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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순범 Jun 06. 2023

[월간 영화기록] 5월의 기록들

5월의 영화 별점과 단평

[월간 영화기록]은 월마다 간단한 소회와 함께, 영화관에 개봉 혹은 OTT에 공개된 영화들을 총정리하여 별점과 간단한 평을 남기는 공간입니다.


개인적으로 5월에 영화를 제대로 챙겨 보지 못했다. 바로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킹덤>이 출시했기 때문이다! 전작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인생게임'으로 뽑는 나였기에 이번 게임도 출시되자마자 플레이했다. 그렇게 식음을 전폐하고 게임에 매진한 결과, 2주 만에 플레이 타임 75시간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매일 새벽을 맞이하며 '하이랄(젤다의 전설에서 나오는 세계의 이름)'을 탐험한 나날이었다. 그렇게 게임의 엔딩을 본 순간, 감정이 벅차올라 게임 크레디트를 가만히 응시하였다. 역시 게임도 공감과 체험을 극대화하여 전달한다는 점에서 예술의 한 종류로 봐야 한다고 확신한다.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킹덤>을 플레이하며 모험을 하는 소년으로 되돌아간 것 같아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게임과 별개로 내 생활은 엉망이 되고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매진하다 보니 잠을 안 자고 새벽까지 게임하기 일쑤였고, 그러다 보니 생활패턴이 망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영화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고 개봉작들을 놓치곤 하였다.(5월에 영화리뷰가 별로 없는 이유이다.) 그래서 5월은 개봉하자마자 본 영화들이 별로 없고 대부분 5월 말에 몰아서 보았다. 쫄쫄 굶다가 5월 말에 영화 과식을 한 셈이다.


그래도 5월은 좋은 한국 독립영화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스프린터>를 시작으로 <말이야 바른 말이지>, <드림팰리스>까지 독립영화가 나름 3연타를 쳤다. 이런 영화 과식은 대환영이다. 아무리 한국 영화가 위기라고 하지만, 개성 있고 창의적인 독립 영화들마저 외면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범죄도시3>가 초대박을 기록하면서 한국 영화가 위기에 벗어난 것 같지만, 영화 하나에 지나치게 편중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도 하다.


마음속으로 젤다와 링크를 꽉 포옹하고 떠나보내며, 5월의 기록들이다.


<클로즈>

감독 : 루카스 돈트


우리는 슬픔이 요령이 생기고 익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

과연 슬픔은 익숙해질 수 있는가. 슬픔은 예상할 수도 없이 아이스하키 마냥 당신을 들이받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끝내 전하지 못한 말을 삼키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다시 한번 포옹하고, 다시 한번 돌아보며, 다시 한번 나아갈 수밖에.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감독 : 제임스 건


모험 속 추억으로 인물들을 포옹하며 각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애틋한 작별 인사.

친구가 있으니 정말 좋다. 눈물 나도록 좋다.

★★★★


<리턴 투 서울>

감독 : 데이빗 추


'프레디'라는 프랑스인 세계와 '연희'라는 한국인 세계가 충돌할 때마다 주체할 수 없는 화염이 분출하는 것만 같다.

자아의 안식을 구하려는 자가 끝내 그 어디에도 안식을 구하지 못하면 어디에 도달하는가.

박지민 배우의 얼굴만큼이나 오광록 배우의 얼굴이 사무치게 다가온다.

★★★☆


<토리와 로키타>

감독 : 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영화가 끝나면 나는 그들에게 어느 정도의 선의를 가지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그들의 도움을 이용하는 사람인가.

흔쾌히 도움을 주는 사람인가.

도움을 주고 싶다가도 막상 부담되면 도망치는, '딱 그 정도의 사람'인가.

내가 '딱 그 정도의 사람'인가 싶어 문득 두렵다.

★★★★


<문재인입니다>

감독 : 이창재


소재의 문제라기보단 구성의 문제.

★★


<롱디>

감독 : 임재완


아이디어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없다.

★☆


<칠중주: 홍콩 이야기>

감독 : 홍금보/허안화 외 5명


지나간 시절의 추억에 젖는 기쁨의 찬가(讚歌)라기보단, 그 시절이 다신 돌아오지 못할 것이란 무력감의 비가(悲歌).

★★★


<슬픔의 삼각형>

감독 : 루벤 외스틀룬드


지배자, 피지배자, 그리고 내가 지배자라고 생각하는 자.

이 슬픈 사회의 삼각형은 뒤집어도 삼각형이기에, '평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서늘한 제언.

결국 사람은 서 있는 위치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


<스프린터>

감독 : 최승연


            "그만하면 됐어. 이 정도면 잘한 거야."          

            "나이 먹으면 아무것도 없다. 그 끝에 아무것도 없어."          

            "너 미쳤어?"          

앞서 말한 영화의 대사들은 당신이 필연적으로 과거, 현재, 미래에 마주할 말들이다.

당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달릴 것인가?

언젠가 멈춰야 한다는 것을 알아도 달릴 것인가?

반드시 달려야 한다면 어떻게 달릴 것인가?

★★★☆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감독 : 루이 르테리에


차 타고 어디로는 달려야 하고, 명분은 없지만 싸워야는 하고, 딱히 악의는 없지만 배신은 해야 하고, 캐스팅한 배우는 아까워서 다 써야겠고.

산만한 에너지를 집중하지 못하고 냅다 내달리는 시리즈의 관성.

★★☆


<인어공주>

감독 : 롭 마샬


애니메이션의 생기와 활력을 잃은 대신에 얻은 것은 무엇인가.

'인어공주'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덧씌우면서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각색의 방향.

★★


<범죄도시3>

감독 : 이상용


변화와 변주보단 시원한 타격감의 재활용을 택한 시리즈의 안일함.

지나치게 선형적이고 아이디어 없는 액션들로 영화를 독파한다.

★★☆


<말없는 소녀>

감독 : 콤 베어리드


말해야 한다는 격려라기보단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의 포옹.

★★★☆


<말이야 바른 말이지>

감독 : 김소형/박동훈 외 4명


말뿐인 말만 하는 사람들의 숨겨놓은 진심을 의뭉스러운 유머와 재치 속에 담았다.

폭넓은 공감력 있는 각본이 계속 히죽히죽 웃게 한다.

★★★


<드림팰리스>

감독 : 가성문


단순함에서 시작해 복잡다단한 진탕을 지나, 다시 모든 것이 간명해지는 순간, 무수히 많은 생각이 물밀듯이 들어온다. 과연 우리는 그녀의 무거운 책임감에 토를 달 수 있을까.

김선영 배우의 얼굴은 영화가 끝나도 현현하게 기억이 남는다. 김선영 배우의 연기는 가히 한국 영화계의 호타준족 '배리 본즈'라 할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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