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포용하는 문화
필자가 근무하는 조직처럼 한국의 많은 조직은 전형적인 남성 지향적 위계 문화가 존재한다. 조직에 적응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던 필자의 경험을 통해 한국 기업에서의 갖는 남성 지향적 문화들은 어떤 특징들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개인의 다양성을 가로막는 집단주의와 무조건적인 충성을 요구하는 조직일수록, 여성 인력이 적을 것이며, 당연히 고위직에 여성 비율 역시 미미할 것이다. 해당 산업, 직무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여성의 비율은 해당 조직의 기업문화의 수준을 판단하는 좋은 척도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직장 생활하면서 느꼈던 차이점은 형님이라는 표현이다. 남자들은 직장에서 상사와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형님이라고 부른다. 특히 회식자리에 가면 특히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여성도 남성 상사에게 오빠라고 불러야 할 것 같으나 이럴 경우 이상한 눈으로 필자를 쳐다볼 것이다. 기존에 많은 직장 여성에겐 남성중심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남성 코스프레가 필요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일과 관련해서 남녀를 구별할 필요가 없는 듯하다. 양성평등 문화가 어느 정도 확산된 젊은 세대는 스스로 남녀 구분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지수는 현저히 낮다. 대한상의와 맥킨지는 2016년 국내 100개 기업 4만 명 대상으로 한국 기업문화 실태 진단을 실시하였다. 진단에 참여했던 국내 10개 기업 중 77%가 글로벌 대비 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면 저조한 양성평등 기업문화의 병폐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9년 맥킨지의 2019년 직장 내 여성 2019년에 따르면 MZ 세대의 여성들이 기업에 많이 진출하고 있지만 여성이 위로 오르는 사다리가 끊어진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입사원 채용 시에 의도적으로 남녀 성비를 맞추지만 관리자급의 첫 승진 때부터 여성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첫 승진에서 밀리는 가장 큰 이유는 출산과 육아이다. 여성의 휴직할 경우 커리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남녀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할 때까지는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만 출산과 육아라는 고비에 많은 여성의 사회 진출에 무너진다.
MZ세대에게 여전히 유리천장이 견고한 이유에 대한 사례 연구를 진행한 김영미 연세대 교수는 기업의 이상적인 직원을 돌봄 부담이 없는 남성이며 일과 가정으로 인한 여성의 이중 부담으로 인한 낮은 승진, 성별에 대한 새로운 고정 관점 등이 존재가 그 원인으로 지목하였다. 여전히 기업에서는 여성은 어려운 상황을 잘 못 버티고 감정적이고 경계를 나누고 불만을 표출하며 가정에 충실해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였으며 남성은 잘 버티고 쿨하고 순응적이며 충성심이 있는 가장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조직문화는 아직도 무척 경직되어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겪으며 개인의 창의와 자율을 존중하는 기업이 일부 나타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딱딱하고 권위적인 조직문화가 우리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여성이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영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직된 조직 자체가 남성들의 문화에서 파생된 것이고 한 발 더 나아가서는 군대 문화와도 맥이 닿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사들은 여성인력보다는 남성을 대체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충성심의 차이라고 한다. 충성이란 것은 옳은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사실 비합리적이고 남들도 다 하기 싫어하는 것을 눈 꼭 감고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야근과 주말 출근을 하며 회식자리에서 늦게까지 남아있으며 비상식적인 상사의 개인적인 부탁도 웃는 얼굴로 들어주느냐가 충성심의 척도이다. 군대에서 철저히 단련된 한국 남자들은 무조건적인 충성과 조직을 위한 자기희생과 헌신이 요구되는 조직이 익숙하다. 또한, 누구에게 머리 숙여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안다. 반면, 여자들은 이러한 조직이 익숙하지가 않다. 비합리적인 일이 있으면 묵묵히 따르기보다는 이유를 따져 묻고, 술도 본인 주량 것 마시고, 본인의 업무가 끝났으면 상사가 자리에 남아있더라도 퇴근하는 상식적인 행동들을 한다.
