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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순범 Apr 28. 2023

<리바운드>, 입 닫고 농구하는 순간만큼은

'스포츠 드라마'가 '드라마'를 실패한다면

바야흐로 영화관은 농구 전성시대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뜨거운 열기에 힘입어 영화관에서 계속 상영하고 있다.  더불어 마이클 조던의 농구화 '에어 조던'의 탄생 비화를 다룬 벤 에플렉 감독의 영화 <에어>까지 덩달아 개봉한다. 이쯤 되면 <리바운드>는 천운을 타고났다고 볼 수도 있다. 각본에 장항준 감독의 아내이자 스타 작가로 유명한 김은희 작가도 투입되었으니 나름 기대감을 가지고 봤다.


그러나 영화는 기대감을 저버리듯 초반부는 지지부진하다.


안재홍이 연기한 '강양현'이 어떻게 부산중앙고의 농구부 코치가 되었는지, 어떻게 팀을 꾸려나가는지 풀어나가는데 이야기가 전형적이고 납작하다. 그리고 캐릭터들마다 개인적인 과거사를 일일이 풀지 않는다. 강양현이 왜 농구를 그만두었는지, 천기범과 배규혁이 왜 싸웠는지, 허재윤이 왜 그토록 농구를 사랑하는지 영화는 상세히 풀지 않는다. 영화가 일종의 선택과 집중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증명하지 못한다. 선택에 따른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보여주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영화 전체의 이야기는 앙상하고 캐릭터들만 남아있다. 그래서 초반부는 캐릭터들의 시답잖은 개그를 늘어놓기 바쁘다. 물론 웃긴 장면도 있다만 전형적이고 뻔한 장면도 더러 존재하고, 지나치게 배우의 힘(특히 안재홍)을 빌려 개그를 한다. 상황을 만들지 않고 캐릭터들로만 개그를 하려고 하니 힘이 부친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가 후반부로 갈수록 기대감을 충족하듯 영화는 생명력을 가지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농구를 시작하고 경기를 하는 대회를 기점으로 영화의 동력은 살아나기 시작한다. 특히 농구 경기를 트래킹 기법이나 슬로우 모션을 활용하여 박진감 있게 농구의 힘을 전달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보여주었던 상황의 동감을 전달하는 사운드 기법 같은 참신함은 없지만 능수능란한 편집으로 안정감을 더한다.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전반부에 안재홍을 제외하곤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 배우들이 후반부에 들어서면 표정에 활기를 지니기 시작한다. 농구 경기에서 배우들의 치열한 표정은 실감이 넘치며 가슴을 뛰게 한다. 적어도 <리바운드>는 농구 영화로서 본분을 다하며 농구의 재미를 잘 전달한다.



영화 <리바운드>는 감동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스포츠 드라마'의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스포츠'만 기억에 남는다. 즉 '드라마'는 실패에 가깝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입 닫고 농구만 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영화의 이야기 자체는 근간을 쌓지 못한 채로 내달리다 보니 풍성하지 못하고 대사도 지나치게 직접적이다. '농구는 끝나고 인생은 계속되는 거야'와 같은 대사는 굳이 말하지 않고 상황으로만 전달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실화가 주는 감동이 분명히 있지만, 이것을 대사로 직접적으로 주입하니 감정이 깔끔하지 않고 질척거린다. 그래도 농구만큼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여 심장을 뛰게 하는 힘이 있다. 영화 마지막에 Fun의 'We are young'이 흐를 때, 나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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