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말고 보여주자

샌드라 거스 『묘사의 힘』을 통해 말하는 것과 보여주는 것을 구별하기

by 차미레
말은 흩어지고,
아이들의 눈빛은 먼 곳을 헤맸다.
설명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
그곳에는 말이 아닌,
경험이 필요하다.
샌드라 거스의 『묘사의 힘』이
그 길을 부드럽게 밝혀 준다.


분명히 설명했다.

분수의 덧셈은 분모를 같게 하고, 분자를 더하면 된다고.

칠판에 절차를 쓰고, 아이들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반복했다.


그런데 막상 문제를 풀기 시작하자, 손은 멈춰 있고 눈은 허공을 헤맨다.

다시 한번 같은 설명을 되풀이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 정도면 알아들어야 하는데…’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말만 하고 있었구나.


샌드라 거스는 『묘사의 힘』에서 이렇게 말한다.

“말하기(Telling)는 정보를 주고, 보여주기(Showing)는 경험을 준다.”


말로만 이루어지는 수업은 교사가 정의와 절차를 언어로 전달하는 데 그친다.

반면 보여주는, 즉 경험을 제공하는 수업은 과정을 눈앞에서 펼쳐주고, 학생이 손으로 따라 하게 만든다.

말로 들은 개념은 쉽게 사라지지만, 직접 보고 겪은 경험은 오래 남는다.


보여주는 일은 어렵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의미를 담아 보여주는 것이다.

실험 과정을 직접 시연하거나, 수학 문제 풀이를 칠판에 쓰면서 생각의 흐름을 말로 풀어준다.

추상적인 개념은 생활 속 사례로 연결하면 된다.

‘민주주의’를 설명할 때 학급회의 장면을 재연하고, 역사 수업에서는 당시 사진과 영상, 소리를 곁들인다.

과학 시간에 빛의 반사를 설명할 땐, 거울에 비친 빛이 벽을 옮겨 다니는 모습을 함께 따라가 본다.


말을 행동으로 바꾸는 연습도 필요하다.

“실험은 안전하게 해야 해.” 대신, 장갑과 안전경을 착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친구와 협력해야 해.” 대신, 협력하지 않았을 때 불편했던 상황을 함께 겪어본 뒤 의견을 나눈다.

이런 장면은 아이들의 머릿속에 ‘느낌’으로 저장된다.


학생들은 교사의 설명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그날 교실에 있었던 장면, 표정, 목소리, 공기의 온도를 기억한다.

보여주는 수업은 ‘배우는 시간’을 ‘경험’으로 바꾼다.


샌드라 거스의 문장을 빌려오면, 교실은 이렇게 말한다.

“말하기는 정보를 주고, 보여주기는 경험을 준다.”

그 경험이, 아이들의 마음과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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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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