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에 있어서 감각은 무엇인가
“야, 너 감각 있다.”
기획 일을 하다 보면 종종 듣는 말이다.
처음엔 기분이 좋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불편해진다.
왜냐하면 그 말은 동시에 이런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넌 감각 없으니까 이건 좀 빼자.”
“감각적으로 좀 정리해줄래?”
“감각적인 제안이긴 한데 실무랑 안 맞아.”
‘감각’이라는 단어는 칭찬과 공격, 기대와 회피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나는 기획을 ‘감각’보다는 ‘구조’로 일하는 사람이다.
어떤 브랜드를 만들든, 어떤 슬로건을 제안하든,
그 안에 왜 이 언어인지, 왜 이 방식인지, 왜 지금인지에 대한 구조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기획은 한마디로 무엇을 왜 하는지 정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종종, 이런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요즘 느낌이 아니야.”
" 뭔가 딱 꽂히지가 않는데"
“이거 요즘 안 먹히는 포맷이야.”
“젊은 친구들은 이렇게 안 봐.”
감각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그리고 감각이 없는 사람은 기획을 못 하는 걸까?
내가 봤을 때, 진짜 감각은 이런 거다.
타깃이 ‘그럴 듯하다’고 느끼는 맥락을 구조화하는 능력
시장 안에서 ‘보편성’을 가지면서도 ‘차이’를 만드는 지점
익숙한 걸 낯설게, 낯선 걸 익숙하게 만드는 프레이밍
즉, 감각은 설계된 구조의 결과물이다.
애초에 아무 기반 없이 ‘감각’만으로 나오는 결과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그냥 ‘운’이다.
실무에서는 감각이라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그 말은 종종, 논리 없이 무언가를 눌러버리는 데 쓰인다.
감각 있는 사람, 없는 사람으로 사람을 나누기 시작하면
기획은 더 이상 구조가 아닌 직감의 영역으로 흘러간다.
기획자에게 감각은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감각을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구조력이다.
그 감각이 어디서 왔는지, 왜 이 방식이 유효한지
조목조목 설명할 수 있다면, 그건 감각이 아니라 전략이다.
나는 그걸 감각처럼 보이는 논리라고 부른다.
그게 쌓이면 결국, 감각은 믿음이 된다.
‘저 사람 거는 믿고 본다’는 말은 결국 구조 위에 감각이 얹힌 결과다.
기획자로 오래 남고 싶다면, 감각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건 외운다고 갖춰지는 게 아니다.
기획서를 쌓고, 사용자 시나리오를 그리고, 타겟의 맥락을 반복해서 설계하다 보면,결국 감각은 따라온다.
그건 말하자면, 훈련된 직감이다.
나는 그걸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