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한강을 건넜다. 당산과 합정 사이 양화대교는 그녀의 출근길이자, 내가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다리 위에서 흘러가는 한강 물을 바라보며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흘러가길 바랐었다. 그러나, 폭풍우가 치면 강물도 역류를 한다. 그리고 우리 마음속 폭풍으로 우리의 사랑도 거슬러 서로를 잡아먹을 듯 할퀴었다. 우리는 너무도 익숙한 존재라서 손에 익히듯 쓰다 보니, 서로에게 가장 빠르게 낡아진 사람들이다. 항상 손잡고 있다, 이제는 혼자남은 손을 가엽다. 각자의 손이 가엽다.
헤어지고 나서 한동안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갑자기 이유도 없이 떠난 그녀를 생각하면 왈칵 쏟아지는 눈물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들로 머리는 복잡하였다. 며칠을 버티다 버티다 쓰러질 듯 잠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거기서 그녀를 보았다. 환하게 웃어주던, 함께 한강을 바라보던 시절의 우리였다. 우리는 비현실의 공간에서 가장 현실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유가 뭐야.”
그녀는 웃으며 입을 움직였다.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번쩍 눈이 뜨였고, 이 순간과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아 바로 잠을 청했다. 그러나 다시 선 그곳에서 그녀를 볼 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들리지 않는 그녀의 목소리. 그녀가 하고 싶던 말을 어떤 것이었을까. 사랑의 언어? 이별의 언어?
사랑은 나랑 비슷한 사람이랑 하는가? 다른 사람이랑 하는가?
지금까지의 인간관계를 보았을 때, 나는 비슷한 사람들이랑 있을 때 행복하다. 마주 보고 앉아 서로를 보는 것도 좋지만, 나란히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며 비슷한 결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저 꽃 너무 예쁘다.’, ‘저 구름은 하트 모양 같아.’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 행복을 느낀다. 과거에, 하나의 꿈이 있었다. 먼 훗날, 우리와 비슷한 결이 맞는 사람들끼리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사는 꿈. 그리고 그 마을에서 가장 결이 맞는 사람은 지금 내 옆에 있는 그녀라는 꿈. 그리고 그것은 진짜 꿈이 되었다. 가장 결이 맞았던 사람은 이제 더 이상 나와 비슷한 사람이 아니다. 서로를 끌어당길 수 없는 사이가 된 것이다.
좋은 이별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는 것 같다.
나보다 더 나 같은 존재, 이제는 안녕.