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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순범 Mar 31. 2023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모나 리와 못난이

못난이들의 형형색색 뉴올리언스 탈출기



전종서가 주연을 맡은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의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을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형형색색의 미술이 눈에 띄는 영화입니다.

거의 모든 장면을 밤에 찍었는데 이 영화는 밤을 도화지 삼아 네온 빛깔을 마음껏 물들입니다.

원색과 형광색을 강렬하게 표현하여 흡사 뉴올리언스를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의 '나이트 시티'처럼 만듭니다.(반면 낮의 뉴올리언스는 목가적이며 평온하게 묘사하여 대비를 더욱 극대화합니다.)

자칫하면 눈에 부담을 줄 수도 있는데 적절하게 표현하여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이 영화는 제목이 '블러드 문'이면서 정작 글씨는 빨간색의 보색인 초록색을 사용합니다.)

개성이 강한 음악도 귀를 타격합니다. 일반 영화들과 다르게 EDM을 적극 활용합니다.

이를 통해 고유의 리듬을 형성하여 영화의 톤과 매너를 관객에게 설득시킵니다.

특히 카메라를 활용하거나 인물과 배경을 동 떨어뜨리는 표현은 모나의 능력을 보여주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느껴집니다.

개성 강한 미술과 음악은 영화의 동력으로 작동하지만 영화 전체를 지탱하기엔 무리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좀 더 강하게 밀어붙여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습니다.(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베이비 드라이버>처럼 말이죠.)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폐쇄 병동에서 탈출한 '모나(전종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뉴올리언스의 밤거리를 헤매며 길거리 DJ '퍼즈'와 스트립 댄서 '보니'를 만나기도 하고, 보니의 아들 '찰리'를 통해 락 스피릿을 느끼기도 합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모나의 뉴올리언스 탈출기 혹은 해방기에 가까워 보입니다. 모나를 흡사 어린아이처럼 본다면 탄생기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모나는 영화 내내 보니와 찰리, 퍼즈를 통해 세상을 배워나갑니다. 마치 하나의 공동체가 '모나'라는 아이를 양육하여 세상 밖으로 독립시킨다고 할까요? 보니는 흡사 어머니, DJ 퍼즈는 아버지, 찰리는 형제 혹은 친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다층적으로 느껴지는 면도 있습니다. 특히 영화 내에서 모나와 보니가 연합하여 돈을 얻는 방식이 일종의 미국 사회에 대한 비유와 저항처럼 느껴집니다. 모나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온 일종의 '이민자'입니다. 보니는 미국 사회의 하류층인 스트립 댄서입니다. 그들은 여러 사람의 돈을 강탈하지만 특히 영화에서 강조하는 것은 백인 남성의 돈입니다. 이처럼 미국 사회에서 약자로 분류되고 소외되는 사람들의 연합은 자신들을 억압하는 사람들에게 저항하는 방식입니다. 이 영화에서 경찰은 무능한 존재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모나를 추적하는 경찰 '해롤드'는 영화 내내 한쪽 발을 절룩거리며 엄한 사람만 잡습니다.(물론 모나 때문에 다리를 다친 것이긴 하나, 사회를 보호하지 못하는 경찰을 향한 처벌처럼 보입니다.) 영화 중간에 TV에서 트럼프가 나오는 것도 그저 시간 배경을 나타내기 위한 용도는 아닐 겁니다.


전종서가 맡은 '모나'가 왜 하필 '모나리자'인지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모나리자가 아닌 다른 이름도 수없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실제 미술 작품 '모나리자'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보다 어울리는 이름이 없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사진으로 보지만 실제로 박물관에 가서 보면 굉장히 작은 액자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둘러싸고 있죠. <모나리자>는 큰 박물관과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작은 액자에 갇혀 있는데, 이는 정확히 '모나'의 상황과 일치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모나리자'라는 이름은 '모나' 혹은 '모나 리(Mona Lee)'로 불리며 다양한 방식으로 생동감을 넣고 있습니다. 저에겐 '모나 리(Mona Lee)'라는 이름이 '못난이'로 들려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네요. 어찌 보면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미국 사회의 '못난이'들의 대반란 혹은 대탈출처럼 보이기도 하니까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전종서와 케이트 허드슨의 앙상블이 뛰어난 영화입니다. 특히 전종서는 초반부에서 거의 짐승에 가깝게 연기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연기합니다. 초반부와 후반부에서 전종서의 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가 되겠네요.(후반부로 갈수록 전종서의 눈에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맺히기 시작합니다.) 한국의 20대 여자 배우 중 전종서만큼 필모그래피를 착실히 쌓아가는 배우도 드문 것 같네요. 앞으로 전종서를 영화에서 더욱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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