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대행 수수료와 광고산업의 구조변화
“대행 수수료는 광고주가 내는 거 아니고, 우리는 플랫폼에서 받아요.”
광고영업 전화가 ‘무료’를 말하는 순간, 업계 사람은 동시에 두 가지를 느낀다.
(1) 이 비즈니스는 여전히 돌아간다. (2) 그런데 어딘가 불안정해졌다.
요즘 대행사/미디어렙이 흔들리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거다.
매체 대행 수수료(commission)로 설명되던 광고산업이, 플랫폼 중심의 “직접 집행 + 자동화 + 가치 과금” 구조로 이동 중이다.
오랫동안 광고대행(특히 매체/운영)은 단순했다.
광고주 예산이 있고
매체가 있고
중간에서 집행/운영/관리하는 대행사가 있고
광고비 규모(취급액) 가 커질수록, 수수료/리베이트 같은 테이크 레이트가 쌓인다.
테이크 레이트 take rate :중개자(플랫폼)가 거래 전체 금액 중 수수료로 가져가는 비율
이 공식은 “영업 + 운영 인력”을 공장처럼 확장시키기에 좋았다.
사람을 늘리면 계정이 늘고, 계정이 늘면 취급액이 늘고, 취급액이 늘면 수익이 늘었다.
문제는… 이 공식이 지금 가격 붕괴를 맞고 있다는 것.
플랫폼 입장에서 이상적인 세계는 간단하다.
광고주는 플랫폼에서 직접 결제하고
운영은 툴/자동화로 해결하고
성과 분석은 대시보드로 보여주고
필요하면 파트너를 “선택”하게 한다
이 흐름을 드러내는 단서가 꽤 노골적이다.
네이버 고객센터는 “공식 대행사는 광고비만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고, 광고 대행 서비스는 별도 비용 없이 이용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또 네이버 광고주센터는 “검색광고를 직접 운영하면 한 달 사용 광고비의 5%를 비즈쿠폰으로 돌려준다”고 적어두었다.
이 두 문장을 합치면 업계 번역이 된다.
“파트너는 무료로 써도 돼(=플랫폼이 파트너 생태계를 관리)”
“근데 가능하면 직접 운영도 해줘(=중간 단계를 더 줄이고 싶음)”
즉, 수수료를 전제로 한 중개 구조는 플랫폼 설계의 기본값이 아니다.
2026년 1월 21일, IGA웍스 자회사 디지털퍼스트가 미디어렙 사업 철수 소식이 보도됐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망했다’가 아니라, 미디어렙의 본질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연간 광고 집행액은 100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는데
감사보고서상 영업수익(매출)은 2024년 약 64억 수준
2024년 기준 영업손실 27억 등 적자가 누적됐다
이 숫자가 말하는 건 하나다.
취급액이 커도, 수수료 마진이 얇아지면 ‘규모’는 ‘이익’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
* 취급액과 매출은 다르다: “통과한 돈”과 “가져간 돈”
대행사는 광고비(취급액)를 굴린다.
하지만 그 돈 대부분은 플랫폼/매체로 바로 흘러간다.
대행사가 가져갈 수 있는 건 결국 두 가지뿐이다.
테이크레이트(수수료·리베이트·인센티브 등 ‘가져가는 비율’)
별도 Fee(운영비/전략비/제작비/데이터·툴 비용 등)
수수료 모델이 흔들린다는 건, 첫 번째(테이크레이트)가 얇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이런 구조다.
매출 = 100억 × 10% = 10억
변동비(툴/외주/리포팅 등) = 2억
GP = 10억 - 2억 = 8억
판관비(영업인센티브 3억 + 인건비/간접비 4억) = 7억
OP = 8억 - 7억 = 1억 흑자
매출 = 100억 × 7% = 7억
변동비 = 2억 (보통 잘 안 줄어듦)
GP = 7억 - 2억 = 5억
판관비 = 7억 (조직이 그대로면 더더욱 안 줄어듦)
OP = 5억 - 7억 = -2억 적자
운영이 어려운 시대엔 대행이 가치였다.
하지만 운영이 쉬워질수록, “수수료를 왜?”가 된다.
예전엔 세팅/최적화/리포팅이 기술이었다면, 지금은 점점 기본 기능이 된다.
기본 기능은 결국 가격이 내려간다.
2024년 국내 조사에서 상위 3개사(제일기획·이노션·HSAD)가 참여 77개사 전체 취급액의 **약 77%**를 차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큰 곳은 협상력이 커지고, 작은 곳은 마진을 더 깎이며 버틴다.
광고주는 점점 묻는다.
“수수료는… 운영비인가요? 컨설팅비인가요? 성과보증비인가요?”
이 질문에 답을 못 하면, 수수료는 “관행”으로 보이고, 관행은 제일 먼저 깎인다.
미디어 fee에 기대던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돈이 들어오는 문장을 바꿔야 한다.
집행 대행 수수료(commission) → 운영/전략/데이터/크리에이티브 Fee
“광고비를 대신 써줌” → “성과가 나는 구조를 설계함”
“리포트 제공” → “의사결정이 쉬운 대시보드/실험 설계/전환 개선”
여기서 중요한 전환이 하나 있다.
대행사가 파는 건 ‘매체’가 아니라 ‘결정’이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기획자의 역할이 커진다. 플랫폼이 운영을 평준화할수록, 차이는 결국 무엇을 왜 하며, 무엇을 성공으로 보느냐에서 갈린다.)
이 구조변화를 가장 빨리 감지하는 방법은, 아래 질문을 회의에서 던져보는 것이다.
우리가 돈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운영? 전략? 제작? 데이터?)
광고주가 “직접 운영”으로 갈 때 우리가 대체 불가능한 가치는 무엇인가?
취급액이 2배가 되면, 이익도 2배가 되는가? 아니면 리스크만 2배가 되는가?
수수료 모델이 무너진다는 말은 “광고대행이 끝났다”가 아니다.
돈이 나오는 지점이 이동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럼 에이전시는 무엇을 팔아야할까?
광고주가 직접 집행해도 못 하는 것
자동화가 대체 못 하는 것
성과가 나면 돈을 낼 이유가 명확한 것
결론은 크리에이티브일까? 반만 맞다.
지금 무너지는 건 “중개 마진의 가격”이고, 이걸 해결하려면 대행사가 팔아야 하는 게 바뀌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결론은 이거다.
크리에이티브가 전부가 아니라,
‘가치 과금(Feebased)’이 가능하도록 크리에이티브가 ‘성과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즉,
기획/데이터/퍼널/실험이 “돈 받을 명분(가치)”을 만들고
크리에이티브는 그 가치를 “스케일”시키는 엔진이 된다.
크리에이티브가 ‘예쁜 결과물’로만 남으면 단가가 낮아지고,
크리에이티브가 ‘학습·전환을 만드는 실험 단위’가 되면 단가가 올라간다.
대행사가 ‘운영’을 팔면 가격 경쟁이 되고,
‘경험’을 팔면 예쁘지만 느리고 비싸다.
그래서 ‘경험을 실험으로 쪼개서, 개선을 월 구독처럼 돌리는 구조’를 팔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