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은 조직의 관습이다
많은 기업들이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업무를 제거하고 하는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워크 스마트를 추진하고 있다. 조직은 제한된 자원과 사람을 가지고 운영하기 때문에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이러한 자원을 어떤 방법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먼저 조직 내 만성화된 관행, 제도, 프로세스 등을 없애거나 단순화해서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형식에 치우친 보고, 결론 없는 회의. 시대에 맞지 않은 프로세스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회의 횟수와 시간을 줄이고 보고서를 간단히 작성하고 보고 방식을 바꾸며 의사결정 단계를 축소하며 직원들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는 등의 활동들이 워크 다이어트의 주요 방법들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낭비적이고 비율적인 회의를 줄이고 문서를 간소화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도 과거 근로시간이 길었을 경우에는 근무시간이 바로 일하는 것으로 인식하여 불필요한 야근도 많이 하였으며, 상사의 의사결정을 받기 위해 상사의 사무실 앞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많았다. 그러나 시대와 환경이 변한 지금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환경변화에서 워크 스마트는 이제 하면 좋은 활동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확실한 성과가 나도록 잘해야 한다.
과다한 회의, 보고, 문서 등은 활동 자체는 비효율성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의 원인은 조직에 만연된 인식이나 리더십의 문제일 수 있다. 우리 성장의 뒷받침해 왔던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부지런함을 미덕으로 참는 인식이 아직까지 유효하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과 시간을 늘리면 매출, 수익을 나오게 하였다. 이제 자산이나 노동력이 줄어들면서 수익과 매출도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생산성의 관점에서 생산을 줄일 수가 없으니 많은 기업에서 쓸데없는 일, 낭비적인 업무를 덜어내려는 워크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실패를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인간에 대한 신뢰가 문제의 핵심이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내 눈앞에 보여야 한다, 결과보다는 일하는 과정에 보여지는 책임감 있는 모습이 중요하다, 모든 의사결정은 나를 거쳐야 한다 등의 인식이 아직까지 리더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비효율적인 부지런함은 성실함과 동의어였다. 줄기차게 보고서를 만들고 회의 소집하고, 보고를 위해 상사를 찾아가고 자신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수단이었다. 근면과 성실을 미덕으로 받아들이는 문화에서는 끊임없이 일하고 있는 사람을 탓하기는 쉽지 않다. 부지런함을 보여주는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뛰어난 능력과 감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유능하게 일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비효율적인 부지런함은 조직에 대한 충성으로 보여진다. 과도한 의전, 보고서 양식에 치중하는 행위 등의 비효율적인 관행들은 상사에 대한 충성을 들어내려는 기회주의적 행동일 경우가 많다. 상사는 인사권과 평가 및 보상이라는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객보다는 상사에게 집중함으로써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30년 전에 주 40시간을 처음으로 도입한 일본도 지타하라(근로시간 단축을 강요하여 직원을 괴롭히는 현상)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직원들의 삶의 질이 악화되고 자살까지 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아베 정부는 일하는 방식의 개혁 법안을 만들어 정부차원에서 기업의 적극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있지만 효과는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일본의 다카하시 서점이 2017년 직장인 대상으로 실시한 업무방식 개선현황에 따르면 근로시간으로 인해 삶의 질이 개성 되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이 생겼다는 것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량은 그대로라는 불만이 가장 많았으며, 업무가 끝나지 않아 퇴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집에서 일하거나 직원들 사이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를 제시간에 끝내지 못해 고객이나 거래처에 불편을 초래하게 되었으며 일하는 보람이 줄었다는 불만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성실하게 오래 일하는 것을 성공의 길이자 미덕으로 여긴 일본사회에서 근로 시간 단축의 정착은 그리 쉽지 않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노동집약적 업무를 토대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잭웰치는 위계적인 조직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모두가 CEO를 바라고 보고 고객에게 엉덩이를 들이대는 조직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여러 관행들과 조직운영 원칙들 경영자의 철학과 방침의 산출이다. 아무리 구성원이 회의를 줄이고 보고서 문석 작성을 줄이더라도 상사가 이런 것을 원하면 해야 하는 것이 위계적 조직문화이다. 