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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미 Apr 12. 2024

사람 중심의 성과관리제도로

필자는 기존 성과관리 시스템을 보면서 여전히 남의 것, 우리와 맞지 않는 서구식 방법으로 불편한 것으로 인식이 된다. 우리나라의 유교문화에서 비롯된 윗사람에 대한 예우, 일본식 연공서열 중심의 경영에 물든 수직적 관료주의, 재벌 기업 중심 오너 경영에서 오는 군대식 상명하복 조직문화가 팽배한 상태에서 기존의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철학은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것이 사실이다.  합리적인 접근 (테일러식)이라고 하지만 평가 시즌만 되면 강제할당으로 인한 인간의 심리적 요소를 배제한 체 진행된 기존의 비합리적인 프로세스를 경험하면서 단순히 사람을 기계적인 존재로 취급하는 제도에 불편함을 느낀다. 


일반적으로 인사평가를 할 때 직원들의 평가 서열을 결정하고 평가 등급을 강제로 배분한다. 이러한 등급을 기준으로 기본급 인상률과 성과급 지급액이 결정되고 승진에 필요한 점수가 누적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평가 등급을 결정하는 이유는 몸무게의 분포처럼 직원들의 성과가 정규 분포를 따른다는 가정에 의한 것이다. 직원들의 성과가 정규분포를 따르리라는 가정은 잘못된 믿음이라는 것이 여러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직원들은 대부분 성과는 거의 비슷하며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직원은 매우 극소수라는 것이다. 성과뿐만 아니라 역량도 정규분포에 기반해 상대평가 하는데 이 또한 매우 모순적이다. 직원을 채용할 때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과 역량이 뛰어난 사람에서 낮은 사람까지 정규분포에 들이 맞게 골고루 채용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회사는 역량이 중간 이상 되는 직원을 뽑는다. 역량은 사람의 소질, 가치관, 성격상의 특성 등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이나 자기계발 등을 통해 쉽게 향상되는 성질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원들의 역량 분포가 입사 후에 정규 분포를 띠게 되는 가정하에 진행되는 상대평가는 전혀 근거가 없다.

다행히, 기업들은 지속적인 혁신을 요구받게 되고 기존 생산성에서 혁신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동료와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대신 협업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또한 MZ세대에서 성장은 일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회사에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게 동기부여 하는 것은 이들에게 회사에 머무르게 하는 요인이다. 기업입장에서는 혁신이 필요하고 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성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성과관리 시스템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또한 MZ세대는 투명성과 공정성, 신속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성과관리 시스템의 변화 키워드는 절대, 상시, 동료 평가로 요약할 수 있다.


평가는 평가를 받는 직원에게 주는 부정적 심리 영향이 매우 크다. 일을 통해 성과를 내려면 몰입, 열정, 흥미와 같이 업무와 관련된 에너지 수준을 높이 유지시키는 것이 평가의 목적이라면 기존 평가 방식인 등급으로 직원을 줄 세우기는 피평가자들에게 엄청난 정식적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뇌과학 관점에서 이런 스트레스가 인류의 조상들이 맹수들과 맞닥뜨려서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놓였을 때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대개 80%의 사람들은 자신이 20% 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상대평가 결과를 접하면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받는 등급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연말에 다가오면 팀 내 분위기가 어두워지고 협업하는 분위기는 더 이상 작동하기 힘들어진다. 이러한 기존 평가제도는 객관적 측정을 통해 피드백하고 차별화된 보상을 하면 결국 전체 구성원의 풀이 우수해지고 조직 성과도 좋아질 것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하였다.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기존 평가제도를 합리화하는 근거로 자주 인용된다. 


성과관리 시스템이 성과만큼 평가받고 그만큼 보상을 받으며 스스로 학습하고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할 수 있는 받는 성과주의의 기본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 복지가 훌륭하고 자유롭게 일하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은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개인 성과관리체계의 강도가 가장 높은 회사이다. 이들은 조직문화와 관리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매우 빠른 시간 안에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이들의 성공요인은 전통기업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성공적으로 효과적인 조직문화를 정착시킨 것이다.


