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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순범 Apr 28. 2023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캐릭터의 재미가 오밀조밀

마리오는 우리에게 어떻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나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언급하기에 앞서 다른 게임 원작 영화를 톺아보자. 일단 얼마 전에 개봉한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가 있었다. 미국식 유머가 재미있긴 했지만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전에 <언차티드>는 어땠는가. 개인적으로 <언차티드> 게임 시리즈를 정말 재미있게 했던 사람으로서 영화는 밋밋하기 짝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언차티드 4: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은 정말 재미있으니 플레이스테이션을 훔쳐서라도 해보는 걸 추천한다.) 그렇다면 <툼레이더>와 <레지던트 이블>, <워크래프트>는 어땠는가. 이 영화들은 '왜 굳이 영화일까'라는 물음을 남기고 말았다.(HBO 시리즈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대호평이지만 현재 한국에서 볼 수 없으니 제외하고) 그렇다면 이번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다를까? 또 이전에 게임 원작 영화들이 했던 방식을 답습했을까?



일단 적어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다른 게임 원작 영화들처럼 원작의 후광을 뒤에 업고 게으르게 나아가지 않는다. 이 영화는 어떻게 익숙한 캐릭터들을 새롭게 느껴지게 할 것인지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성실한 영화에 가깝다. 게임과 영화의 경계 사이에서, 우리에게 어떻게 게임 고유의 체험을 전달할 것인지 대답을 내놓았다. 영화를 본다는 느낌보단 게임을 본다는 느낌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꽤 재미있다.' 나에게 그냥 '재미있다'와 '꽤 재미있다'는 다른데, 이 영화는 '꽤 재미있다.'



사실 우리는 '마리오'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다. 아무리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마리오의 모습을 봤다. 그래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이다. 마리오뿐만 아니고 '루이지'와 '피치', '쿠파'도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 알고 있다. 그러니까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가지고 있는 숙제는 익숙한 캐릭터들을 새롭게 제시하는 방법이다.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채택한 방법은 다양한 장르 영화와의 결합이다. 이 영화는 각 캐릭터마다 장르가 결합하여 새롭게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무엇보다 '캐릭터 영화'로 작동하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각각의 캐릭터가, 각각의 장르의 결을 가지고 있다.


'마리오'는 성장 영화의 테마와 결합한다. 이 영화에서 마리오는 브루클린에서 배관공으로 적응해야 하는 이탈리아인이다. 영화 처음 장면에서 등장하는 광고와 다르게 그는 사실 무능력자 혹은 사회의 아웃사이더에 가깝게 묘사되고 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세계로 떠나면서 모험을 겪고 성장하는, 일종의 신화적인 영웅담에 결합하고 있다.(버섯 먹는 '루크 스카이워커'라고 해도 좋다.) '루이지'도 그냥 마리오의 동생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공포 퍼즐 게임인 <루이지 맨션>을 가져와 공포 영화의 테마를 가져온다. 루이지가 다크 랜드에서 깨어나 해골들에게 쫓길 때 연상되는 것은 공포 영화나 좀비 영화이다. '동키콩'은 힙합의 테마를, '쿠파'는 악당보다는 코미디와 뮤지컬의 테마를 연상시킨다.(이 영화에서 쿠파는 악당이라기보단 사랑꾼이다.) 동키콩은 배우 '세스 로건'이, '쿠파'는 배우 '잭 블랙'이 연기하였는데, 이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를 생각하면 캐스팅조차 장르와의 결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일 주목하고 싶은 캐릭터는 바로 '피치'이다. 피치는 기존 게임에서 '공주'로서 마리오에게 구해지는 존재였지만 이 영화는 완전히 반대로 해석한다. 이 영화에서 마리오는 무능력자에 가깝고, 피치는 히어로에 가깝다. 그녀는 마리오가 구원하는 존재라기보단 일종의 협력자로 작동한다. 마리오가 밤새 해도 못하는 퍼즐을 그녀는 어렸을 때 단 한 번에 수행했다. 특히 마리오 카트 장면을 살펴보자. 그녀는 여기서 카트가 아니고 오토바이를 운전한다. 남들 다 거대한 몬스터 트럭을 몰고 올 때, 그녀는 혼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자신만의 활약을 펼친다. 이 영화는 이렇게 피치를 일종의 히어로에 가까운 특별한 존재로 묘사한다. 그러니까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에서 피치는 단순히 '공주'가 아니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퓨리오사'나 <어벤져스>의 '블랙위도우'이다. 이것을 페미니즘으로 느끼는 것은 과잉 해석일 수도 있지만, 완전히 캐릭터를 새롭게 느껴지게 한다는 부분에서 굉장히 놀랍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이처럼 캐릭터의 새로운 해석과 깨알 같은 유머로 가득하지만 액션도 탁월하다. 특히 이 영화의 액션은 '정반합(正反合)'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마리오의 상징과도 같은 버섯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자. 먼저 버섯을 먹으면 얻게 되는 파워를 보여준다.(정) 그러나 나중에 먹는 버섯은 반대의 능력을 보여준다.(반) 하지만 결말에 이 버섯을 활용하여 위기를 타개한다.(합) 이처럼 이 영화의 거의 모든 액션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데 스펙터클을 더욱 유머러스하게 살려주고 있다. 액션뿐만이 아니고 캐릭터의 대사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유머로 꽉 차있다. 심지어 잠깐 나오는 캐릭터들조차도 대사 하나에 유머를 담고 있다. 떠다니는 섬 감옥에서 등장하는 살아있는 별 '치코'는 단연코 최고의 신 스틸러라 해도 손색이 없다.



80년대 팝송도 적재적소로 나와 즐거움을 더한다. 마리오가 피치의 퍼즐을 풀 때 Bonnie Tyler의 'Holding Out For A Hero'가 나오고, 콩 아일랜드에서 A-ha의 'Take On Me'가, 마리오 카트를 준비할 때는 AC/DC의 'Thunderstruck'가, 마지막 장면에서 Electric Light Orchestra의 'Mr Blue Sky'가 나온다. 특히 'Mr Blue sky'는 마리오를 연기한 크리스 프랫의 대표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첫 장면에서 나왔던 노래인 만큼, 어쩌면 의도된 선곡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이처럼 깨알 같은 캐릭터 유머와 탁월한 정반합의 액션으로 웃음이 오밀조밀 가득하다. 후반부가 다소 허무맹랑하여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이 영화가 게임과 영화의 즐거움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앞으로 게임 원작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과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로 두고두고 남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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