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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순범 Jan 30. 2023

<교섭>, 소명의식을 다한 사람들

개고생한 사람들을 향한 선택과 집중

임순례 감독의 영화 <교섭>에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그러게 엄한 사람들이 여기 왜 와가지고 개고생 시키는 거야!"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엄한 사람'이 아닌 '개고생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교섭>은 2006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샘물교회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이 사건을 거의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초반부에 잠깐 등장하는 것을 제외하면 간접적으로 등장할 뿐 사건 자체를 배격하다시피 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집중하여 담습니다. 아무래도 예민한 문제를 피하고자 하는 영화의 선택일 텐데 영리하다고 느껴지다가도, 사건 자체를 배격할 거면 왜 이 이야기를 선택했나 싶은 의문점이 들기도 합니다. 어쨌든 영화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직업윤리와 소명의식을 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현장감이 잘 살아있는 영화입니다. 그런 점에서 <모가디슈>가 떠오르곤 하는데 한국 영화의 프로덕션이 더욱 강력해지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드네요. 다만 영화는 개성을 제거한 채 흡사 공식에 따라 만든 것처럼 느껴집니다. 반항기 넘치며 제멋대로 만들기보단 착실한 모범생이 공식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낸 것 같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긴장감이 넘치는데,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후반부도 똑같은 긴장감에 다소 지치곤 합니다. 황정민의 연기도 충실하며 현빈도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만 배우들 기존의 스테레오 타입을 반복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그래도 황정민의 후반부 연기는 그가 여전히 건실하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그럼에도 영화 <교섭>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둡고 혼탁한 세상과 관념의 폭격 속에도 사람을 살리겠다는 직업윤리와 소명의식이 촛불처럼 타오릅니다. 후반부 장면이 이를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죠. 그리고 그 사람들의 우정을 진하게 그려내어 뭉클하게 느껴지는 대사들도 존재합니다. 이 점에서 재난 영화 보단 버디 무비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잘 만든 영화라곤 할 수 없지만 못 만든 영화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데, 영화 외적인 부분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과연 영화 <교섭>의 흥행은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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