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는 인생사

소설 같은 세상사

by Way Maker


버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오늘따라 유난히 피곤해 보였다.
피곤한 사람은, 미워할 힘도 생긴다.

나는 오늘 누군가를 미워했다.
딱히 특별한 말은 아니었다.
“제발 벌 좀 받아라.”
이런 문장을 마음속에서 조용히 반복했다.

그리고 곧바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1. “팀장님”이라고 불리던 외주


그 사람을 처음 봤을 때, 나는 그가 직원인 줄 알았다.
회사 이메일을 쓰고, 회사 직함을 달고, 회의에서도 꽤 당당했다.
사람들이 그를 “팀장님”이라고 불렀다.
나도 그냥 그렇게 불렀다.
그게 회사 생활이니까.

그런데 어느 날, 숫자를 봤다.

외주비가 이상하게 크다.
“이 정도면 거의…”
입 안에서 말이 흐려졌다.
수익의 대부분이 그 사람 몫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때부터 머릿속에 이상한 계산이 시작됐다.
실력은… 음… 솔직히 뛰어나지 않았다.
결과물은 늘 애매했고, 기본적인 문장도 매끄럽지 않았다.
그런데도 돈은 크고, 목소리는 더 컸다.

나는 “클라이언트가 이상한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클라이언트는 그 사람을 선호했다.
이상한 퍼즐이 맞춰지지 않은 채로, 일은 계속 굴러갔다.


문제는 두 번째 사건에서 터졌다.

클라이언트에서 연락이 왔다.
“왜 이렇게 늦죠?”
그날은 내가 제안서 작업으로 이미 야근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회사 내부에서는 아무 조치가 없었다.

나는 물었다.
“이거 공유됐어요?”

돌아온 말은 대충 이랬다.
“아, 그건… 제가 알아서….”

나중에 들었다.

그 사람은 클라이언트에게 말했다고 한다.

“저 혼자 하고 있어요. 저는 외주라서요.”

그 문장을 듣는 순간, 나는 웃음이 났다.
웃음은 나왔는데, 속은 서늘했다.
회사 이름을 달고 나가서는 ‘팀장’이고
문제가 생기면 ‘외주’가 되는 사람.
너무 편리하지 않나?

클라이언트는 결국 회사 윗선에 직접 컴플레인을 넣었다.
그리고 회사는 “조치”를 했다.

그 조치란,
내 팀원을 통째로 그 사람에게 붙이는 것이었다.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
내가 밤을 갈아 넣는 순간에도
누군가의 문제를 덮기 위해
내 팀이 소모되고 있었다.

그 뒤로도 사건은 이상하게 이어졌다.


세 번째.
그 사람이 다른 회사에 접근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클라이언트를 빼돌리려고 했다는 얘기였다.
결과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시도 자체가 더 끔찍했다.
“아, 이 사람은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네 번째는 더 소설 같았다.

그 사람이 갑자기 말했다.
“저 이제 이 일 못 합니다.”

회사는 급하게 다른 외주사를 붙였다.
그런데 일이 이상하게 진행됐다.
클라이언트가 새 외주사에게 컨펌을 안 주고, 질질 끌고, 괴롭혔다.

얼마 뒤, 실수처럼 메일에 참조가 걸렸다.
새 외주사의 회사명이 드러났다.


그 후로 업무는 중지됐다.


2. 옆에서 보던 사람이 ‘내가 했다고’ 말할 때

또 다른 사람이 있다.
그는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함께” 야근했다.


그는 내 화면을 봤고, 나는 내 화면을 썼다.
가끔은 그가 문장 하나를 다듬었을 수도 있다.
가끔은 아이디어를 던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안서의 대부분은…
그가 참여한 부분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들었다.
그가 그 제안서를 자기 포트폴리오에 넣었다는 걸.

“내가 했던 프로젝트”라는 식으로.

나는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엔, 웃겼다.
그리고 마지막엔, 진짜로 속이 울렁거렸다.


그는 돈 이야기를 좋아했다.
“연봉이 얼마고, 누가 얼마고.”
그 숫자들은 늘 나를 평가하는 데 쓰였다.

"왜 팀장인데 그거밖에 못받아?"

작은 회사를 다닌다는 이유로,
나를 은근히 아래에 두는 말도 했다.

그때 나는 화가 났는데,
화보다 더 싫었던 감정이 있었다.

“나는 혹시 정말 별거 아닌가?”
무시를 반복해서 들으면
사람은 자기 인생을 잠깐 낮춰서 바라보게 된다.
그게 제일 무서운 부분이다.


3. 미움이 나를 망가뜨리는 방식


그 둘이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주는…
내 마음을 잠깐 시원하게 만들 뿐,
내 현실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미워 하고 나면 내가 더 싫어졌다.

4. 울고 웃는 인생사, 소설 같은 세상사

세상을 살면 뭔가 억울한 지점이 생긴다.

나도 어쩌면 누가 볼때 그런 사람일 수 있다.


글로 쓰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동안
나는 내 시간을 빼앗긴다.

툭툭 털고 앞으로 나아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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