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1505호] 4장, 너랑 노는 게 제일 재밌었어

by she

이렇게나 잘 맞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와의 삶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그가 잘 맞춰줄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사람이었고, 나의 수많은 모습을 잘 알고 만난 사람이었기에, 그가 그만큼 배려해 주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게 그에게 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내가 손을 들면 너는 어김없이 손을 들었다.

무작정 떠나는 여행, 갑자기 나서는 산책.

비가 오는 날이면 파전에 막걸리, 추운 겨울이 되면 과메기에, 소주 더운 여름날에는 노상에서 맥주를.

우리는 언젠가 고무 대야에 얼음과 술을 넣어두고 유흥부부 이름으로 버스킹을 하자고 했었다.

나는 너랑 노는 게 제일 재밌었다.

옷 속에 모래가 가득해져도, 아무도 없는 섬에서 라면만 먹어도, 밤 하늘 별빛을 조명으로 무반주 댄스를 출 때도.

돈이 없어서 모은 동전으로 시장 통닭 한 마리를 사와 서로 닭다리 먹으라고 싸울 때도, 밤새 미드만 봐도, 하루 종일 수다만 떨어도 그냥 전부 신기할 정도로 재밌었다.

친구가 별로 없는 나에게 너는 가장 가까운 친구였고, 형제가 없는 나에게 너는 형제였다.

너는 긴장했던 내 삶의 시원한 숨이었고, 답답했던 내 삶의 소화제였으며, 딱딱했던 마음의 달콤한 버터였고, 겁 많은 사자의 용기였다.

무엇보다 그 시절 내가 가장 사랑한, 가장 믿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너에게 나는 독이었을까?

어쩌면 나는 독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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