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사람 문제로 두지 않는 법: STAR+R로 정리

갈등해결 말하기 구조

by Way Maker

갈등은 늘 비슷한 얼굴로 온다.
누가 더 성실했는지, 누가 더 똑똑한지, 누가 더 일 잘하는지의 싸움처럼 시작된다. 그리고 끝은 보통 똑같다. 감정이 상하고, 일은 늦어지고, “쟤랑은 다시는 같이 하기 싫다”는 문장만 남는다.

나는 한동안 갈등을 ‘사람 문제’로 이해했다.
저 사람의 성격이 별로라서. 저 팀이 무능해서. 저 리더가 책임감이 없어서.
그런데 신기하게도, 회사만 바뀌고 사람만 바뀌면 갈등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아니다. 갈등은 계속 생겼다.

그때 깨달았다.

갈등은 대개 사람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다.
정확히는 “일을 굴리는 구조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갈등이 발생했을 때 내가 해야 하는 건 ‘정의’지 ‘판결’이 아니라는 것.

그때부터 나는 갈등을 만났을 때, 내 감정을 설득하기 전에 상황을 문장으로 정리하는 틀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STAR+R.


1) S(상황) — 갈등을 ‘객관적 1문장’으로 바꾸기

갈등의 시작은 대부분 이런 말로 나온다.

“저 사람은 왜 저래?”

“말이 안 통하네.”

“일을 제대로 안 해.”


근데 이 문장들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감정만 키운다.
그래서 나는 갈등이 시작되는 순간, 다음 질문을 한다.

“객관적으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지?”


예시로 바꾸면 이렇다.

❌ “저 팀은 무능하다.”

✅ “의사결정 라인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피드백이 여러 갈래로 들어오고, 일정은 촉박한데 책임은 한쪽으로 몰리고 있다.”

이 문장이 나오면, 싸움은 멈추기 시작한다.
적이 사라지고, 구조가 보인다.


2) T(과제) — 내가 해결해야 할 건 ‘사람’이 아니라 ‘과제’

다음은 과제다.
갈등 상황에서 과제를 잘못 정의하면,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이기려고 한다.
하지만 일은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마감하는 게임”이다.

그래서 과제는 이렇게 정의한다.

“누가 맞는지”가 아니라

“이번 마감에서 무엇이 흔들리면 안 되는지”


예를 들면:

✅ “최종 산출물의 방향을 하나로 합치고, 수정 비용을 통제하며, 일정 내 제출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

이렇게 과제가 잡히면, 감정은 부차적인 문제로 내려간다.


3) A(행동) — 해결은 ‘대화’가 아니라 ‘장치’로 만든다

갈등 해결을 대화로만 하려 하면, 대부분 실패한다.
대화는 마음이 좋을 때나 된다. 급할 때는 결국 다시 감정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나는 행동을 장치로 만든다.

내가 자주 쓰는 장치는 3개다.


(1) 의사결정 라인 단일화

“피드백은 취합본으로만 받겠습니다. 최종 OK는 한 분만요.”

이 한 줄이 없으면 수정은 무한루프가 된다.


(2) 요구사항을 질문 리스트로 구조화

수정이 들어올 때마다 묻는다.

“이번 수정이 목표 달성에 필요한가?”

“우선순위가 맞는가?”

“대체안은 무엇인가?”

갈등은 보통 ‘말’이 아니라 ‘기준 부재’에서 나온다. 질문은 기준을 만든다.


(3) 단계별 산출물로 쪼개기

아웃라인 → 핵심 장표 → 최종본
이렇게 쪼개면, 사람들은 “무엇을 언제 결정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갈등은 줄고, 속도는 올라간다.


4) R(결과) — 진짜 결과는 ‘기분’이 아니라 ‘변화’

갈등이 해결됐다는 건 “서로 화해했다”가 아니다.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가 결과다.

수정 반복이 줄었다.

일정이 예측 가능해졌다.

결정권자가 명확해졌다.

산출물의 논리가 한 방향으로 모였다.


기분은 남을 수 있다.
근데 시스템이 바뀌면, 다음 갈등은 약해진다.


5) R(재발방지) — 내 커리어를 지키는 ‘업무 규칙’을 만든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마지막 R이다.
나는 이제 갈등을 “한 번 해결하고 끝”이 아니라, 업무 규칙을 업데이트하는 사건으로 본다.

그래서 재발방지는 이렇게 박아둔다.


착수 시점에 역할/책임/결정권/피드백 방식을 문서로 합의한다.

피드백은 대표 취합본으로만 받는다.

일정이 촉박할수록 단계별 산출물로 쪼갠다.

돈/리소스가 불명확하면 범위를 먼저 자른다.


이 규칙이 생기고 나서, 나는 덜 지치기 시작했다.
갈등이 없어진 건 아니다.
다만 갈등을 만나도 내가 흔들리지 않게 됐다.


갈등은 사람을 판결하는 일이 아니라,

일을 재 정의하는 일이다

나는 기획자다.
기획은 본질적으로 “혼란을 문장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갈등도 결국 혼란의 한 형태다.

그래서 나는 갈등을 이렇게 처리한다.

사람을 분석하지 않고, 구조를 설계한다.
감정을 진정시키기 전에, 문장을 확정한다.

STAR+R은 멋진 리더십 스킬이 아니라,
그냥 내가 살아남기 위해 만든 기획자의 생존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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