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기업의 출발은 Why여야 한다.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기업의 미션이며, 기업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How에 해당하는 것이며 핵심가치이다. 핵심가치는 기업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조직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말해 주는 기준이다. 이런 핵심가치는 조직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핵심가치는 조직에서 필요한 여러 가치들 중에 가장 핵심이 되는 가치이다.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수반되는 판단과 선택, 행동에 중심이 되는 가치이다.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것은 조직문화의 가장 일반적인 접근일 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 타당한 접근으로 많은 조직이 회사의 핵심가치를 만들어가고 이를 내재화하는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조직문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회사의 핵심가치 내재화가 구성원들의 가치 기반의 행동을 이끌어 조직문화를 형성한다고 주장하다. 다시 말해 복합하고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는 비즈니스 상황 속에 핵심가치는 크고 작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고 가치 충돌이 생길 경우 가치 중심적 의사결정을 통해 표출되는 행동이 구성원과 고객은 물론이고 회사에게도 도움이 되는 올바른 조직만의 행동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많은 기업에서 핵심가치를 만들고 이를 내재화시키는 작업을 시도하게 만들었으면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많은 노력에 비해 구성원들에게 핵심가치를 내재화시키는 작업은 그럴싸하게 포장한 활동들이 대부분이다. 지금도 액자에 담겨 있는 핵심가치를 바라보면서 과연 필자 스스로도 얼마나 핵심가치를 내재화하고 그 기반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핵심가치 내재화에 많은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좋은 문화를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의 조직도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조직 구성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교육하며 조직을 진단하는 등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괄목할 만한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핵심가치가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히 믿고 받아 들어야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조직에서 강조하는 핵심가치들은 좋은 말뿐인 공허한 개념으로 생각하는 구성원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이 기대하는 조직문화변화와 동떨어진 결과로 나타난다.
의사결정 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라는 기준은 모든 의사결정 단계에서 직원 행동의 궁극적인 행동 가이드가 된다. 장기간 지속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은 근본적인 원칙들을 철저하게 따랐으며 이를 통해 조직의 DNA를 보전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핵심가치는 액자로서 존재할 뿐 실제로 직원들의 행동가이드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차라리 우리는 리더들의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지켜보고 그들에게 허용되는 수준에서 의사결정 하고 행동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들이 저지른 실수는 모두에게 좋은 모든 것을 핵심가치에 다 포함시킨다. 핵심가치가 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두에게 좋은 가치를 활용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직원을 채용하거나 정책을 새롭게 도입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반면 가치가 없이 실용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조직이 무엇을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지 모르고 단순하게 당장의 업무에만 신경 쓰게 되고 조직이 커지거나 어려운 위기상황에서 행동의 기준이 없어 우왕좌왕하게 만든다.
이는 많은 기업들은 핵심가치와 지향 가치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핵심가치란 조직의 밑바탕에 있는 가장 중요한 두세 가지 행동적 특성을 말한다. 핵심가치는 조직의 근본적인 정체성이며 성공 DNA을 이루며 시간이 지났다고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미 조직에 존재하는 것이지 꾸며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리더들은 지향 가치와 핵심가치를 혼동한다. 지향 가치는 조직이 갖고 싶어 하거나 가지고 있기를 열망하는 것으로 현재 시장 환경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느끼는 특성들이다. 즉 의도적으로 조직에 직원들이 가졌으면 하는 가치로 자연적으로 초기부터 존재했던 조직의 DNA와 다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포함시켜야 하며 시간이나 시대적인 사업 요구에 따라 변화한다. 반면 핵심가치는 의도적으로 노력할 필요 없이 오랫동안 조직에 존재해 왔으며 의도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없는 집단가정인 것이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적 요구에 의해 구성원들에게 지향가치를 요구할 때는 내재화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핵심가치 기반의 조직문화 형성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도 조직의 DNA와 전혀 다른 가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지향 가치를 성공적으로 찾고 정의하고 가치를 어기는 행동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해야 하며 모든 결정과 정책을 지향 가치를 따르게 해야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따르는 조직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핵심가치든 지향가치든 경영의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이상적인 희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핵심가치가 조직문화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두세 개의 가치만으로 충분하며 많은 기업의 경우 지향가치를 포함하여 너무 많은 가치를 핵심가치로 정하다 보니 그 안에서도 서로 상충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유니클로는 기존 위계중심 문화로는 지속 성장이 힘들다고 판단하고 창의성과 자율성이라는 지향가치를 조직변화를 위한 가치로 제시하였다. 조직이 추구하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가치를 보완하는 가치를 포함시킨 것이다. GE의 잭웰치도 10가지 핵심가치를 만들었으며 그중 타협하지 않는 GE의 DNA인 정직성, 성과지향, 변화 추구라는 핵심가치와 지향가치 7개를 포함시켜 자신들의 핵심가치를 수립하였다. 제프리 이멜트가 CEO로 취임 후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전략에서 내부 혁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로 전략적 방향을 바꾼 후에 핵심가치를 재정비했는데 여전히 이러한 가치에 기저에는 기존 성공 유전자인 정직성이라는 가치를 명시하였다. 새로운 변화에 새로운 가치를 핵심가치체계를 만들었지만 조직으로 성공으로 이끈 강점 DNA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핵심가치가 우리 업종과 맞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몇몇 구성원들이 있다면 핵심가치에 대한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핵심가치는 추상적이기 때문에 그 의미에 대해 명확한 합의가 필요하다. 핵심가치를 재 수립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토론과 합의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의 공감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가 독단적으로 정해 놓고 핵심가치로 소통한다면 현실과 동떨어지는 이야기를 한다고 잔소리로 치부할 것이다.
