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의 꿈과 서른다섯의 모습, 그리고 서른 여덟의 현실
일을 하다 보면, 가끔 계획되지 않은 실패에 부딪힌다.이런 장해물을 만나면 어떤 사람들은 뛰어넘거나, 돌아가거나, 치우거나 하지만요즘 나는 포기하였다.뛰어넘는 용기는 없고, 돌아갈 체력은 없으며, 치우려는 의지도 없었다. 그렇다. 2025년, 나의 자존감이 바닥이다. 나의 자존감이 가장 높은 시기가 언제였을까? 대학에 막 입학하고, 자유를 얻은 스무 살 때인 줄 알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2012년, 군대를 다녀오고 학교를 복학 할 때였다. 이십 대의 패기, 군대라는 큰 미션을 끝낸 성취감, 너무 모르지 않는 어른 세계의 경험을 겸비한 스물다섯의 나는 뭐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복학생은 냄새난다고 누가 말했던가.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학교에 적응해 나갔다. 신입생을 맞이하는 오티에서는 무려 쁘락지(다른 학교에서는 엑스맨)을 하고, 후배들과 친해졌다. 첫 연애도 시작하였다. 공부 욕심도 생겨서, 모든 수업의 앞자리에서 꼬박꼬박 수업을 들었다. 결국 학기 말 좋은 성적을 거두어 그야말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는 나날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스물다섯의 나는 당연히 10년 뒤에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을 꿈을 꾸었다. 취업은 했을 것이고, 가정을 꾸렸거나, 혹은 결혼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 상상했다. 평일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그런 미래를 향해 나아갔다.그러나,, 2022년, 서른다섯에 나는 자존감이 가장 깊은 밑바닥이었다. 회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였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사수는 나를 바닥까지 몰아붙였고, 거절을 몰랐던 나는 그 감정을 온전히 다 삼키고 소화하였다. 밤에 원치 않는 술자리에 불러가 언어폭력을 겪고, 잘 못 하나 없는데 밤새 욕을 먹었다. 그런다고 집에서도 편히 쉴 수 없었다. 아프신 아버지와 하루 종일 병간호하는 어머니, 그리고 한참 예민한 중학교 여동생은 나에게 다른 의미의 사수였다. 이렇게 나쁜 것을 너무 먹어서 그런가, 그때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온몸이 경직되어 내 멋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틈만 나면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기쁘거나 즐거운 감정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자율 신경계가 마치 자동차 계기판의 경고등처럼 빨간불, 노란불이 켜졌다. 그렇게 경고등이 켜진 차를 운전하는 운전자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나 보냈다. 10년 전 그렸던 미래로 가는 길은 지도에 없는 곳이 되었다.다시 돌아와, 2025년 서른여덟의 현재의 나는 아직도 서른다섯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살기 위해 퇴사도 하고, 여러 강의, 프로그램도 참여하였지만, 아직도 장애물을 만나면 덜컥 겁부터 난다. 아직 자존감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조금 달라진 건, 아예 밑바닥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새 온몸 비틀기를 해서라도 요리조리 발버둥 치고 있다. 살기 위해. 가장 큰 건, 예전 같으면 혼자 끙끙댈 속마음들을 주변에 조금씩 털어놓고 있다. 높은 이자로 마음을 꼭꼭 누르던 속마음들이,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하나둘 밖으로 나오며 마음의 공간이 정리된다. 특종 놀라운 세상의 쓰레기 집 편에 나올 것 같은 나의 마음이, 좋은 대화를 통해 조금씩 정리되고 넓어졌다. 일을 하다 보면, 가끔 계획되지 않은 실패에 부딪힌다.이런 장해물을 만나면 어떤 사람들은 뛰어넘거나, 돌아가거나, 치우거나 하지만얼마 전까지 나는 포기하였다.뛰어넘는 용기는 없고, 돌아갈 체력은 없으며, 치우려는 의지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처음으로 일단 쉬운 것부터 해보려고 한다. 한번 들어봐서 치울 수 있는지, 돌아가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뛰어넘을 만한 높인지. 과감하게 이거 하겠어! 라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뛰어넘을지, 돌아갈지, 치우고 갈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