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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변의 발화 Nov 19. 2022

비교형량을 하는 법

내 내면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기

 비교형량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실까요?


 굉장히 간단히 말하면, A라는 것과, B라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판단해서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 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형량은 어떤 것을 저울에 올려서 무게를 재듯이 둘을 비교하여 평가한다는 의미로, A라는 기본권과 B라는 기본권, 또는 A라는 공익과 B라는 사익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저에게는 A라는 선택을 하는 것이 100% 모두에게 흡족한 결과는 아니겠지만 이러이러한 부분에서 최대한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선택이라면, 일부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B 보다는 A다, 이런 개념입니다.



 비교형량의 개념을, 저는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서 처음 접해보았던 것 같기는 한데요, 그 이후에 어떤 선택을 할 지에 대해서 매번 이렇게 판단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어느순간부터, 양자택일의 순간에서 고민이 될 떄는 자연스럽게 장단점을 모두 생각해보고, 둘 중 하나를 고르게 되더라고요. 단지 선택을 쉽게, 잘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형량의 또 다른 장점은 이미 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A라는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 개인적으로 아주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물론 감정의 영역에는 적용할 수 없겠지만요!)



 모든 프리랜서/직장인 등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의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로펌에서 일을 하다가 사내변호사로 이직을 할 때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고민을 해보았고, 또 결국 장단점을 뽑아서 비교해보고, 결국 어떤 쪽에 제 마음이 기우는 지를 판단해야 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또 글로 쓸 일이 있겠지만, 이번 이직에서 저에게 중요한 것은 첫번째는 워라밸이었고, 두번째는 인지도였습니다. 대신에 포기한 건, 변호사로서의 전통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는 것? 조건적으로는 더 빠르게 인상하는 연봉을 포기하고, 제 방을 포기하고, 자유로운 출근을 포기한 것..? 이렇게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선택을 하고나니 깔끔하게 뒤돌아 볼 일이 없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내가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비교형량방식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인 Y는, 연애하고 결혼을 하고 싶어합니다. 소개팅을 하고, 선을 보고 주말마다 꾸미고 나갑니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어느 한 부분이 100점인 남자가 아니라, 외모가 준수하고, 나이는 3-4살쯤 차이났으면 하는데, 키는 큰 편이었으면 좋겠고, 뚱뚱하면 안되고, 담배는 안피고, 성격은 둥글둥글하고, 직장은 최소 대기업 정도, 경제력은 그녀의 집안과 비슷하고, 학벌은 서울의 모 대학 이상이어야 하고의 조건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만나면 바로 결혼할 거 같은데, 그런 남자가 없다!, 난 욕심도 없는 편이고 까다롭지도 않은데!라고 말을 합니다. (이 또한 따로 글로 쓸 수 있겠지만) 모든 게 잘 맞는 남자가 있을거라는 마음으로 계속 소개팅을 하는 게 맞을지에 대해서, 저는 좀 회의적입니다.


 지인 J는, 취업 준비 중입니다. 서류를 내고 면접을 보는 중인데, 적당한 워라밸에 적당한 연봉, 집에서 적당한 거리에 사람들도 무난무난 했으면 좋겠고, 적당한 인지도에 준수한 복지를 원합니다. 쓸데없이 감정소모하기도 싫고, 거친 의뢰인은 싫지만 커리어에 적절하게 도움이 될 만한 업무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나치게 빡세거나 경쟁적인 분위기도 싫은데, 변호사로서 송무는 포기하기 싫습니다. 위 조건은 사실 사내변에게는 꽤나 많이 해당되겠지만, 송무변호사에게는 쉽지 않은 것이지요.   

 


 모든 게 다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기에게 중요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 생각해보니, 송무변호사로 일하려면 워라밸은 포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송무 로펌에만 지원하는 것이고, 적당한 인지도에 준수한 복지를 위해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하고 싶다면 대기업(계열사) 등의 사내변호사로만 지원하는 것입니다(물론 사내변호사도 무조건적으로 편하진 않습니다. 자격수당만큼 책임이 더 있기는 하지요).



 모든 선택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걸 기준으로 비교형량을 하는 것이라는 점을 마음 한켠에 잘 넣어두고 있으면, 선택의 순간에 신속하고 현명하게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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