조직의 경영자들은 워크 스마트를 강조하면서 보고서를 줄이고, 한 페이지로 작성한 보기 어려운 덜 꾸며진 보고서를 보고 불편해한다. 구성원들을 회의에 소집할 때도 참석 불가능한 참여자들에게 사유를 꼬치꼬치 묻는다거나 불필요한 회의를 없애자고 하면서 한번 회의 시 몇 시간을 끌며, 전자결재를 활성화하라고 하면서 대면보고를 선호한다. 이러한 관행은 고객보다는 경영자를 먼저 생각하는 문화 즉 윗사람에 일하기 좋은 문화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는 보여주기식 업무를 더 이상 참지 못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여기며 살아온 이들에게 비효율적인 관행들은 그들의 가치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설문이나 인터뷰를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불만이 보고서 작성 과다, 회의시간, 횟수 과다, 대면 보고로 인한 시간 낭비 등의 비효율적인 업무 관행들이다. 물론 이런 일들이 요즘 시대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필자를 포함하여 기성세대들은 이러한 관행들을 비판하거나 동참하기를 거부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런 것으로 퇴사까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나 MZ세대들은 이제는 비효율적 관행들의 모습을 보면 즉각적으로 퇴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비효율 제거는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
싱가포르 개방은행 DBS는 2만 7천 명이 근무하는 은행이다. 피유지 급타(Piyush Gupta)는 2009년 CEO로 취임 후 스타트업 기업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그 당시 DBS는 업무 대기 시간이 매우 길은 은행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금융서비스 업계에서 세계적인 디지털 리더로 평가받고 있으며 2019년 금융전문매체 더뱅거가 선정한 올해의 은행으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2016년 DBS의 최고경영진들은 워크 스마트를 하기 위한 조직개선 현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 기능을 못하는 회의를 조직의 관습을 강화하고 혁신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뽑았다. 회의가 늦게 시작하여 늦게 끝나는 것이 부지기수이며 리더들은 혁신에 투자할 시간을 대부분 회의에 빼앗겼다. 아무런 의사결정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으며 사람들은 자신이 왜 참석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도 모른 체 의무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방어적인 자세를 지킬 뿐이었다. 아마도 많은 한국 기업이 이와 같은 유사한 회의문화를 가졌을 것이다. CEO은 이런 회의 문화가 다양한 목소리를 억누르고 현상유지를 강화한다고 결론 내렸다.
회의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MoJo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이는 심리적인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 MoJo는 Meeting owner Joyful observer의 준말로 명확한 의제를 가지고 제시간에 시작하고 끝나면 회의 참석자들은 동등한 발언권을 갖도록 책임을 가진다. 회의가 활기차게 진행하도록 Mo(Meeting owner)를 선정하여 폭넓은 참여를 독려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모든 참석자가 휴대전화를 테이블 한 곳에 쌓아 두고 하는 휴대폰 젠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회의가 끝나고 Jo(Joyful observer)는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MO가 무엇을 개선할 수 있는지 솔직한 피드백을 한다. Jo역할은 직급이 낮더라도 MO에게 직접 피드백으로 줄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DBS회의실에는 물리적인 매개물(작은 카드, 벽면 아트, 종이상자 등)과 같은 다양한 측정 및 추적 도구들이 있었다. 회의는 더 이상 늦게 이어지지 않았으며 덕분에 지금까지 약 50만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회의효과성도 설문조사결과 두 배로 증가했으며 동일한 발언권이 주어졌다는 구성원 비율도 40%에서 90%로 뛰었다. 이 회의를 통해 임원들은 모든 피드백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더 잘했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행동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앨런 멀럴리가 2006년 포드자동차의 CEO가 되었을 때 포드는 거의 파산 지경이었다. 멀럴리는 취임 후 인력감축, 공장폐쇄, 비주력 브랜드 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나 회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서로 협력적으로 일하는 것이 급선무라 판단했다. 공격적이고 치열한 경쟁적 관행으로 부서 간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보다는 감추기에 급급하였다 사업부마다 서로 다른 차를 만들면서 따로따로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엄청난 비효율성과 낭비가 생기는 구조였다. 멀럴리는 가장 먼저 회사 임원들이 다 함께 모여 사업부 현황을 공유하고 회의 정례화시켰다. 진행 중인 업무에 대해 성과를 회의에서 신속하고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컬러 코드 제도를 만들었다. 업무성과가 양호할 때 녹색, 주의가 요구되는 경우 노란색, 문제가 많을 때 빨간색 등 색을 달리해서 서로의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부족한 부분을 도와가며 협력할 수 있도록 했다. 약점이 드러날 경우 다른 임원들이 물고 늘어질까 두려워 대부분 문제를 숨긴 채 대부분의 프로젝트 진행현황이 녹색으로 표시했다.
