리고 앞서 지나가버린 순간을 아예 잊고 싶지는 않다는 모순적인 나의 마음은 이 과정을 기록하고 작업화하겠다는 마음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여러 형태로 기록하기 위해, 또한 변화하는 나의 마음을 나누며 이 과정을 함께 바라봐 줄 친구 예술가들을 초대했다.
그렇게 이혼과 이별하는 깊지만 담담한, 애틋하고 찬란한 시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