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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미 May 10. 2024

일하게 만드는 심리적 요구-1

먹고살아야 하는 생존의 요구

로체스터 대학교 에드워드 데시 박사는 사람을 일하게 만드는 이유를 자율성의 욕구, 관계 맺기 욕구, 유능함의 욕구 등을 들었다. 자율성의 욕구는 행동의 원천이 자신이라는 느낌을 갖고 싶어 하는 요구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자기 의지에 따라 일을 추진하고 싶은 욕구이다. 조직에 문제가 발생하면 생산라인까지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이라든지 고객 접점에 있는 직원이 자율적으로 고객에게 상응하는 보상이나 서비스를 해주는 것 등이다. 두 번째는 관계를 맺는 사랑에 대한 요구이다. 관계 맺기 욕구는 타인에게 보살핌을 받기도 하고 타인을 보살펴주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조직에서는 협업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욕구이다. 상대방을 신뢰하고 함께 뭔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에 기여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능함의 욕구는 직장에서 직면하는 도전이나 업무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그 과정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발전하며 성장한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배우는 것 없이 자신이 퇴보하고 회사에서 소모품이 된다는 느낌은 긍정적인 동기유발을 어렵게 만든다.


반면 매슬로우는 인간을 자기실현을 지향하며 성장해 가는 동물로 보고 세부적으로 단계가 있는 동기 구조를 갖는다고 하였다. 그는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주 원동력을 결핍욕구와 성장욕구로 보았다. 그의 이론은 직장에서 구성원들이 어떤 욕구가 충족되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욕구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를 일하게 만드는  욕구를 생존, 인정, 자아실현/자기성장 세 가지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먹고살아야 하는 생존의 욕구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때로는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 재미없는 일에도 자신을 맞추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먹고사는 것이 힘든 시대에는 생존의 요구가 가장 중요한 일하는 이유였다. 전통적인 위계적인 조직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인적인 보람이라는 자아실현, 자기 가치와 의미를 연계시키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생계가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기성세대는 IMF나 금융위기로 취업이 어려워지고 경기가 안 좋을수록 살아남기 위해 직장에서의 불합리에 눈을 감는다. 생존의 위협을 받을수록 과도한 업무량과 직장 내 상사 압력, 직장 내 눈치 게임, 정치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을 한다는 것은 힘든 것이고 일을 안 해도 걱정 없이 살 수만 있다면 당장 일을 때려치워도 좋다. 이런 환경에서 일했던 기성세대는 인간은 천성이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라는 가정을 더 믿고 싶어 한다. 특히 자기에게 맞는 일을 선택하기보다는 사회로부터 주어진 일, 회사에서 맡겨진 일을 해왔으며 시키는 일만 해왔기 때문에 일은 재미없는 것으로 인식한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도 먹고살 수 없을 정도로 돈을 벌지 못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는 순간 일은 더 이상 즐겁지 않다. 


먹고살기 위해서만 일하는 사람들은 일에서 행복이나 만족을 거의 찾기 힘들어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그 일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매사가 불만거리이다. 더 많은 돈을 원하며 심지어 이를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퇴직하겠다는 말을 수시로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조직을 부정적인 분위기로 만든다. 이러한 사고와 행동방식은 자연스럽게 조직문화에 반영되어 조직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돈이 인정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이유 

요즘 신입사원에게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IT기업이 많아졌다. 경쟁 기업보다 높은 연봉을 줘서 뛰어난 인재를 뽑고 이들이 높은 성과를 내면 기업도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높은 연봉을 주는 기업에 입사하는 사람은 다른 조건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자긍심과 애사심이 높다. 입사 경쟁률이 높고 그런 경쟁을 뚫고 입사했으니 자부심이 높을 만하다. 가족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자랑스럽다. 이들에게 돈은 생존의 요구의 충족이며 동시에 자신이 인정받았다는 의미이다. 


경쟁사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이들이 실제로 회사생활을 어떤가? 경쟁사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다 것 자체에 행복 수준이 올라가겠지만 쾌락 도파민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다른 기업들이 내가 받는 연봉보다 많이 올린다거나 성과급을 많이 지급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행복하기보다는 불행감을 느끼게 된다. 경쟁사에 비해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데 다른 기업이 연봉 인상은 자존감이 떨어지고 부정적인 자극으로 행복감이 사라진다. 이는 생존의 욕구를 넘어 인정의 요구에 해당한다. 


사회심리학자 슈워츠와 샤프는 쾌락적응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사람들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상황에 적응한다고 했다. 큰 액수의 보너스나 연봉 인상 등 상당히 규모의 물질적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그로 인해 즐거움과 행복은 한순간이고 효과는 사라진다 하고 한다.  외부 보상은 내재 동기를 축소시키고 성과와 창의성, 심지어 순수한 행동까지 모두 도미노처럼 무너뜨린다고 한다. 금전적 보상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직원들이 행복감을 유지시키지 못한다. 연봉으로 직원을 잡아두는 회사도 미래가 없어 생산 원가가 높아지고 결국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고객의 가치가 줄어든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이런 직원들은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으며 보상 없이 아무 일도 하지 않게 된다.        (다음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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