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먹고 갈래요?
<어쩌다 사장 3>의 배경이 된 한인 마트에 없어서 못 파는 것이 김밥이었다. 이때 알았다. 김밥은 김치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을. 미국에서 ‘K-푸드 인기에 힘입어 냉동 김밥을, 줄을 서서 사 간다’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냉동 김밥이 인기 있는 이유를 어느 매체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해외에서 K-드라마, K-팝 등으로 한국 식문화에 관심을 두게 되며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한국 음식을 접했다가 이제는 익숙해져 섭취 횟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음식이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내 의견은 다르다. 김밥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속 재료를 잘 구성하면 영양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만능 음식이다. 그래서 한번 먹어 본 사람은 그 가치를 알기 때문에 외국 사람들도 이렇게 많이 찾는다. 김밥의 가치를 알기에.
나는 김밥에 진심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만들어 주고 싶은 음식 중에 하나다. 딸이 체험학습 가는 날에도, 친구들이 놀러 온다고 했을 때도 기쁜 마음으로 김밥을 준비한다. 밖에 나가면 김밥이 천국이지만… 난 나의 김밥을 고집한다.
김밥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지만 만드는 과정에 손이 많이 간다. 김밥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재료는 김, 밥, 단무지, 계란 등이다. 나머지 재료는 취향대로 준비하면 된다. 내가 가장 정성을 들이는 것은 밥이다. 압력밥솥에 밥을 짓는다. 다시마가 집에 있으면 다시마를 넣는다. 이것 하나로 윤기가 잘잘 흐르는 더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다. 이때 살아있는 밥알이 중요하기 때문에 질면 절대 안 된다. 김은 두 번 이상 구운 ‘김밥용 김’을 구입한다. 김을 사면 보통 10장이 들어있기 때문에 10줄의 재료를 준비한다. 단무지는 직접 만들기는 어렵고 마트에서 사 와서 물기를 뺀다. 계란 5개를 풀어 계란지단 만들기에 특화된 사각 팬에 두껍게 부쳐서 식힌다. 적당히 식으면 10등분 한다.
진미채 김밥, 참치 김밥, 돈가스 김밥, 매운 멸치 김밥, 샐러드 김밥, 한우 불고기 김밥 등등. 우리는 먹고 싶은 김밥을 정할 때 기본에 뭐가 더 들어가는지 본다. 취사선택이 가능한 영역이다. 내가 주로 만드는 김밥은 이렇다. 약방에 감초처럼 김밥을 맛나게 하는 숨은 공신 우엉이 꼭 들어간다. 햄과 게맛살은 바늘 가는 데 실 가는 것처럼 김밥 재료 세트에 포함된 경우가 많다. 햄은 팬에 살짝 익혀 사용하고, 게맛살은 개별 포장한 것을 반으로 잘라 쓴다. 햄과 맛살이 없을 때는 어묵을 맵게 볶아서 사용하면 좋다. 매운 어묵이 밥에 바로 닿으면 밥이 벌겋게 물드니 깻잎을 깔고 어묵을 올리면 맛도 좋고 깔끔해 보인다. 만약 김밥 만들고 매운 어묵이 남았다면 충무김밥처럼 먹으면 된다. 초록은 시금치와 오이가 담당한다. 이도 없다면 부추(정구지)가 쓰이기도 한다. 나는 주로 오이를 사용한다. 오이를 세로로 다른 재료와 비슷한 크기로 자르고 소금에서 20분 정도 절인다, 오이를 사용할 거면 시간상 오이를 먼저 절여놓고 시작하는 것이 집에서 김밥 만드는 나의 노하우이다. 당근도 빠질 수 없다. 당근을 채칼로 썰어 설탕을 조금 넣고 기름에 살짝 볶는다. 나는 사랑과 정성으로 김밥을 싼다.
재료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말아 볼까나. 예전에는 집마다 김밥을 마는 대나무 김발이 하나씩은 있었다. 우리 집에도 있었지만 잘 닦아도 왠지 좀 찜찜한 대나무 김발을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면서 과감히 비웠다. 김발 대체용품으로 종이호일이 꽤 괜찮다. 종이와 같이 김밥을 둘둘 말 수 있으니, 손의 힘이 더 잘 전달되어 단단하게 말 수 있다, 사용한 종이 호일은 남은 김밥을 통째로 휘뚜루마뚜루 보관할 때 딱이다.
먹기 직전 김밥 표면에 참기름을 발라 이날만을 기다린 칼처럼 단호하게 썬다. 접시에 김밥의 정체성을 알 수 있도록(우엉 김밥인지 참치 김밥인지 알 수 있는 순간) 단면이 잘 보이게 다소곳이 담는다. 위에서 내려 보니 전통 가옥 처마 끝을 장식하는 단청 무늬를 닮았다. 화룡점정으로 통깨를 뿌려준다. 고소한 냄새가 뇌를 자극해 젓가락이 벌써 가 있다. 다양한 재료를 밥이 품어주고 김이 감싸줘서 환상의 맛을 만든다.
김밥이 맛있어 보이는 이유는 색깔이 다양하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국의 전통 색상인 오방색과 연결이 된다. 김밥에 계란지단과 단무지-황(黃), 시금치(오이)-청(靑), 밥-백(白), 햄(게맛살)-적(赤). 김과 우엉-흑(黑)이 오방색을 나타낸다. 김밥의 조화로운 색으로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는다면 K-푸드의 대표 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김밥 재료의 영양학적 스토리를 만들어 널리 널리 알리면 지금보다 더 사랑받는 세계인의 음식이 될 것이다.
자두(가수)가 부른 ‘김밥’이라는 노래에 ‘예전에 김밥 속에 단무지 하나, 요새 김치에 치즈 참치가, 세상이 변하니까 김밥도 변해’라는 노랫말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이 노래로 김밥의 대중화, 세계화를 예견했다니 대단하다. 노래처럼 세상이 변하니 김밥의 재료나 모양도 변하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김밥이 요즘 K-푸드로 사랑받아서 정말 기쁘다. 더 많은 사랑을 받으려면 세상의 변화에 맞게 계속 변해야 한다.
누가 나에게 “오늘 점심 뭐 먹지?”라고 물으면,
나는 망설임 없이 “김밥 먹자!”라고 말할 것이다.
아니 내가 김밥을 만들어 준다고 할까?
난 김밥에 진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