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도시의 함정과 가능성

우리는 정말 자유로워지고 있는가?

by 엉클디
Times-Square-GettyImages-2183262391-CUS.jpg (사진 출처: 가브리엘 말틴티/게티 이미지)

화려한 디지털 광고판 뒤의 진실


길을 걸어가다 보면 요즘 참 신기한 광고판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화면이 바뀌고, 스마트폰으로 뭔가 할 수 있게 해주는 디지털 전광판들 말이다. 업계에서는 이걸 'ID-OOH'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부르더라. 보행자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맞춤형 콘텐츠를 보여준다는 거다.


그런데 잠깐, 뭔가 이상하지 않나? 우리는 과연 이 화려한 디지털 세상에서 정말 자유로워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더 교묘하게 조종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미학이라는 이름의 통제술


요즘 도시 곳곳에 등장하는 이런 디지털 매체들을 보면, 참 그럴듯해 보인다. "시민 참여형 콘텐츠", "데이터 시각화", "인터랙티브 아트" 같은 멋진 말들로 포장되어 있으니까. 마치 우리가 도시와 소통하고, 더 나은 미적 경험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뉴욕의 LinkNYC 사례를 보면, 겉으로는 시민들에게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친절한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모든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서 더 정교한 광고를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서울의 스마트 키오스크도 마찬가지다. "맞춤형 서비스"라는 달콤한 말 뒤에 숨은 건 결국 우리를 더 효과적으로 소비자로 만들려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처럼 포장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더 깊은 감시와 통제의 그물망에 걸려들고 있는 셈이다.

ozgHfYybJZPRtyefzbkDOaVMJzuUBbTP.png 021년 서울라이트 ‘서울해몽Ⅱ’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지금이 중요한 전환점이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 진정한 대안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만들자. 공공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고, 어떤 기준으로 콘텐츠가 만들어지는지 시민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면서 어떻게 그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겠는가?


진짜 참여의 기회를 만들자. 지금처럼 그냥 화면을 터치하는 게 참여가 아니다. 예술가, 디자이너, 지역 주민들이 함께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예술은 광고의 들러리가 아니라, 사람과 장소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힘이어야 한다.


상업성과 공공성의 균형을 잡자. 모든 콘텐츠가 광고일 필요는 없다. 일정 비율은 비영리 정보나 시민들의 목소리, 예술 작품으로 채워야 한다. 이런 '디지털 사회계약'이야말로 진정한 공공 매체의 모습이 아닐까?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스크린샷 2025-06-10 오전 11.57.47.png TRANSFORMING PUBLIC SPACES WITH MEDIA ARCHITECTURE

결국 중요한 건 이거다. 우리가 이 디지털 도시 공간에서 단순한 소비자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능동적인 시민으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선택이다. 기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기술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다.


화려한 디지털 전광판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보자. 과연 이게 나를 위한 건지, 아니면 내가 이것을 위한 건지 말이다. 그리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보자.


미래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우리의 비판과 실천, 그리고 상상력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과정에서 진정한 공공디자인의 씨앗이 싹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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