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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순범 Jan 30. 2023

<메간>, '호러'라는 추진력

SF 상상력과 호러의 기묘한 에너지

공포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이 제작을 맡은 영화 <메간>을 보았습니다.


볼만합니다.

영화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케이디'를 위해 이모 '젬마'가 로봇 친구 '메간'을 만들어 주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습니다. SF 장르에서 곧잘 다루었던 '로봇이 인간다워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기본적인 아이디어에 '호러'라는 강력한 추진력을 달아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주제를 겉핥기에 그치지 않고 심층적으로 파고 들어가며 과연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앞으로 기술 발달을 생각한다면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이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는 아이디어일 텐데 호러의 작법으로 기묘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어 흡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러의 작법을 가지고 있지만 무게 중심은 SF적 상상력에 두려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메간이 보여주는 기괴한 움직임이 소름 끼치게 다가오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 장면들을 제외한다면 그 외에 무서운 장면들은 다소 식상하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간 특유의 움직임으로 주는 공포는 굉장한데, 이 장면들을 생각한다면 아마 영화를 더 무섭게 만들 수 있었는데 일부로 강도를 조절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메간의 외형과 움직임을 통한 공포가 아니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이기 때문이죠.(영화 배경이 5곳을 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예산이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일부로 강도를 조절하여 무게 중심을 SF적 상상력에 둔 것 같습니다. 다만 이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후반부에 호러 작법에 매몰되기도 합니다.


<메간>은 SF 영화이지만 호러 영화이기도 하고, 가족 영화이기도 하면서, 성장 영화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넓은 장르를 품기에는 시나리오의 품이 다소 좁아 보입니다. 시간을 충분히 할애했다면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나갈 수 있었을 텐데, 영화가 다소 급하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로봇과 인간의 공생관계를 묻는 진지한 대사도 있지만 다소 저렴하게 느껴지는 대사도 있어 격을 떨어뜨리곤 하네요. 또한 황당한 명장면(?)들도 존재하는데 과감함이 충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면서, 갑자기 B급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몰입감을 흩트리곤 합니다.


결론적으로 영화 <메간>은 흥미로운 SF적 상상력과 호러의 작법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합니다. 분명 단점도 존재하지만 자신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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