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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미 Aug 12. 2024

주도성 패러독스

[팀원] 저는 다른 곳에서 이직한 경력사원입니다. 처음에 이곳으로 왔을 때 제 눈에는 개선할 것들이 많이 있었어요. 때마침 조직문화팀에서 팀별로 Change agent를 모집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자진해서 팀 CA가 되었습니다. 적극적으로 팀원들 인터뷰도 하고 개선과제를 발굴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팀원들이 다들 가만히 있는데 왜 저렇게 일을 벌여서 우리들만 피곤하게 해 오지랖도 넓다는 불평불만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아직 우리 문화를 제대로 이해 못 해서 그런다고 주도적으로 일하다가 실패하면 다 본인 책임인데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고 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팀장님도 열심히 하라고 했는데 나중에는 자기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다른 일에 열심히 하느냐고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저를 보더라고요. 의욕에 차서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부정적인 시각들도 부담이 됩니다. 그러면서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열심히 하지라는 회의감을 들고 점점 더 소극적인 모습으로 변화되더라고요.
 



알아서, 스스로, 내 일처럼 적극적으로 일하는 것을 바라지만 수동적으로 시킨 일만 딱한 직원들을 보면 답답할 뿐이다. 대화도 해보고 야단도 쳐보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다. 회사의 경영진들은 구성원들이 주도적 적극적으로 행동해 주기를 바라면서 한편으로 실수를 하거나 회사 추구하는 방향과 다른 제안을 하는 구성원들을 조직의 불평자로 간주하며 주도적 행동에 불이익을 준다. 동료들도 주도적으로 일 하는 직원에게 다들 가만히 있는데 왜 저렇게 솔선수범해! 괜히 일 벌여서 우리들만 피곤하게 만든다라는 등의 불평불만을 하면서 주도성이 높은 구성원들을 문제유발자로 취급한다. 상사도 시키는 일이나 제대로 하지, 자기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다른 일까지 하려고 하지? 주도적으로 일하는 팀원의 행동을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자기 주도적 구성원은 이런 부정적인 시각으로 ‘내가 왜 이런 대우받으면서 주도적으로 일해야 하는가 라는 회의감으로 점차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며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 간다. 이런 현상을 주도성 패러독스라고 한다. 


조직심리학자 에드워드 데밍 교수가 제안한 85/15법칙에 의하면 저성과의 85%가 시스템적인 문제로 발생하고 15%만이 구성원 자체의 문제로 발생한다고 하였다. 저성과자가 발생하는 것은 구성원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인사시스템, 리더십, 문화적 특성 등 환경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는 것이다. 환경적인 요인들 대부분은 구성원들을 일하기 만드는 동기유발 요인이다. 


이런 환경에 있는 리더는 주도적 직원들의 제안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목표를 강요하거나 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경향이 높다. 실패에 대해서도 너그럽지 않다.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대가가 크다. 특히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리더라면 갈등을 일으키지 쉽다.  팀성과에 조바심이 난 리더는 자신도 모르게 업무를 계속 확인하고 간섭할 때 주도적으로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직원들에게 일단 시도해 보라고 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실험정신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괜한 짓을 했다가 결과가 나쁘면 잘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몸을 사린다. 


이런 문화에서 주도적인 직원들은 승진이나 인사고과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직원일수록 승진이 늦고 연봉도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런 직원들은 자신이 시도한 행동들이 성공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불평불만하는 것을 보고 욕먹는 것보다는 입 다물고 시키는 일만 잘하자는 수동적인 태도로 변한다.  특히 위계적 조직에서는 의사결정의 권한과 책임이 없는 구성원들은 스스로 고민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사나 조직에 점점 의존해 가면서 독립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창의력도 발휘하지 않는다. 권한이 없으니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다.


