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 건네는 관계의 틈을 이해하는 법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 얇은 경계가 있다.
가까이 있어도 완전히 닿지 못하고, 서로를 이해하려 해도 번번이 엇갈리는 순간들.
김기태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그 미묘한 틈을 조용히 비춰주는 이야기다.
김기태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면서도 끝내 완전히 닿지 못하는 거리감이었다.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엇갈리고, 가깝게 맞닿은 듯 보이지만 여전히 따로 움직이는 그 풍경은 교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우리는 흔히 관계를 ‘이어짐’으로만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말한다.
관계는 이어지는 것만큼이나, 이어지지 않는 지점을 인정하는 일에서도 시작된다고.
보이지 않는 국경을 깨닫는 일
소설 속 두 사람은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마음속 국경을 넘지 못한다.
침묵하거나, 돌려 말하거나, 말을 아끼는 장면들 속에는 서로의 세계를 함부로 침범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있다.
그 조심스러움이 때로 관계를 지켜주고, 때로 관계를 공허하게 만든다.
교실에서도 아이들은 모두 친구처럼 보이지만, 각자의 내면에는 작은 국경선을 그어두고 산다.
교사가 아무리 따뜻하게 다가가도 쉽게 열리지 않는 마음이 있고,
친구들 속에 섞여 있어도 늘 자신의 자리에서 조금 비켜 앉는 아이도 있다.
그 국경을 “없애야 한다”라고 생각하면 관계는 금세 버거워진다.
반대로 “아, 이 아이에게도 건너가기 어려운 국경이 있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 관계는 억지 대신 여지가 생긴다.
이 소설이 보여주는 것도 바로 그 여지다.
닿지 못하더라도 멀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
말하기보다 ‘머무르기’가 관계를 만든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요란한 갈등이나 극적인 화해 없이도 두 인물의 온도가 조용히 변해간다는 점이다.
결정적인 대화보다 함께 머무르는 시간이 둘 사이의 간격을 조금씩 바꾼다.
말이 부족한 순간에 오히려 관계는 더 자라기도 한다.
아이들과도 그렇다.
때로는 조언하지 않고,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그저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관계가 열리는 순간이 있다.
서로의 언어를 완벽히 번역할 순 없지만,
곁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오해보다 깊은 신뢰를 만든다.
우리의 인터내셔널
이 소설의 제목처럼, 관계는 언제나 ‘인터내셔널’ 안에서 움직인다.
나와 너, 교사와 아이, 아이와 아이-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세계의 시민들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국경을 허무는 일이 아니라,
국경을 건너기 위한 작은 외교를 계속하는 일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는 아이들의 세계를 오가며
번역하고, 기다리고, 다시 시도하고, 다시 머무른다.
그러다 문득 알아차린다.
관계란 결국, 서로의 틈을 이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그 작은 진실을 조용하지만 깊게 일깨워준다.
교사로서,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의 세계를 건너기 위해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그 긴 여정 속에서, 나와 아이들 사이의 인터내셔널은 계속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