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말하고 싶은-

작은 쓰담 19. 숨 고르듯, 말하듯, 오늘을 꺼내기

by 차미레
화려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
그 하루를 꺼내어 말로 적다 보면
어느새 위로가 되어 돌아오는 말들이 있다.
누구에게든,
나 자신에게든
“잘 지냈어?”라고 조심스레 묻고 싶은 마음.
말하듯 적는 작은 기록이
당신의 저녁에도 조용히 닿기를.


퇴근 시간이면 전화가 온다.

하루를 온전히 쓰고 난 뒤,

이제야 내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은 그 시간.


그런데도 그 전화가 싫지 않다.

오히려 '그 사람의 하루는 괜찮았을까'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으니까.


전화기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마치 일기 같다.

조금은 횡설수설하고,

때로는 웃음 사이에 울컥하는 침묵이 끼어들기도 한다.


그냥 일상을 말한다.

별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오늘을 이렇게 살아냈다고.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내 얘기만 너무 한 거 같지?”

하고 멋쩍게 웃으면,

나는 그저 따라 웃는다.

괜찮다고, 나도 듣고 싶었다고.


내가 하는 건 많지 않다.

고개를 끄덕이고,

숨소리를 놓치지 않으려 조용히 듣는 일.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그 사람은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

하지만 그 속에는 하루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실 나도 그렇다.

가끔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괜히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누군가가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만으로

위로받는 날이 있다.


화려하지 않은 일상이라도

말로 꺼내놓는 순간,

그 하루가 조금은 특별해진다.


마치

“나 이렇게 살고 있어”

하고 조용히, 그러나 당당히 내보이는 삶의 조각처럼.


그리고- 그 말은

이렇게 돌아온다.


너도 힘내.

너도 오늘, 잘 살았기를.

잘 버텼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말을 건네는 사람도,

조용히 들어주는 사람도,

서로의 저녁이 되어주는 시간.


그건 그냥 전화 한 통이 아니라,

우리 삶을 조용히 이어주는

작은 숨, 작은 쓰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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