구글은 소수점 단위로 목표 관리와 평가를 진행하고 아마존은 끊임없이 높은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리더십 원칙이며, 페이스 북은 상반기/하반기에 7단계에 걸쳐 평가를 진행한다. 자유롭게 일하는 것만 같은 이들이 왜 이렇게 철저한 성과관리를 운영할까? 수평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자유롭게 일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조직에게나 개인에게나 탁월한 성과를 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자율 문화는 통제와 간섭을 최소화하고 과감한 권한 위임과 개인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문화이다. 물론 현행 제도가 비효율적이고 불합리적이라고 수평적 자율 문화에 대해 오해할 경우 무책임과 방임의 문화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수성과를 내는 프로로 인정해 주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과정에서 더 스스로 더 나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경쟁을 자기계발의 기회로 활용함으로써 일부러 저성과자를 관리하지 않아도 그런 사람들을 통해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는 단순히 교육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성과관리제도의 구축과 일관되고 지속적인 운영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성과관리 결과는 개인들의 성장했다는 느낌과 연계되어야 한다. 지속적인 성과관리에 따라 자신의 성장했다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이와 연계된 경력개발 프로그램이 더욱 세분화되고 개인화되어야 한다.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했고 이를 인정받았다고 느낄 때 다음 새로운 목표에 대한 열정도 강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보상은 자율성과 권한의 크기를 확대시켜 주는 것이다.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성과관리가 동반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결국 조직문화변화는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지며 성과관리는 조직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도이자 시스템이다.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에서 성과평가에 대한 엄격한 프로세스가 없으면 밀레니얼 세대는 공정성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분위기일수록 사람들은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자신의 성취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이들에게 다음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의 역할을 한다.


넷플렉스는 무제한 자율 휴가제를 주고 있다 무제한 자율 휴가제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회사가 직원을 신뢰한다는 의미이고 두 번째는 성과중심으로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자율은 직원들을 프로로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프로는 스스로 자기 시간과 성과에 책임을 지고 일하고 반대로 악용할 경우 무임승차가 생기고 동료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규율이 동반되어야 하는 이유다. 짐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업들은 비정하지는 않지만 엄격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비정하다는 것은 원칙과 기준이 없는 것이고 엄격하다는 것은 정해진 규율이 가이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넷플렉스는 함께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이 존경할 만하고 배울만한 사람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라고 한다. 훌륭한 일터는 많은 복지혜택, 초밥점심, 성대한 파티, 고급 오피스가 제공되는 곳이 아니다. 가장 훌륭한 일터의 핵심은 멋진 동료들의 가득한 환경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구성원이 프로 스포츠팀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직위에 스타급 플레이어를 앉혀 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스타급 플레이어는 스스로 동기 부여하고 성찰하는 직원, 나아가 스스로 학습하고 개선하는 직원, 누군가 통제하기 전에 먼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직원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직원이야말로 자유 속에서 성장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을 누릴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직원들을 분류하거나 줄 세우지 않는다. 오직 모두가 상위 10%에 들어가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서로 협조하며 회사는 이들을 지원한다. 사무실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일했는지로 성과를 따지지 않는다. 노력이 아닌 효율성의 문제이다. A급 인재가 충성과 노력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B급 성과가 지속되면 퇴직금을 많이 주고 회사를 떠나도록 권한다.


구글의 평가제도인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 - 목표와 핵심 결과)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으로 결과 지표를 함께 정해 놓는다. 이러한 성과관리 운영 방식은 1) 되도록 자주 2) 동료 평가를 중심으로 3) 공개적으로 의 특징이다. 매년, 그리고 매 분기가 시작할 때, 회사의 OKR이 발표되고, 직원들은 회사의 OKR에 맞춰 개인의 OKR를 설정한다. 분기별 OKR을 통해 환경변화에 대한 유연성을 높이고 전 직원이 인터넷을 이용해 OKR 공유 미팅에 참여하는 등 오픈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수시로 목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개인의 목표와 실적은 해당 부서 동료들에게 공개해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고 있으며, 연 2회, 절대평가로 등급 초안이 나오면 조직 내의 비슷한 일을 하는 팀 관리자들이 함께 모여 모든 직원들의 등급 판정을 함께 검토하는 회의 Calibration session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공정하고 효율적인 성과평가를 하며 직원들에게 의미 있는 피드백을 받을 기회를 제공해 개인의 성장을 돕고 있다.


참고문헌

1. 최병권(2003). 보상제도 이렇게 운영하라, LG주간경제, 2003.1.16

2. 유정식(2012). 직원들 성과를 정규분포에 껴맞추지 마라. 인터퓨처 블러그 https://infuture.kr/1160

3. 이재(2018). 교육, 전담 부서만으론 문화절대 못바꿔. 성공 재정의하고 전략, 구조 개편하라. 동아비즈니스 리뷰, 248호

4. 김성남(2016). 한꺼번에 바꾸지 말고 3~5년 변화관리 하며 인사혁신 단행하라.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6년 10월

5. 박형철(2016). 매일매일 평가와 실질적 피드백, 창의적 조직 위한 해법. 동아 비즈니스리뷰 2016년 4월 

6. 김도영(2019).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한 불편한 오해. HR Insight, 2019년5월호

7. 애슐리 구달, 마커스 버킹엄(2015). 성과관리 시스템 전면 재설계로 연 200만 시간 낭비 줄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5. 4월호

8. 김종섭(2018). 국내외 기업성과이슈와 트렌드. HR Insight, 201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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