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렁거리는 코트 단추

갈팡질팡 하는 나의 세계

by Way Maker

아끼는 코트가 있다.
입었을때 그래도 멋있어 보이는 뭔가 그래도 비싸보이는 실제로도 비싸지만
입으면 어깨가 딱 잡히고, 주머니에 손 넣으면 마음이 좀 안정되는 그런 코트.

근데 오늘, 단추 하나가 덜렁거렸다.

진짜 별거 아닌데.
실밥 몇 가닥이 끊어진 것뿐인데.
그 단추가 흔들리니까 코트 전체가 불안해졌다.
단추 하나가 떨어질까 봐, 코트를 입는 내내 손이 자꾸 거기로 갔다.


요즘 내 삶이 딱 그렇다.

겉으로 보면 멀쩡하다.
할 일도 있고, 약속도 있고, 내일도 있다.
그런데 단추 하나가 덜렁거린다. ‘결정’이라고 부르면 될까. ‘확정’이라고 부르면 될까.

하나가 아직 제자리에 박히지 않아서
마음이 계속 거기를 만지작거린다.

기다리는 일은 생각보다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
뭘 해도 마음이 온전히 거기에 없다.
책을 펴도 글자가 눈에 안 들어오고,
음악을 틀어도 가사가 지나가 버리고,
몸은 소파에 있는데 신경은 계속 문 앞에 서 있다.

연락이 올까 봐.


나는 원래 ‘괜찮은 척’은 잘한다.
일도 했고, 사람도 만났고, 나름대로 살아왔다.
근데 이렇게 ‘확정’이 없는 시간은
내가 얼마나 약한지 들키는 시간 같다.


아마도 사람은,

아끼는 것일수록 더 조심스러워지는 모양이다.


오늘 덜렁거리는 단추를 보면서 생각했다.

단추는 떨어지기 전에 고치면 된다.
코트는 멀쩡하다.
내가 이 코트를 버릴 이유는 없다.

실밥이 풀렸다면, 다시 꿰매면 된다.
누구든 바느질이 서툴 수 있다.
중요한 건 코트를 입겠다는 마음이고,
다시 단추를 달겠다는 결심이다.


그게 내 삶에서도 똑같다.
지금 당장 인생을 정의하지 않고,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만큼만 움직이기.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덜렁거리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덜렁거린다고 해서
내 코트가 망가진 건 아니다.
내 인생이 망한 것도 아니다.


오늘은 그냥,
내가 아끼는 걸 아낀 채로
조금만 더 버텨보기로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양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