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iens] 인류의 통합; 허구를 믿은 인간, 하나의 세계가 되다
서로를 믿지 못하던 인간은, 상상의 질서 위에 하나의 인류가 되었다.
제국과 종교, 화폐와 문화는 모두 ‘그들’과 ‘우리’를 넘어서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 협력의 기반은 언제나 현실이 아닌 상상 위에 세워져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와 ‘그들’을 나눠 사고해 왔다.
‘우리’는 가족이나 부족, 아주 가까운 사람들.
‘그들’은 외부인, 낯선 타자였다.
하지만 인지혁명 이후, 인간은 상상의 힘으로 낯선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그 시작이 바로 문화다.
문화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며, 무엇을 욕망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신화와 규범, 가치와 규칙을 통해 인간을 특정한 방식으로 길들인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모든 문화는 내적 모순을 품고 있다.
문제는 모순을 해결하려는 중재 과정에서 생기고, 이 중재는 다시 새로운 문화 변화를 이끌어낸다.
문화는 살아있다. 항상 흔들리고, 언제든 진화한다.
오늘날 전 지구 문화는 균일하지 않지만 고립되어 있지도 않다.
각 문화는 서로 연결되고 충돌하며,
모방과 융합, 저항과 수용의 과정을 반복한다.
그 결과, 인류는 점점 더 거대한 통합의 흐름 속으로 들어서고 있다.
완전한 일치는 없지만, 이제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협력은 신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낯선 사람을 믿는 건 본능이 아니다.
인류는 그 문제를 화폐라는 놀라운 발명으로 해결했다.
화폐는 단지 동전이나 지폐가 아니라,
모든 이가 가치를 믿고 교환하려는 상상의 도구다.
즉, 화폐는 심리적 혁명이자
인류 최초의 보편적 신뢰 시스템이었다.
화폐는 종교나 언어보다 더 빠르게 전파되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두가 원했고, 모두가 신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류는 저마다 다른 신을 믿지만, 달러는 모두 믿는다.
그 신뢰 위에서 사람들은 전쟁을 멈추고, 거래를 시작할 수 있었다.
화폐는 인간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보편적인 협력의 수단이었다.
제국은 수많은 민족과 문화를 하나의 질서로 묶었다.
무력과 정복이 있었지만, 단순한 파괴로만 이해하긴 어렵다.
제국은 교통망과 언어, 법과 행정체계를 만들었고,
그 안에서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었다.
물론 그것은 불균형한 통합이었고,
자유보다 질서와 효율을 우선시한 구조였다.
종교는 인간이 상상한 가장 강력한 이야기 구조 중 하나였다.
그것은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람들을 하나로 묶으며, 희생과 신뢰, 도덕과 질서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종교는 언제나 권력의 도구이자, 문화의 표준화 장치였다.
그리고 늘 진리와 통제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갔다.
신은 인간 위에 있었지만,
그 신의 이야기는 언제나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해석했다.
화폐와 제국, 종교는 인류를 하나의 협력 네트워크로 묶었다.
그러나 그 협력이 항상 평등하고 정의롭지는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와 ‘그들’을 나누며,
협력과 배제, 통합과 분열 사이를 오간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이 모든 것을 ‘상상’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상상으로 다시 그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