IBM도 루거스너에 이어 샘팔미사노가 CEO로 취임하면서 하드웨어 중심 기술 기반의 컴퓨터 회사에서 시장중심의 지식 기반으로 하는 IT서비스 회사라는 회사의 존재 목적을 설정한 후 새로운 핵심가치를 수립하였다. 이를 위해 인트라넷으로 모든 임직원이 참여하여 IBM의 핵심가치가 무엇인가를 열린 토론을 벌였다. 수십만 개의 대화를 빅데이터로 분석하여 가장 많이 나온 키워드를 뽑아 3가지를 핵심 가치로 선정하였다. 이 프로세스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정한 원칙과 기준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으며 거대 공룡회사가 자기 혁신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IBM도 오늘의 성공을 이루어낸 DNA에 대한 공유와 환경이 변화하면서 새롭게 필요한 지향 가치에 대해 서로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했던 회사는 제조업체였다. 그런데 이 기업의 핵심가치를 창의성이라고 정했을 때 직원들은 안정과 품질이 가장 중요한 업무인데 어떻게 창의를 발휘할 수 있겠느냐 라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창의라는 것은 전에 없던 것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어느 영역이든 창의성을 발휘할 부분은 존재한다. 제조라는 제한된 조건에서 최대한의 효율성을 달성하는 방법을 꾸준히 찾아가는 것, 기존의 관습을 역발상 하는 습관, 또는 안전성을 지키기 위한 더 효과적이고 좀 더 안전한 방법을 찾는 것도 노력들도 창의가 될 수 있다. 직원들과의 여러 번의 논의를 통해 창의란 ‘지속적인 업무 개선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명확한 정의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냈다.
명확하게 미션과 핵심가치를 찾아냈다면 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핵심가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핵심가치의 실천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핵심가치 내재화의 시작은 구성원의 인식과 공감이 필요하다. 인식과 공감이 떨어질 때 핵심가치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하는 잔소리, 꼰대 소리라고 인식할 뿐이다. 핵심가치는 한 번의 전달에 그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지만 대부분의 리더들은 여러 번 이야기하는 것을 주저한다. 한두 번의 소통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이야기가 밑에 있는 직원까지 전달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토로한다. 리더들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직원들의 그 메시지를 이해하고 소화하고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수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같은 메시지를 들더라도 자신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해석한다. 많은 리더들은 반복은 낭비이며 비효율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시간을 들어 같은 메시지를 반복해서 하는 것은 지루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반감을 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한다.
핵심가치를 내재화하는 조직 변화의 노력들을 함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많은 기업들의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조직문화를 시도할 때 핵심가치를 선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행동규범을 구체화하고 구성원들이 반복적으로 행동하도록 교육/홍보/이벤트 등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은 가치를 이해하며 일반적으로 업무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를 내재화되게 된다는 가정을 한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핵심가치가 요구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존재한다.
집단 가정은 근본적으로 외부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성원들 간의 대화, 경험과 같은 매일의 일상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핵심가치를 외부적인 노력인 교육이나 홍보 등을 통해 내재화하려는 시도는 구성원들에게 조직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알게 해 주지만 조직의 집단가정을 단시간에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효과적으로 새로운 핵심가치가 구성원들의 집단 가정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구체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일상적인 순간과 공간에서 상호작용 즉 대화와 경험을 통해 긍정적 영향력을 주고받아야 한다.
무인양품은 생활용품에서 시작하여 패션과 카페, 서점으로 확장하고 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똑 같이 높은 품질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회사는 ‘인사하기’라는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습관들이기로 시작하였다. 부서장은 매일 인사 잘하기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부서원들에게 확인을 받아서 제출해야 한다. 매일 부서장은 팀원들을 찾아다니며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과 큰소리로 인사를 했습니까라고 물어본다. 일상 속에서의 작은 습관 행동의 지속성들이 집단가정을 형성하기 위한 방법이다.
회사의 가치가 구성원들 자신의 가치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한 개인이 자신이 하는 일이 회사의 가치와 연계하여 의미 있다고 느낄 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 속에서 자신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구성원이 어느 순간 자신이 느끼는 일의 의미가 회사의 목적이나 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발견할 수 있는 환경, 더 나아가 다수의 구성원들이 서로가 그렇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리더이다. 언행일치의 솔선수범을 보여줌으로써 구성원들은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의 가이드로 활용한다. 동시에 이러한 집단 가정의 변화가 강화될 수 있도록 조직의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시스템적인 노력에는 인사/리더십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포스의 토니 세이는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을 들어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핵심가치를 정의하고 회사의 가치에 대해 그때그때 공유하여 가치를 10개로 정리하여 컬쳐북를 만들어 매년 발간하고 있다. 구글은 미션을 바탕으로 10가지 일하는 방법(핵심가치)을 선정하였다 ‘의사결정은 정량적 통계에 기반해한다’와 같은 항목은 의사결정을 내릴 때 논란과 갈등을 최소화한다. 애플의 경우 스티브 잡스 독단적 리더십으로 유명하지만 핵심가치에 일관된 의사결정을 내렸다. 잡스가 제안한 아이디어는 구성원들이 무조건 따른 것은 아니다. 아이폰 4 출시 시 잡스는 태양광을 활용한 무선 충전 기술을 탑재하자고 제안했는데 아이폰의 두께가 두꺼워지고 무게도 늘어나게 됨으로 애플의 핵심가치인 단순성에 맞지 않는다는 구성원들의 의견에 따라 자신의 제안을 접은 경우도 있다. 조직은 목소리 큰 누군가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공통으로 합의된 핵심가치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은 최고 경영자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