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리언 반스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가 그려낸 교사의 존중과 사유
우연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교실,
그 틈에서 교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엘리자베스 핀치가 그 해답을 들려준다.
쥴리언 반스의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를 읽으며, 나는 교사로서 매일 마주하는 우연과 불확실성, 그 틈새에서 길어 올려야 하는 ‘사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교실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움직이며, 그 안에서 나는 늘 질문하고, 흔들리고, 멈칫거린다.
엘리자베스 핀치라는 인물은,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교사’의 모습을 오롯이 품고 있었다.
자신의 사유에는 철저하되, 타인의 생각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는 태도.
학생들이 흘려보낼 법한 시시한 생각조차도 깊고 풍성한 의미로 이끌어내는 능력.
그녀는 가르치려 들지 않았고, 깎아내리는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학생들의 감정과 질문을 존중했고, 그것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나는 이것이 교사가 지녀야 할 본질적 태도라고 믿는다.
학생의 미완성된 생각을 무시하거나 조급히 결론짓지 않고,
그 가능성을 지지하고 키워가는 일.
가르침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핀치가 내게 가르쳐준 것은 또 하나 있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용기.
우리는 종종 교실의 모든 변수를 통제하려 하고, 불완전함을 서둘러 바로잡으려 한다.
바꿀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바꾸려 할 때, 우리는 지치고 상처받는다.
반대로, 우연과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마음의 평온이 찾아온다.
교사는 그 안에서 묵묵히, 그러나 책임 있게 최선을 다하는 존재다.
말수가 적은 핀치.
그러나 그녀의 침묵은 공허하지 않았다.
생각을 교정하면서도 인격을 훼손하지 않았고,
판단을 이끌어내되 결정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깊은 배려와 존중이 스며 있었고,
나는 그 태도를 닮고 싶다.
우연이 가득한 교실,
그 예측할 수 없는 공간에서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질문과 마주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핀치의 태도를 떠올린다.
침묵에서 시작되는 존중,
질문을 품은 채 끝까지 함께 걸어가는 사유의 길.
그 길 위에서 나와 학생 모두는 조금씩 성장한다.
그리고-
그 성장이야말로,
교육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아름다운 우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