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부모가 아이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

by Way Maker

과자에 ‘이름’ 두 글자 새겼더니, 사람들은 할인 대신 ‘호명’을 사기 시작했다


편의점 과자 코너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40년 된 과자, 칸쵸가 품절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과자 표면에 ‘이름’을 새겼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기 이름, 친구 이름, 연인 이름, 심지어 “최애”의 이름을 찾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1) 504개의 이름: “너”를 “너”로 불러준다는 감각

칸쵸에는 총 504개 이름이 들어갔다. 최근 많이 등록된 신생아 이름 500개 + 칸쵸 공식 캐릭터 이름 4개(카니, 쵸니, 쵸비, 러비).

이 숫자의 핵심은 ‘정확성’이 아니다.
“내 데이터로 맞춘 추천” 같은 정밀함이 아니라, 세상 어딘가에 흩뿌려진 이름들 속에서

‘내 이름을 발견’하는 감각이다.

요즘 브랜드들은 우리에게 너무 자주 말한다.
“우린 당신을 알아요.”

칸쵸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우린 당신을 분석하지 않아요. 대신, 당신을 부를게요.”

이 차이가 사람 마음을 건드린건 아닐까


2) ‘퍼스널라이제이션’이 아니라 ‘발견 게임’이었다

사람들이 칸쵸를 더 사는 이유는 “맞춤형이라서”가 아니다.
찾는 재미 때문이다.

내 이름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한 번 더 뜯으면 나올지도 모른다.

‘나’가 나오면 그 순간은 작은 사건이 된다.


이 구조는 할인과 다르게 작동한다.
할인은 계산으로 끝나지만, 발견은 이야기를 만든다.

그래서 이 이벤트는 과자를 “먹는 것”에서 “찾는 것”으로 바꿨다.
구매는 의사결정이 아니라 게임의 다음 판이 된다.


3) SNS 인증은 ‘자랑’이 아니라 “불렸다는 증거”였다

참여 방식은 단순했다. 자기(혹은 소중한 사람)의 이름이

새겨진 칸쵸를 찾아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인증하는 것.

여기서 SNS는 광고 채널이 아니라, 호명이 현실로 발생했다는 증거 보관함이 된다.

“나 당첨!”이 아니라,
“나 불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불리는 장면은 전염성이 세다.
타임라인에서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도 불릴 수 있겠는데?”


그다음 행동은 빠르다.
편의점으로 간다. 같은 이유로 한 번 더 뜯는다.


4) 대란의 본질: 데이터가 아니라 ‘존재 확인’

나는 이 사건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사람은 ‘타깃’이 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으로 불리는 것’은 좋아한다.

그래서 칸쵸의 성공은 기술이 아니라 감정에서 발생했다.
이름은 개인정보가 아니라, 존재의 토큰이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문장으로 나를 확인시켜준다.

“너는 여기 있다.”


결론: 브랜드가 줄 수 있는 가장 값싼 선물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싼 선물은
1+1도, 30% 할인도, 적립도 아니다.

“네 이름을 불러주는 것.”

칸쵸 이름 대란은 이렇게 말한다.
개인화의 시대에 사람들은 오히려,
정확한 추천보다 우연한 호명을 더 선물처럼 느낀다고.


누군가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본 적이 사실 요즘 거의 없는것 같다

매니저님, 대리님, 선생님, 팀장님...

수많은 부름 속 내 이름이 불린다는건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일이다.

이름은 부모가 아이에게 보내는 첫번째 편지라는 카피처럼

이름에는 사랑이라는 것이 깔려 있으니까


거창한 사랑이 아니라, 최소한의 존중.
당신을 대상화하지 않겠다는 태도.
당신을 “누구”로 기억하겠다는 작은 약속.

그래서 나는 이제 조금 연습해보려고 한다.
회의에서 “대리님”이라고 부르는 대신, 한 번 더 입술을 굴려 “○○님”이라고 불러보는 것.
메신저에서 단축키처럼 직함을 붙이기 전에, 상대의 이름을 먼저 적어보는 것.
이름을 부르는 행위가 관계의 온도를 바꾼다는 걸, 너무 늦게 알지 않기 위해서.

어쩌면 요즘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건 더 정교한 개인화가 아니라,
더 따뜻한 호명일지도 모른다.


할인보다 이름이, 추천보다 호출이, 데이터보다 “너는 여기 있어”라는 문장이.

오늘 하루만이라도 누군가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보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내 이름도 누군가의 입에서 한 번쯤 살아나게 해보자.

그게 우리가 서로에게 보내는, 가장 짧고 가장 확실한 사랑의 편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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