컴포트존에 빠지다 

새롭게 시도하는 것이 막히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장려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무기력해지며 이것이 반복될 때 수동적으로 모습으로 변한다. 도전적 목표를 세우지만 이를 지원해 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풍부한 현장경험이 있더라도 집단적 지능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변화는 귀찮은 것으로 여겨진다. 직원들은 적당히 눈치나 살피며 시키는 일이나 하다가 때가 되면 당연한 듯 월급을 받는다. 이런 회사는 적당주의가 판치는 컴포트존에 있는 직원들이 많다. 컴포트존은 스트레스나 불안을 느끼지 않는 편안하고 쾌적한 상태를 말한다. 안전감을 느끼는 영역이다. 기존의 익숙한 방식을 고수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다른 것을 시도할 때 불안감을 느끼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다. 이 영역을 벗어날 경우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져 이를 피하게 된다.  스트레스를 제거하기 위해 사람들은 편안하게 느끼는 영역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컴포트존에 있는 직원들은 고객과의 만남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에 접촉 없이 그냥 일한다. 내부에서는 바깥에 있는 고객을 볼 수 없다. 누구도 전체를 조망할 수 없으며 관계를 맺는 대상은 오직 자신의 상사이다. 따라서 항상 단기적인 목표달성만 생각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책임전가가 일어나고 책임을 회피하고 그것을 대신 떠맡을 인물을 찾는데 열심이다. 이런 조직은 결국 컴포트존을 좇는 직원들만이 남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장 직원들이 생산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담당관리자, 현장 관리자 등이 생산계획을 세워 현장에 내려 보낸다. 또한 고객이 주문 내용이 잘못되었을 때 현장에 있는 직원 대신 현장 관리자가 어떻게 해야 할지 빨리 결정해서 지시한다. 현장 직원들은 관리자가 부산을 떠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왜 지금 바꾸라는 거지? 우리에게 뭘 원하는 거야,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라고 지금 우린 편하게 일하고 있는데 도대체 왜 난리야 라고 불만을 쏟아낸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관리자들은 직원들을 더욱 압박한다. 문제해결이 없고 큰 혼란에 빠진다. 모든 직원은 필요한 일만 처리할 뿐 나서서 일할 동기가 없다 변화하는 고객요구에 맞는 새로운 도전적 목표나 혁신은 골치 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리더는 자신이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지 성찰해 본다

수동적인 직원들을 양성하는 리더들은 팀원의 개인적인 성향을 탓하는 경향이 있다.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하면 그 사람에게 충분한 맥락을 제공했는지 생각해 보라라는 말이 넷플릭스 조직문화문서에 있다. 리더는 개인적인 성향을 탓하기 전에 그런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환경적인 요인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리더 자신의 태도부터 성찰해봐야 한다. 


첫 번째 팀원들의 역량을 의심스러워 믿고 맡기기 어렵다? 팀원의 역량이 의심스러운 리더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리더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없다고 생각한다. 리더가 일을 계속해 줄 수 없으며 팀원의 역량도 발전하기 않아 조직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도 발생한다. 리더는 모든 것을 자신이 다 할 수 없다. 팀원들의 업무에 디테일하게 관섭하다 보면 자신의 해야 할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은 팀원들의 몫이다. 올바른 일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리더의 몫이다. 팀원들의 주도성을 살리고 싶다면 팀원의 강점을 찾아보는 것이다. 팀원이 강점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팀원들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주고 몰입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제거해 준다.


두 번째는 팀원의 업무과정을 감시하지 않으면 긴장감이 떨어져 업무 몰입을 하지 않는다? 이런 팀원들은 리더가 아무리 철저하게 감시한다고 하더라도 일하는 척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딴짓을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꺼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리더의 감시나 위협 두려움으로 몰입하지 않는다, 리더가 매우 깐깐하게 점검하고 감시한다면 팀원들은 긴장감을 가질 수 있지만 일에 열정을 쏟거나 몰입하지는 않는다. 위임한다고 해도 다른 행동을 하지 않을까 의심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업무를 지시하고 점검하는 과정을 체계화한다. 일의 목적과 기대 수준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중간 결과물을 언제 볼 것인지 정하고 중간에 갑자기 보여 달라고 하지 않는다. 일을 줄 때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중간 결과물을 언제 볼 것인지 정한다, 중간에 갑자기 보여 달라고 하지 않는다. 만약 팀원이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일대일 미팅을 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둔다, 어떻게 잘 되고 있어라는 질문보다는 지원해 줄 것이 무엇인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면 그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 들을 질문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들어 준다. 


세 번째 성과압박형 리더의 경우 조직에서 원하는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성과를 압박을 받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어쩔 수 없다? 성과압박이 리더의 머릿속에 가득하면 좋은 리더도 마이크로 매니저로 변하다 단기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직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이크로 매니징 대신에 전략적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리더 스스로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조직에서 리더에게 요구하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이것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작성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팀원들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일해야 하는지 소통한다. 구체적인 목표를 위해 팀원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고민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리더가 학습하고 의사결정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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