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쓰담 18. 현실 위에 살며시 상상 얹기
삶이 무너지는 건, 거창한 사건 때문이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현실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닳아가는 것이다.
끝도 없는 숙제 같은 하루,
말 대신 눈치를 읽어야 하는 관계,
뭘 해도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일상.
그래서 나는 낮에 꿈을 꾼다.
커피를 한 모금 머금고,
창밖을 바라보며 아주 잠깐,
현실 위에 살며시 상상을 얹는다.
쓰러지지 않기 위한
나만의 조용한 회복법이다.
현실은 종종 너무 무겁고,
상상은 가끔 너무 가볍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사이 어딘가에 선다.
두 발은 현실에 딛고, 마음은 살며시 상상을 얹으며.
누군가는 ‘한눈 판다’고 말하겠지만,
나에겐 그것이 ‘사는 법’이다.
낮꿈을 꾸는 나는, 그래서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출근길, 버스 안.
창밖으로 흐르는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상상을 펼친다.
“오늘 하루, 아무에게도 휘둘리지 않는다면 어떨까.”
말투 하나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모든 일을 내 탓으로 돌리는 시선을 견디지 않아도 되는 하루.
그런 하루를 상상하면
마음 한구석이 살짝 뜨거워진다.
이유 없는 울컥함, 그건 아마도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
현실에서는 불가능할지 몰라도,
그 순간만큼은 내 안에 작은 틈이 열린다.
숨 쉴 수 있는, 나만의 틈.
오늘도 정신없이 바쁜 하루였다.
어지럽게 흘러간 저녁,
휴대폰을 쥔 채 멍하니 앉아 있다가
문득, 아주 조용한 상상을 해본다.
보고 싶었던 그 사람이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잘 지내? 요즘은 어때?”
하고 물어오는 장면.
별것 아닌 말인데,
그 상상 하나만으로도 눈앞이 조금 흐려진다.
대답도 상상해 본다.
“응, 나 그냥 그렇게 지내.
근데 너 전화하니까 갑자기 눈물 날 뻔했어.”
그 말은 현실에선 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수없이 반복했던 말이었다.
들킬까 봐 감추고,
익숙한 척 넘기고,
바쁘다는 말로 눌러 담았던 그리움.
상상 속에서는
조금쯤 흘려도 괜찮다.
낮꿈이란 그런 것이다.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순간을
잠깐이라도 내 마음 안에 초대하는 일.
나만 아는 공간에서
나만 아는 사람을 꺼내
잠깐 그리워하고,
살며시 웃고,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것.
누군가는 말하겠지.
“그런다고 뭐가 바뀌어?”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상상 덕분에,
나는 오늘도 무너지지 않았다.
삶은 견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낮에 꿈을 꾼다.
현실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보고 싶었던 그 사람에게,
닿지 않는 안부를 전하며
오늘도 나는
현실 위에 살며시 상상을 눕힌다.
부서지지 않기 위해, 나를 다독이며.
당신의 낮꿈은 누구를 향하고 있나요?
비록 현실은 아니더라도,
그 마음은 분명 진짜였을 겁니다.
이 글은 나의 작은 숨구멍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꾼 낮의 꿈이,
누군가에게도 작은 숨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