사상 최악의 적자상황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에 엄청난 질책을 임원들에게 한 후 몇몇 용기 있는 임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정직하게 문제를 털어놓으면서 서로 협력하여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사실을 회의를 통해 깨달았다. 그 후 회의에서 공유할 보고서와 차트에 각 사업 부서의 현황을 있는 그대로 표시하면서 부서 간 솔직한 의사소통과 협업을 통해 신속하게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과거 경쟁적이던 문화도 협력적인 문화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비효율적 부지런함을 위한 개선 아이디어도 경영층의 의지나 결단이 없이는 수용되기 어렵다. 리더에게 좋은 것이 반드시 고객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비효율적인 업무를 수행할 때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하고 고객에게 기여하는 일만이 진정한 그리고 보상받을 수 있는 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워크 스마트이다.
워크 다이어트는 가치 있는 업무부터 먼저 더하고 저 부가가치 업무를 없애는 접근 방법을 사용한다.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회사 베스킨라빈스는 제품 수를 31개로 항상 유지한다. 시대적 흐름에 맞게 신제품을 개발하면 이를 추가하는 대신 인기가 덜한 제품을 빼고 31가지 제품 수를 유지한다. 그때와 지금이 상황이 다른데도 그때처럼 하고 있는 것은 관행이고 관습이다. 우리가 하는 많은 일 중에는 예전에 했기 때문에 하는 저부가치적 일들이 많다.. 그런 일 중에 하나가 기회비용일 것이다. 그 일을 버리자니 아깝고, 담당하는 내 업무가 없어지면 내 존재 가치는 떨어진다. 그러나 그 일 때문에 진짜 해야 할 일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 경우 무엇이 진짜 아까운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본질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기 위해 비 본질적인 일을 줄이는 것이 비율적인 부지런함을 제거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개인 또는 팀단위로 팀 전체의 업무량을 줄이고 부가가치를 높여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업무를 찾아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개인/팀 업무 분장표 및 핵심성과지표를 정리해 보고 개인 또는 팀의 궁극적인 미션이나 목표를 팀원들과 같이 논의하고 이러한 팀의 미션이나 목표에 맞지 않은 업무들을 구분해 본다. 다른 한편 팀 목표 달성이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업무 절차나 방법, 도구 등을 바꿀 경우 성과가 올라갈 수 있는 업무를 찾아낸다. 다른 한편 자동화하거나 시스템화할 수 있는 단수 반복업무들이 있는지 확인해 본다. 지금 하지 않지만 새로 시작하여 부서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업무를 동사에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개선 업무와 혁신 업무를 더하고,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업무를 없애고 업무의 본질과 관계없는 활동을 줄어 나갈 수 있는 업무들을 도출하였으며 공론화하여 지속적으로 성과를 모니터링한다.
참고문헌
1. 강승훈(2014). 헛손질 많은 우리기업들, 문제는 부지런한 비효율이다. LG Business Insight, 2014.7.23
2. 이경욱(2018). 30년전 근로시간 일본, 부작용 극심. 핵심은 시간이 아닌 근무 체계 혁신. 동아비즈니스 리뷰, 253호
3. 나탈리 페인쇼드, 폴 코번, 라훌 나이르, 스톳 D. 앤서니(2019). 혁신이 장애물을 제거하기.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9 11-12월호
4. 에밀리 멕타그, 제이W.로쉬(2016). 문제의 주범은 문화가 아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6.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