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표현법

좋은 아이디어보다 결정 가능한 문장을 만든것

by Way Maker

회의가 길어지는 날이 있다.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말은 점점 멋있어지는데, 이상하게도 아무 결정도 나지 않는다.

그럴 때 기획자는 이런 생각을 해야한다.

지금 우리가 “정말로” 결정해야 하는 게 뭐지?

이 회의가 끝나면 누가 무엇을 하게 되지?

성공은 어떤 숫자나 장면으로 증명되지?

회의가 길어진 이유는 아이디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결정 가능한 문장이 없어서다.

기획은 창의력의 문제도 있지만 정렬의 문제도 중요하다.
기획자의 표현은 ‘말을 예쁘게 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일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문장이다.


1. 아이디어가 많은데도 일이 안 굴러가는 이유

팀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다.

“이거 감성적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요.”
“브랜드 톤을 좀 더 세련되게…”
“바이럴 포인트가 있어야 하니까…”

다 맞는 말이다. 근데 이 말들은 거의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측정할 수 없고, 책임자가 없고, 다음 행동이 정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의견’으로 남고, 일정은 다가오고, 결국 마지막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냥… 적당히 예쁘게 해주세요.”

여기서부터는 기획이 아니라 ‘야근’이 시작된다.


2. 기획자의 문장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결정 가능성’을 목표로 한다

나는 기획자의 말을 이렇게 정의한다.


기획자의 표현이란
모호함을 제거해서, 팀이 오늘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 언어다.


좋은 기획 문장은 멋있지 않아도 된다.
대신 반드시 이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누가(책임)

무엇을(산출물)

언제까지(일정)

어떤 기준으로(성공 정의)

왜 하는지(목적)


이 다섯 가지가 들어가면 문장은 ‘설명’이 아니라 ‘실행’이 된다.


3. 결정 가능한 문장 5종 세트

내가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는 “기획자 문장”은 거의 이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1) 목적 문장: “우리는 지금 왜 이걸 하나요?”

“이번 캠페인의 목적은 신규 유입이 아니라 재방문을 늘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해결할 문제는 ‘인지 부족’이 아니라 전환 직전 이탈입니다.”

목적이 바뀌면 크리에이티브도 매체도 KPI도 전부 달라진다.
그래서 목적 문장은 제일 먼저 박아야 한다.


2) 성공 정의 문장: “잘되면 뭐가 달라지죠?”

“성공은 ‘반응이 좋다’가 아니라 **가입 전환율 0.8% → 1.1%**입니다.”

“이번 달은 ROAS보다 CPA 안정화가 우선입니다.”

성공을 숫자로 못 박는 순간, 논쟁이 ‘취향’에서 ‘기준’으로 옮겨간다.


3) 타깃 문장: “누구의 어떤 상황을 바꾸나요?”

“타깃은 2030이 아니라 지금 당장 결제가 귀찮아서 미루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설득할 대상은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비교 중인 사람입니다.”

타깃을 ‘인구통계’가 아니라 상황(모먼트) 으로 말하면, 메시지가 살아난다.


4) 제약 문장: “우리가 지킬 룰은 뭔가요?”

“이번 프로젝트의 제약은 시간(2주) 이고, 완성도가 아니라 검증 속도가 핵심입니다.”

“제작 리소스가 제한돼서 영상은 2편이 최대고, 대신 썸네일/후킹 구조에 집중합니다.”

현실을 말하지 않으면, 팀은 각자 다른 꿈을 꾼다.
제약 문장은 ‘포기’가 아니라 ‘집중’이다.


5) 실행 문장: “그래서 오늘 뭘 결정하죠?”

“오늘 결정할 건 ①핵심 메시지 ②키비주얼 톤 ③런칭 채널 3가지입니다.”

“결정되면 A는 콘티, B는 매체 플랜, C는 랜딩 문구로 들어갑니다. 마감은 수요일입니다.”


회의는 대화가 아니라 의사결정 프로세스다.
실행 문장이 없으면 회의는 무조건 다시 열린다.


4. “기획이 안 풀릴 때” 내가 하는 일

캠페인이 흔들릴 때, 사람들은 보통 더 많은 아이디어를 넣으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문제는 아이디어 부족이 아니라 끊긴 지점이 어딘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감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실패를 복기한다.

어디서 끊겼나? (유입? 클릭? 랜딩? 결제?)

왜 끊겼나? (메시지? 오퍼? 신뢰? UX?)

무엇을 바꿔야 하나? (크리에이티브? 타깃? 제안? 채널?)


그리고 다시 한 문장으로 리마스터링한다.


“지금 문제는 ‘흥미’가 아니라 ‘확신’이다.
그래서 우리는 감탄을 만들기보다, 불안을 제거한다.”


이 한 문장이 생기면 팀은 다시 한 방향을 본다.
기획자는 그 문장을 만드는 사람이다.


5. 결론: 기획자의 표현은 설득이 아니라 정렬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획자를 “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기획자는 결정이 가능한 문장을 만들어서 일을 굴리는 사람이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다.

다만 그 아이디어를

목적과 KPI로 정렬하고

타깃의 상황으로 구체화하고

제약 안에서 실행으로 바꾸고

팀이 오늘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 문장


으로 만드는 건 기획자의 일이다.

기획자는 ‘좋은 아이디어’를 말하지 않는다.
결정 가능한 문장을 만든다.

그리고 그 문장이 생기는 순간,
회의는 끝나고 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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