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20 꿈
그동안의 꿈들의 소재는 아이들, 고향마을, 어린 시절 내 집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이번 꿈은 마을을 이주하고 난 후, 내 마음의 심리적 공간에 관한 꿈이다.
알 2~3개가 적당한 위치에 잘 놓여있는 둥지에 뻐꾸기가 날아와 알 두 개를 낳았다.
기존 알들이 뻐꾸기 알로 인해 떨어질 듯 옆으로 밀려난다. 나는 비좁아진 둥지 안에 기존 알들을 잘 끼워 넣으며 알들을 바로 해 준다. 둥지가 터질 듯 꽉 끼지만 알들이 모두 들어갈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다행과 동시에 남의 둥지에 알을 낳은 뻐꾸기가 얄밉지만 그렇다고 알을 치울 수가 없다.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중에 어미새가 날아와 모든 알을 다 품을 수 있게 해 놓은 것이다.
새 둥지에 잘 놓여 있던 알 2~3개.
잘 놓여있는 알처럼 그동안 내가 쭉 해왔고 좋아하는 일 2~3가지가 있다. 독서모임, 상담알바 그리고 꿈 이야기를 나누는 꿈모임이다. 이 일들은 나를 돌보는 일이며, 취미생활로 안전하고 탄탄한 둥지이기도 하다. 심리적 독립을 향한 여정 중에, 경제적 독립에 대한 욕망과 시도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족스럽게 잘 굴러가는 나의 일상 저변에 자리 잡은 어두운 두 개의 그림자가 있다. 그동안 따듯하게 품기 어려웠던 아이들. 아니면 짙은 서운함으로 마음을 내기 싫었던 남편. 이 그림자들이 뻐꾸기 알로 내 둥지에 들어온다.
뻐꾸기는 그동안 아이들에 대해 품고 있던 불안, 불신, 감당하기 벅찬 것들을 내 둥지에 올려놓는다. 자신보다 이 둥지의 어미새가 더 잘 돌볼 수 있다고 믿으며, 맡기고 날아간다.
뻐꾸기는 누구일까?
바로 예전의 나다. 책임을 회피하고, 불편한 것을 외면하던 나. 그 나는 감당하기 벅찬 것들을 다른 사람들 손에 맡기고 날아가 버렸다.
예전의 나의 태도가 바로 그랬다. 내가 가르치고 돌봐야 할 것들을 다른 사람들 손에 맡겼다. 나는 그럴 에너지가 없고, 나보다 남들의 능력이 더 탁월하니 오히려 아이들에게도 좋을 수 있다고 믿으며 안심하기도 했다.
엄마의 영역은 타인이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나의 한계를 느끼며 품어주지 못했다. 그런 미안함을 안고 나는 나의 즐거움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나를 챙겼다. 그 시간이 쌓이고 쌓여, 비좁지만 무너지지 않고 품을 수 있는 둥지를 만들었다. 이번엔 뻐꾸기가 제대로 둥지를 찾은 것이다.
내 선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때론 무관심이기도 했다. 그동안 나의 걱정을 투사하는 잔소리로 관심을 주었다면, 이제는 잔소리를 멈춤과 함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방치하듯 보이는 무간섭으로 대처했다. 하지만 신경과 촉은 항상 아이들을 향했기에 무관심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남편에 대한 서운함도 있었다. 아이들 육아에 대해 함께 하길 바랐고, 내 뜻을 따라 주길 원했지만 번번이 실망했다. 그 실망감은 내가 스스로 역량을 키워가면서 줄어들었고, 비로소 남편을 이해할 수 있는 품이 생겨났다.
남편이 "애들한테 신경 좀 써라!"라는 말을 종종 하였는데, 남편 눈에는 그렇게 보였나 보다. 그 말은 본인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이기도 했다. 예전에 이 말을 들었다면 나도 같이 버럭 하였을 텐데, '그렇게 보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알겠다고 하였다.
아이들과 남편에 대한 나의 태도는 공간도 넉넉지 않은 곳에 들어온 새로운 알들이다. 의식에선 '내가 좀 변했구나!' 느꼈는데, 무의식인 꿈에서는 여전히 낯설게 느껴졌다.
이 꿈에서 모든 요소가 나를 대변하지만, 가장 핵심은 알을 재배치하는 '나'이다. 새로 들어온 알을 버리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았다. 상황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다만 둥지 안의 공간만 다시 짰을 뿐이다. 알들이 불편하지 않게,
어미새가 알을 품기 편하도록!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나의 솔직한 감정도 드러난다.
미워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다.
안심이 되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다.
나만 노력해야 한다는 게 억울하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다.
어미새가 지금은 자리를 비웠지만 곧 다시 날아올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이 믿음이 어디서 왔나 고민하다 보니 번쩍이는 섬광이 스친다.
아... 어미새는 '나'구나!
언제쯤인지 모르지만, 다음 꿈은 어미새가 둥지로 돌아와 모든 알을 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