이렇듯, 한국 조직은 충성심이라는 이름의 비상식적인 척도가 남성들에게 큰 비교우위를 제공하는 동시에 여성들의 유리천장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유리천장을 깨부수는 것이 한국 기업들에게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경쟁무대에서 한국 회사들이 기존에 해왔던 비상식적인 업무방식과 군대식 기업문화는 세계에서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과 남성은 선천적으로 다르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애와 여자애를 보면 개인적인 성향이 있긴 하지만 차이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생물학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남녀 간의 차이로 어떻게 고착화되어 가는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시시대부터 남자와 여자의 역할 분담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어 남녀 뇌의 발달 차이에 영향을 주었다. 남자는 주로 사냥을 하면서 수렵생활을 통해 사냥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력을 발달시켰으며 맹수들을 잡는 상황에서 명확한 업무 분담과 명령과 위계를 통해 위험을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반면 여자들은 가정을 돌보며 숲에서 열매를 채집하고 여자들끼리 협업과 대화를 통해 서로 교감하면서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러한 특징 때문인지 남자들은 결론부터 생각하고 무엇인가 집중하면 깊이 빠져 들고 혼자 있고 싶어 하며 주위의 도움을 거부하고 오랜 시간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한다. 반면 여자들은 문제를 주위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으면 고통을 느낀다. 주위사람들이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여자와 남자의 갈등이 일어난다. 여자는 문제를 공유하기 위해 남자에게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남자는 대화를 자르고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단답형 대꾸 만을 계속할 경우 화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자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하고 이해해 주고 배려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대화방식도 뇌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남자는 좌뇌만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90%)이지만 여자는 좌뇌(60~70%)와 우뇌(3~40%)를 함께 사용한다는 것이다, 좌뇌는 논리와 이성을 담당하고 우뇌는 추상적, 감성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또한 여자의 대뇌변연계의 일부인 해마의 크기가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해마는 기억, 감정 등과 관련이 있다. 남자는 사실 전달에 적합한 대화에 치중하고 여자는 감정표현을 중시하는 말 표현을 자주 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들은 여자가 사용하는 단어를 곧이 곧 대로 해석하고 자기를 비판하는 말로 받아들이기 쉽다. 여자들이 기분을 둘러서 표현하는 것을 정색해서 반응하기 쉽다, 여자들은 자기감정을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 다양하고 은유적이고 막연한 표현을 사용한다. 사실 이때 여자가 원하는 것은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알아 달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리 없는 남자는 끊임없는 해결책을 제시하다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여자에게 지치고 대화자체를 그만두는 지경까지 만들고 만다.
여성과 남성은 선천적으로 다르다는 기반이 오히려 양성불평등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남녀는 생물학적인 차이가 뿐만 아니라 여성은 성향, 태도, 행동에 있어 선천적으로 다르다는 인식이다. 즉 여성은 협상을 잘 못하고 자신감이 떨어져서 지나치게 위험 회피적이며 자신의 경력보다는 가정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한편 여성은 배려심이 많고 협조적이며 임무를 완수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 양성 평등 차원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남녀차이는 환경적/구조적 요인이다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은 개인별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 남성과 여성은 성향, 태도, 기량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구조, 회사 관행. 여성과 남성의 위치를 다르게 간주하는 상호작용 방식에 기인하다. 다시 말해 여성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 시스템적으로 남성과 다른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도 다른 상황에서는 다르게 행동한다. 남성지향적인 조직에서 남녀 간 성별 차이를 강조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것으로 여긴다. 애초에 행동의 차이를 유발하는 환경을 개선하기보다는 여성들을 남성지향적 환경에 순응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여성 리더십 교육이라든지 소수 여성임원 선발이라든지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별 효과가 없다. 예를 들어 여성이 남성보다 가정을 중시한다는 통념을 생각해 보자. 많은 연구결과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 남녀 모두 일보다 가정에 중요한 가치를 둔다고 한다. 그러나 왜 이러한 고정관점이 생겨났을까?
