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이동

관계, 제도, 플랫폼을 넘어 누구를 믿을 것인가

post-truth '탈진실'
진실보다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 형성을 주도하는 행위.
옥스포드 사전이 선정한 2016년 올해의 단어.

alternative facts '대안적 사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 인원을 두고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과 로이터 통신 등 미국 언론 사이에서 벌어진 설전 가운데 등장한 신조어.

믿을 수 없는 얘기가 뉴스가 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문 것'은 뉴스가 되던 시절입니다. 믿기 어렵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토픽이라는 제목으로 뉴스가 됐습니다. 믿을 수 없을만큼 황당한 사건이더라도, 언론에 보도되었다는 이유 때문에 우리는 뉴스를 사실로 인정하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디어에 노출되는 모든 뉴스를 믿지 못합니다. 아니, 믿지 않기로 작정합니다. 위의 두 단어가 그 세태를 반영합니다.

보도되는 뉴스를 실눈을 치켜뜨고 의심하며 소비하는, 우리네 언론과 미디어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상할 정도로 조건이 좋은 중고나라의 물건은 사지 않습니다. 모르는 발송자의 이메일의 첨부 파일은 클릭하지 않습니다. 알수 없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신뢰는 이미 꼭꼭 숨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 지, 누구를 믿어야 할 지 점점 더 자신할 수 없습니다.

피에르 부르디외와 로버트 퍼트넘은 지역적 신뢰를 '사회적 자본'이라고 불렀습니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들 간의 연결, 이를테면 사회적 연결망과 상호 호혜의 규범, 그리고 여기에서 생기는 신뢰성을 의미한다. bowling alone, Robert Putnam(2001)"

이제 더 이상 이런 신뢰를 누리는 사회는 불가능한 것일까요?
신뢰는 정말 사라져 버린 걸까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신뢰이동 Who can you trust>이 그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인 레이첼 보츠먼에 따르면 지금은 세번째 신뢰 혁명의 시기입니다.
첫 번째는 [지역적 신뢰 local trust]의 시대입니다. 모두가 서로를 아는 소규모 지역 공동체에서 살던 시대입니다.
두 번째는 [제도적 신뢰 institutional trust]의 시대입니다. 신뢰가 계약과 법정과 상표 형태로 작동해서 지역 공동체 안의 교환을 벗어나 조직화된 산업 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토대가 구축된 일종의 중개인 신뢰의 시대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분산적 신뢰 distribured trust]의 시대, 바로 오늘날의 시대입니다. 사회를 연결하는 접착제로서의 신뢰는 사라지지 않고 단지 이동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요?

저자는 그 증거로 '협업'과 '공유경제'를 듭니다. 우버를 통해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생판 모르는 사람의 자동차를 탑니다. 에어비엔비로 낯선 사람을 집에 들이기도 하고 낯선 사람의 집에 머물기도 합니다. 비트코인과 이더와 같은 디지털 암호화폐가 미래의 화폐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하고 채굴합니다. 심지어는 다크넷의 마약 판매상들도 좋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마약의 고품질과 환불을 보증하고 익일 배송을 약속합니다. 익명의 소비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신뢰의 독점이 사라진 시대이기 때문에 '분산적 신뢰'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정부의 발표도 못 믿겠고, 언론의 신뢰도는 바닥입니다. 지상파 PPL과 슈퍼볼 광고보다는 소비자의 평점과 별점이 믿을만하고, 인기 유투버의 뒷광고에 속느니 차라리 친구의 의견을 듣습니다.

신뢰를 독점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세번째 신뢰의 시대가 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분산적 신뢰는 완벽하고 실패할 염려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녀는 빅 브라더 Big Brother의 현실 버전을 차곡차곡 만들어 나가고 있는 중국의 '사회신용제도 Social Credit System, SCS'를 사례로 들어가며 국가가 국민의 빅데이터를 장악하고 감시할 뿐 아니라 통제하는 음울한 근미래상을 설득력있게 보여줍니다. 유모같은 국가가 어깨너머로 지켜보고 작성하는 옐프 리뷰라고 비유한, 로지에 크리머스 박사의 평가를 덧붙입니다.)

저자는 분산적 신뢰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계속 경계합니다. 정부나 국가적 통제 네트워크가 될 가능성, 탐욕의 도구와 독점의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 봇과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이 사람들을 익명화하거나 타인을 신뢰할 필요성을 완전히 제거할 가능성 등의 위험성을 언급하고 또 언급합니다.

중요한 문제는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측면에 있지, 기술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결국 분산적 신뢰의 진정한 난관은 시장의 힘과 인간의 탐욕에 저항할 수 있느냐, 적어도 버텨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주장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이 토탈 리콜과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디스토피아가 되어 버리고 말까요? 분명한 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 미래를 만드는 주인공들이라는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이 책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실천 가능한 조언들도 있습니다. 감사하게도요.

#신뢰이동 #레이첼보츠먼 #whocanyoutrust #세번째신뢰혁명 #문제는윤리와도덕 #thisisbook #밑줄긋는남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