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개월간 매일을 공부했지만, 공인노무사 1차에 떨어졌다. 아까운 점수차도 아니였다. 1과목을 과락했으니까... 눈물이 나지도 아쉽지도 않았다. 더 어려워 질테지만, 시험은 내년도 있고, 나는 내 선에서는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았다. 매년 50%이상을 넘던 1차 합격률이 30%대라니... 이번년도에 너무 시험문제를 가혹하게 낸 것 아닌가 싶지만, 그것까지도 내 역량이였으니 받아들여야겠지. 역시 나는 공부에는 정말 소질이 없는 가 싶었다. 근데 사실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서 공부에 도전한건데 이젠 뭘 해야하나 싶다.
우선, 내가 시험을 위해 준비해둔 돈은 2차 시험이 있는 23년 9월까지였고, 그 이후로는 취업을 할 생각이였으니까 취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게 왠걸 생각해보니,
젠장, 33살의 나는 취준을 해본적이 없다.
8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2015년에 한국에 들어온 나는 우연한 계기로 나는 쉽게 취업이 되었다. 몇 군데 지원해보지도 않았지만, 정말 좋은 선배들을 만났고 나의 노력과 열정을 알아봐주셔서 좋은 직장에 자리잡게 되었다. 취준을 해보니, 이게 얼마나 큰 행운이였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 땐 어려서 뭔가 열정(?)같은 게 있었나보다) 그 이후로도 이직을 엄청 순탄하게 했다. 모두 주위의 사람들이 추천해주었고, 마지막엔 감사하게도 대표님이 스카웃해주셨으니 취업도, 이직도 어렵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공인노무사 시험을 볼거라면서 대표님에게 얄짤없이 말하고 나와서는 1차도 떨어지고 이제는 취업까지 해야하니 자신감, 자존감은 이제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다시 취업해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적어도 1차는 붙고 2차는 붙지 못하더라도 봐보고 생각할 요량이였는데 모든 계획이 틀어져버렸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자소서와 이력서를 수정하기로 했다. 심지어는 숨고에서 나름 고수라는 분에게 컨설팅도 받아보았다. (절대 하지말기를 추천한다.) 자소서란게 이렇게 적기가 어려운 것이었나? 내가 채용할 때 나는 자소서를 읽어본 적이 있었나? 아니, 단연코 없었다. 이력서만 보고 인터뷰를 결정 지을 만큼이 보였으니까. 그런데 뭔 자소서를 이렇게 장황하고도 길게 적어서 필수사항으로 제출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나는 경력기술서를 보내는데 말이야! 읽어보지도 않을 자소서에 이렇게나 많은 힘을 빼고 있으니 취준보다 이게 더 힘들었다. 더 중요한 것은 왜 모두 똑같이 써야하는냐는 것이다. 남들과 똑같이 살아온 것도 아닌데, 결국 잘 쓴 자소서를 얼추 비슷하게 온갖 형용사를 갖다붙이며 길게 쓰는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그런 누구나 쓸 만한 자소서를 복붙해서 지원해야하는 게 잘 이해가지 않았다.
어렵게 고치고 고쳐서 몇 군데에 지원해보았지만, 역시나 서류에서 광탈해버렸다. 내 서류를 보신 매니저님들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피드백이라도 받아보고 싶은 심정이다. 서류탈락은 거절을 의미하지만, 헷갈리지 말자. 서류상의 이력과 경력이 포지션과는 맞지 않아서 거절한 것이지 나를 거절한 것이 아니다. 낙심하지 않기로 마음 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