조직 자체에서 엄마로서의 여성과 아빠로서의 남성을 대우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성은 남자답게 행동해야 하며 힘들거나 피곤해도 표현하면 안 되는 것이고 가정 때문에 출장을 미루어 달라고 하거나 일찍 퇴근해야 한다고 상사에게 요청했을 때 상사는 편의를 봐주는 것이 못 마땅하고 은연중에 압박을 주고 남성들은 다른 경쟁 직장동료들에게 알기 못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남성은 성공하는데 유리한 평판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반면 엄마에게는 회사 업무를 줄이는 것이 당연하게 여기고 심지어 적극 권장한다. 그러면서 여성은 덜 중요하고 경력 개발에 도움이 덜 되는 자리에 재배치되게 된다. 일과 가정의 균형 대한 요구가 남성도 여성 마찬가지다. 요즘 밀레니엄에게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런 가치들이 조직 내 성공이라는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경력을 쌓아 나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매우 다른 환경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존재하는 또 다른 연구가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은 협상력을 잘 못하고 너무 쉽게 양보하고 너무 착해서 협조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젠스 마제이(Jens Mazei) 및 동료들은 100개 이상의 연구를 분석한 것과 성별 차이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남성들은 여성들이 협상에 약하고 위험한 일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통념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개인적인 성향도 중요하지만 직장에서 얼마나 능력을 발휘하고 성공할 수 있는지는 이들에게 어떤 기회와 대우가 주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정보네트워크에 단절되고 자신의 실수나 실패에 지나치게 나쁜 평가를 받고, 업무수행에 적절한 피드백을 받지 못할 때 성과와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행동한다. 여기에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나타난다. 여성들이 하는 행동은 실제 이유는 여성이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 남성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을 나타내는 것이 여성 성향으로 취급당한다.
이러한 성차별적 고정 관점이 지속되는 이유는 인지적 오류가 있다. 먼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설명할 때 우리는 상황적 요인보다 개인의 성향에 기반한 설명에 더 이끌린다. 전형적 남성 성향/여성 성향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남성이 회의에서 자주 강하게 발언하면 우리는 그가 자신이 기여한 바에 대해 칭찬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는 등의 상황에 기반하여 설명하지 않고 그가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신이 감이 넘친다고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다른 식의 설명을 떠올리려면 더 많은 인지적 에너지가 소요된다. 따라서 우리의 고정관념에 의해 우리는 인지적으로 가장 단순한 가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 행동은 사람이 처한 상황(시스템)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나 그 사람의 성격 등 개인적인 성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단순 노출효과라는 것에 의해 여성은 어떻고 남성은 어떻다 식의 문구를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것으로 우리는 마음속으로 사실이라고 수용하게 된다. 또한 사람들은 일단 어떤 것을 사실이라고 믿으면 이러한 입장에 부합하는 증거만 찾고 발견하고 기억하려 하고 그에 반대되는 증거는 무시하거나 잊으려 하는 경향을 보인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 편향(Conformation bias)라고 부른다. 따라서 남성과 여성이 고정 관점에 부합하는 행동을 할 경우 이것을 더욱 노출하고 표현할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자신도 모르게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리더들은 ‘여자들이 부엌의 뜨거운 불을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부엌에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 회사 부엌의 불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훨씬 더 뜨겁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
참고문헌
1. 이유진(2018). 여성신문, 기업내 유리 천장이 견고한 5가지 이유, 2018.08.06
2. 은진기(2015). 한국여성, 유치천장을 깨부숴라 블로그 Brunch https://brunch.co.kr/@jinkieun/13
3. 양성희(2014). 말의 해, 말의 해 논리남과 수다녀 언어의 벽 어떻게 넘을까?. 아시아 경제 2014.02.12
4. 로빈J. 일리, 캐서린H. 틴슬리(2018). 남성과 여성에 대한 사람들의 착각 하버드비즈니스리뷰.2018년 5-6월 합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