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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순범 Apr 07. 2023

[월간 영화기록] 3월의 기록들

3월의 영화 별점과 단평

[월간 영화기록]은 월마다 간단한 소회와 함께, 영화관에 개봉 혹은 OTT에 공개된 영화들을 총정리하여 별점과 간단한 평을 남기는 공간입니다. 그동안 네이버 블로그에서 꾸준히 월마다 기록을 남겨왔는데, 이제 브런치 스토리에도 기록하고자 합니다.


3월은 영화를 통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마음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한 소녀가 과거와 포옹하며 마음을 문을 여는 인사를 보았다.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희미한 눈보라를 털어내며 따뜻한 햇살을 마주한 미소를 보았다.

아일랜드 이니셰린에서 죽음의 갈고리가 시간마저 멈추고 인간의 실존을 묻는 것을 보았다.

이란 쉬라즈에서 한 인간이 자신의 존엄과 윤리를 위한 고귀한 선택으로 영웅이 되는 것을 보았다.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한 소년이 카메라를 들고 위대한 영화를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한 아이가 못난이들과 함께 알록달록한 도시를 탈출하는 것을 보았다.

미국 피츠버그에서 지나치게 마음이 커서 고생인 한 남자의 따뜻한 심술을 보았다.

미국 보스턴에서 악의 보편성을 침묵하는 무정한 사회를 보았다.

한국 제주에서 어떤 우정은 연애 같고, 어떤 연애는 우정 같음을 보았다.


생각을 쓰는 것보다 마음을 쓰는 것이 어렵다고 항상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에도 마음의 풍경을 느끼고 쓰길 바라며, 3월의 기록들이다.


<더 웨일>

감독 : 대런 애로노프스키


거대한 고래는 모두를 품을 수 있지만 앞 밖에 볼 수 없어 슬프다.

포스터의 '인생에서 단 한 번 해낼 수 있는 연기'라는 문구가 정확하게 어울린다.

★★★☆



<대외비>

감독 : 이원태


정치 영화에서 하라는 정치는 안 하고 하루 온종일 깡패짓만.

★★☆



<스즈메의 문단속>

감독 : 신카이 마코토


무너진 기억과 마음의 폐허를 복원하고 다시 이으려는 힘이 있다. 그토록 간절한 '안간힘'이 있다.

결국 잃어버린 소중한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떡할 것인가.

과거와 내일을 포옹하는 것. 자신이 있을 곳을 깨닫는 것. 아무리 슬프더라도 나아가는 것. 덧없을지라도 계속 살아가는 것. 그렇게 내일을 만들어 가는 것.

영화 내내 문을 닫으며 '문단속'을 하는 영화가 정작 마지막은 문을 열면서 끝난다. 그토록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문.

집단적 상흔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훌륭한 대답이면서 다시 나아가는 사람의 성장담으로 더욱 훌륭한 영화.

★★★★


<똑똑똑>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이토록 힘들고 지난하더라도 끝내 우리가 타인을 설득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결국 '이해해서 믿는 것'이 아니라 '믿어서 이해하는 것'이다.

★★★☆



<6번 칸>

감독 : 유호 쿠오스마넨


인간은 마음과 언어, 심상과 영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관계이다.

그 미끄러짐 속에서 혹한 같이 외로울지라도, 우리는 우연히 햇살 속에서 테크노를 들으며 미소를 지을 수 있다.

희미한 영상과 삶의 허무 위에 쌓인 눈보라를 고고학의 기법으로 털어내다.

★★★☆


<이니셰린의 밴시>

감독 : 마틴 맥도나


아일랜드 역사로 다시 쓴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시간마저 멈춰버린 이곳에서, 과연 우리는 삶의 위기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손가락을 자르고, 배를 타고 나가고, 편지에 거짓말이라도 쓸 것인가.

결국 죽음은 늘 갈고리를 들고 있을 텐데.

★★★★


<어떤 영웅>

감독 : 아쉬가르 파르하디


영웅은 영웅이 되려고 하는 순간 영웅이 아니다.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깊숙이 파고드는 모럴 서스펜스.

★★★☆


<샤잠! 신들의 분노>

감독 : 데이비드 F. 샌드버그


적어도 영화관을 나가면서 스키틀즈 한 봉지는 사 먹게 해야 될 텐데.

★★☆


<파벨만스>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스필버그만이 만들 수 있는 위대한 영화.

피할 수 없는 수많은 비극 속에서 삶의 지평선을 어디에 둘 것인가.

결국 삶의 비극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 가에 관한 방법론.

영화 예술을 통해 비극의 상처와 우울을 화합으로 포용하는 놀라운 휴머니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감독 : 애나 릴리 애머푸어


'못난이(모나리)'의 사이버펑크 뉴올리언스 탈출기(혹은 탄생기).

화려한 미술과 펑키한 음악으로 미국 사회의 일면을 비유하고 저항한다.

★★★


<소울메이트>

감독 : 민용근


사람들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가까워지면 멀어지는 사람.

다가가면 밀쳐내기나 하고

대꾸를 잘하지 않는 그런 사람.

아픈 게 이젠 익숙한 그런 사람.

수많은 바보들을 겪고 나서도

똑같이 마음을 주는 그런 사람.

알고 보니 그게 나였네.

참 바보 같이도 굴었네.

- 백예린의 <그게 나였네>

★★★☆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감독 : 존 프란시스 데일리/조나단 골드스틴


온갖 유머로 속을 알알이 꽉 채우다.

영화 대사처럼 유머를 실패해도 멈추지 않는다. 멈추는 순간 실패하는 거니까.

★★★


<오토라는 남자>

감독 : 마크 포스터


심장이 크다는 것은 곧 마음이 크다는 것.

마음이 크다는 것은 곧 참견이 크다는 것.

참견이 크다는 것은 곧 관심이 크다는 것.

관심이 크다는 것은 곧 지나치게 착하다는 것.

타인의 무관심과 냉소주의가 당연한 이 시대에, 지나치게 착하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



<길복순>

감독 : 변성현


외국인이 비빔밥을 먹을 때 밥이랑 반찬을 안 섞고 따로 먹는 것 마냥, 번뜩이는 액션씬과 가족의 성장 이야기가 따로따로.

★★☆



<보스턴 교살자>

감독 : 맷 러스킨


진실은 시와 같다.

사람들은 시를 읽지 않는다.

진정 사람들의 목을 조르는 것은 '악'의 본성이 아니라, 그것을 침묵하는 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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